현실의 잔혹함 일깨우는 현대적 괴담의 세계…편혜영 ‘아오이가든’
입력 2021.08.01 (22:09)
수정 2021.08.0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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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매주 이 시간 KBS 문화부 기자들이 전해드리고 있는 기획코너 '우리 시대의 소설'입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으로 선정한 한국 소설 50편을 차례로 만나보는 시간입니다.
오늘(1일) 언급할 작품은 2005년 발표된 편혜영 작가의 소설 '아오이 가든'입니다.
코로나 사태를 맞은 지금 시점에서 더욱 음미할 만한 부분이 많은 작품입니다.
김석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시커먼 개구리들이 비에 섞여 바닥으로 떨어졌다."]
역병이 창궐한 도시.
거리에 넘쳐나는 쓰레기가 뿜어내는 악취.
역병이 처음 발생한 아파트에 그대로 갇혀버린 사람들.
출구도, 희망도, 없습니다.
[2003년 KBS 뉴스9 : "홍콩 보건당국은 사스에 집단감염된 아파트단지를 외부와 격리한 데 이어."]
[2003년 KBS 취재파일 : "모든 음식과 생필품을 공급하면서 전염병의 외부 확산을 막고 있습니다."]
2003년 홍콩 사스 대유행의 공포를 더없이 참혹하고 생생하게 그려낸 소설 '아오이가든'.
코로나에 신음하는 지금 현실과 놀랍도록 닮았습니다.
[편혜영/소설가 : "정체불명의 전염병, 원인 불명의 전염병이 현대 문명 자체를 얼마나 빠른 시간에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인 상태로 바꿔놓는지 그게 보여서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그 공간을 상징적인 공간으로 삼아서 소설을 썼습니다."]
첫 문장부터 의문의 사건, 시신, 실종이 등장하는 편혜영의 소설들.
소설 속 인물들은 지독한 가난 속에서, 몹쓸 질병에 시달리며, 끊임없이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립니다.
여학생이 실종된 '저수지' 옆에서 엄마에게 버림받고 서서히 죽음을 맞는 아이들.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맨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런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는 매끈한 자본주의 문명의 '틈새'에 갇혀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을 응시합니다.
[편혜영/소설가 : "저수지라는 소설도 그렇고 <맨홀>이라는 소설도 그렇고 가장 약한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이고, 보호받아야 될 사람들인데 유기의 상태나 다름없이 생활하는 상황이어서 소설의 소재로 사용했습니다."]
이성이나 과학으론 설명되지 않는 중세적 '괴담'의 세계를 우리 문학계에 처음 선보인 편혜영의 첫 소설집.
이제껏 본 적 없는 낯설고도 새로운 상상력으로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이광호/문학평론가 : "이 도시에 숨어 있는 어떤 괴기스러운 일들, 그런 것들을 먼저 예견한 그런 소설처럼 보이기 때문에 지금 독자의 눈에서 읽어도 대단히 새롭고 흥미진진하고 현대적이라는 느낌이 들 수 있는 그런 소설인 것 같습니다."]
한국 작가 최초로 2017년 세계적인 호러 미스터리 문학상인 셜리 잭슨 상을 받으며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편혜영 작가.
소설을 쓴 지 20년이 된 지금도 쓸 때마다 실패하고, 실망도 하지만, 그래도 소설 쓰는 일은, 즐겁습니다.
[편혜영/소설가 : "실패하고 실망하면 보통은 일을 안 하고 싶잖아요. 그런데 소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더 앞으로 그다음 작품은 좀더 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래서 계속 소설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박장빈/영상편집:김근환/삽화제작:김현수/자막제작:기연지
매주 이 시간 KBS 문화부 기자들이 전해드리고 있는 기획코너 '우리 시대의 소설'입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으로 선정한 한국 소설 50편을 차례로 만나보는 시간입니다.
오늘(1일) 언급할 작품은 2005년 발표된 편혜영 작가의 소설 '아오이 가든'입니다.
코로나 사태를 맞은 지금 시점에서 더욱 음미할 만한 부분이 많은 작품입니다.
김석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시커먼 개구리들이 비에 섞여 바닥으로 떨어졌다."]
역병이 창궐한 도시.
거리에 넘쳐나는 쓰레기가 뿜어내는 악취.
역병이 처음 발생한 아파트에 그대로 갇혀버린 사람들.
출구도, 희망도, 없습니다.
[2003년 KBS 뉴스9 : "홍콩 보건당국은 사스에 집단감염된 아파트단지를 외부와 격리한 데 이어."]
[2003년 KBS 취재파일 : "모든 음식과 생필품을 공급하면서 전염병의 외부 확산을 막고 있습니다."]
