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임헌영의 제안…‘태백산맥’의 대중적인 이해를 위한 접근법
입력 2021.11.07 (21:40)
수정 2021.11.0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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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재 신채호의 민족사관으로 본 민족사 100년의 조감도
올해 2021년은 소설 <태백산맥>의 뿌리인 여순시민항쟁의 원혼을 달랠 ‘여순사건특별법’이 국회를 통과(2021.6.29.)한 해다.
<태백산맥>은 조정래 작가의 근현대 민족사 100여년을 다룬 3부작의 몸통부분에 해당한다. 제 1부작인 <아리랑>이 개화기부터 일제 식민지시기를 다룬 상체라면, 제 2부 <태백산맥>은 8.15 전후부터 한국전쟁과 휴전(1953.7) 직후까지를 다룬 몸통이고, 제 3부 <한강>은 그 이후부터 광주시민항쟁(1980.5) 전야까지를 다룬 하체에 해당된다.
인간의 신체구조는 손톱 밑의 가시 하나의 아픔도 견디기 어렵듯이 전 기관이 연결되어 있기에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다룰 수 없다.
민족의 역사 또한 어느 시대나 중요해서 그 우열을 가릴 수는 없지만 그 특색은 달리 나타난다. <아리랑>의 시대는 ‘일제의 식민침탈’이 민족적인 비극의 주요 모순이었다면, <태백산맥>은 그 외세(친일세력의 친미화)와 야합한 민족내분까지 가세해서 식민지 시대에 뒤지지 않는 참극을 겪었기에 남북분단이 고착되어 그 비극이 오늘에도 지속되도록 만든 시기였다.
<한강>은 이미 <태백산맥>에 의하여 주조된 틀에 만들어진 구조로 외세 의존형 독재체제의 연속선상이었다. 따라서 3부작 중 가장 격렬한 민족사적인 비극이 극적으로 연출된 시기가 바로 몸통부분인 <태백산맥>으로, 그 앞의 식민지 시대의 모순을 극복하기는커녕 도리어 더 악화된 형태로 드러난 모양새다.
그 뒤를 이은 <한강>은 이미 식민의식이 유전자로 재생산된 데다 독재와 부정부패의 정치공학이 기교화 되면서 국민 다수가 부정부패와 외세의존에 익숙해져버린 시대의 타락상을 그려주고 있다.
이 3부작에 임하는 일관된 작가의 자세는 단재 신채호의 민족사관적 관점이다. 우리 민족 자주의 주체적인 국민국가의 자주 독립이란 유식자이든 무식자이든 가리지 않고 무의식 속에 잠재해온 영원한 겨레의 이상이다. 그게 <아리랑>에서는 독립투쟁과 친일파의 대결구도로 나타나는데, <태백산맥>에서는 진보적인 민족주의자(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자 포함)와 친일파(친미파까지 포함)의 극한대립으로 변질되어 등장한다.
따라서 친일파의 후