2003년 홍콩 사스 대유행의 공포를 더없이 참혹하고 생생하게 그려낸 소설 '아오이가든'.
코로나에 신음하는 지금 현실과 놀랍도록 닮았습니다.
[편혜영/소설가 : "정체불명의 전염병, 원인 불명의 전염병이 현대 문명 자체를 얼마나 빠른 시간에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인 상태로 바꿔놓는지 그게 보여서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그 공간을 상징적인 공간으로 삼아서 소설을 썼습니다."]
첫 문장부터 의문의 사건, 시신, 실종이 등장하는 편혜영의 소설들.
소설 속 인물들은 지독한 가난 속에서, 몹쓸 질병에 시달리며, 끊임없이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립니다.
여학생이 실종된 '저수지' 옆에서 엄마에게 버림받고 서서히 죽음을 맞는 아이들.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맨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런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는 매끈한 자본주의 문명의 '틈새'에 갇혀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을 응시합니다.
[편혜영/소설가 : "저수지라는 소설도 그렇고 <맨홀>이라는 소설도 그렇고 가장 약한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이고, 보호받아야 될 사람들인데 유기의 상태나 다름없이 생활하는 상황이어서 소설의 소재로 사용했습니다."]
이성이나 과학으론 설명되지 않는 중세적 '괴담'의 세계를 우리 문학계에 처음 선보인 편혜영의 첫 소설집.
이제껏 본 적 없는 낯설고도 새로운 상상력으로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이광호/문학평론가 : "이 도시에 숨어 있는 어떤 괴기스러운 일들, 그런 것들을 먼저 예견한 그런 소설처럼 보이기 때문에 지금 독자의 눈에서 읽어도 대단히 새롭고 흥미진진하고 현대적이라는 느낌이 들 수 있는 그런 소설인 것 같습니다."]
한국 작가 최초로 2017년 세계적인 호러 미스터리 문학상인 셜리 잭슨 상을 받으며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편혜영 작가.
소설을 쓴 지 20년이 된 지금도 쓸 때마다 실패하고, 실망도 하지만, 그래도 소설 쓰는 일은, 즐겁습니다.
[편혜영/소설가 : "실패하고 실망하면 보통은 일을 안 하고 싶잖아요. 그런데 소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더 앞으로 그다음 작품은 좀더 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래서 계속 소설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박장빈/영상편집:김근환/삽화제작:김현수/자막제작:기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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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8-01 22:09:43
- 수정2021-08-03 15:54:53
[앵커]
매주 이 시간 KBS 문화부 기자들이 전해드리고 있는 기획코너 '우리 시대의 소설'입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으로 선정한 한국 소설 50편을 차례로 만나보는 시간입니다.
오늘(1일) 언급할 작품은 2005년 발표된 편혜영 작가의 소설 '아오이 가든'입니다.
코로나 사태를 맞은 지금 시점에서 더욱 음미할 만한 부분이 많은 작품입니다.
김석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시커먼 개구리들이 비에 섞여 바닥으로 떨어졌다."]
역병이 창궐한 도시.
거리에 넘쳐나는 쓰레기가 뿜어내는 악취.
역병이 처음 발생한 아파트에 그대로 갇혀버린 사람들.
출구도, 희망도, 없습니다.
[2003년 KBS 뉴스9 : "홍콩 보건당국은 사스에 집단감염된 아파트단지를 외부와 격리한 데 이어."]
[2003년 KBS 취재파일 : "모든 음식과 생필품을 공급하면서 전염병의 외부 확산을 막고 있습니다."]
2003년 홍콩 사스 대유행의 공포를 더없이 참혹하고 생생하게 그려낸 소설 '아오이가든'.
코로나에 신음하는 지금 현실과 놀랍도록 닮았습니다.
[편혜영/소설가 : "정체불명의 전염병, 원인 불명의 전염병이 현대 문명 자체를 얼마나 빠른 시간에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인 상태로 바꿔놓는지 그게 보여서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그 공간을 상징적인 공간으로 삼아서 소설을 썼습니다."]
첫 문장부터 의문의 사건, 시신, 실종이 등장하는 편혜영의 소설들.
소설 속 인물들은 지독한 가난 속에서, 몹쓸 질병에 시달리며, 끊임없이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립니다.
여학생이 실종된 '저수지' 옆에서 엄마에게 버림받고 서서히 죽음을 맞는 아이들.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맨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런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는 매끈한 자본주의 문명의 '틈새'에 갇혀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을 응시합니다.
[편혜영/소설가 : "저수지라는 소설도 그렇고 <맨홀>이라는 소설도 그렇고 가장 약한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이고, 보호받아야 될 사람들인데 유기의 상태나 다름없이 생활하는 상황이어서 소설의 소재로 사용했습니다."]
이성이나 과학으론 설명되지 않는 중세적 '괴담'의 세계를 우리 문학계에 처음 선보인 편혜영의 첫 소설집.
이제껏 본 적 없는 낯설고도 새로운 상상력으로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이광호/문학평론가 : "이 도시에 숨어 있는 어떤 괴기스러운 일들, 그런 것들을 먼저 예견한 그런 소설처럼 보이기 때문에 지금 독자의 눈에서 읽어도 대단히 새롭고 흥미진진하고 현대적이라는 느낌이 들 수 있는 그런 소설인 것 같습니다."]
한국 작가 최초로 2017년 세계적인 호러 미스터리 문학상인 셜리 잭슨 상을 받으며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편혜영 작가.
소설을 쓴 지 20년이 된 지금도 쓸 때마다 실패하고, 실망도 하지만, 그래도 소설 쓰는 일은, 즐겁습니다.
[편혜영/소설가 : "실패하고 실망하면 보통은 일을 안 하고 싶잖아요. 그런데 소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더 앞으로 그다음 작품은 좀더 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래서 계속 소설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박장빈/영상편집:김근환/삽화제작:김현수/자막제작:기연지
매주 이 시간 KBS 문화부 기자들이 전해드리고 있는 기획코너 '우리 시대의 소설'입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으로 선정한 한국 소설 50편을 차례로 만나보는 시간입니다.
오늘(1일) 언급할 작품은 2005년 발표된 편혜영 작가의 소설 '아오이 가든'입니다.
코로나 사태를 맞은 지금 시점에서 더욱 음미할 만한 부분이 많은 작품입니다.
김석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시커먼 개구리들이 비에 섞여 바닥으로 떨어졌다."]
역병이 창궐한 도시.
거리에 넘쳐나는 쓰레기가 뿜어내는 악취.
역병이 처음 발생한 아파트에 그대로 갇혀버린 사람들.
출구도, 희망도, 없습니다.
[2003년 KBS 뉴스9 : "홍콩 보건당국은 사스에 집단감염된 아파트단지를 외부와 격리한 데 이어."]
[2003년 KBS 취재파일 : "모든 음식과 생필품을 공급하면서 전염병의 외부 확산을 막고 있습니다."]
2003년 홍콩 사스 대유행의 공포를 더없이 참혹하고 생생하게 그려낸 소설 '아오이가든'.
코로나에 신음하는 지금 현실과 놀랍도록 닮았습니다.
[편혜영/소설가 : "정체불명의 전염병, 원인 불명의 전염병이 현대 문명 자체를 얼마나 빠른 시간에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인 상태로 바꿔놓는지 그게 보여서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그 공간을 상징적인 공간으로 삼아서 소설을 썼습니다."]
첫 문장부터 의문의 사건, 시신, 실종이 등장하는 편혜영의 소설들.
소설 속 인물들은 지독한 가난 속에서, 몹쓸 질병에 시달리며, 끊임없이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립니다.
여학생이 실종된 '저수지' 옆에서 엄마에게 버림받고 서서히 죽음을 맞는 아이들.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맨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런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는 매끈한 자본주의 문명의 '틈새'에 갇혀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을 응시합니다.
[편혜영/소설가 : "저수지라는 소설도 그렇고 <맨홀>이라는 소설도 그렇고 가장 약한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이고, 보호받아야 될 사람들인데 유기의 상태나 다름없이 생활하는 상황이어서 소설의 소재로 사용했습니다."]
이성이나 과학으론 설명되지 않는 중세적 '괴담'의 세계를 우리 문학계에 처음 선보인 편혜영의 첫 소설집.
이제껏 본 적 없는 낯설고도 새로운 상상력으로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이광호/문학평론가 : "이 도시에 숨어 있는 어떤 괴기스러운 일들, 그런 것들을 먼저 예견한 그런 소설처럼 보이기 때문에 지금 독자의 눈에서 읽어도 대단히 새롭고 흥미진진하고 현대적이라는 느낌이 들 수 있는 그런 소설인 것 같습니다."]
한국 작가 최초로 2017년 세계적인 호러 미스터리 문학상인 셜리 잭슨 상을 받으며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편혜영 작가.
소설을 쓴 지 20년이 된 지금도 쓸 때마다 실패하고, 실망도 하지만, 그래도 소설 쓰는 일은, 즐겁습니다.
[편혜영/소설가 : "실패하고 실망하면 보통은 일을 안 하고 싶잖아요. 그런데 소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더 앞으로 그다음 작품은 좀더 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래서 계속 소설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박장빈/영상편집:김근환/삽화제작:김현수/자막제작:기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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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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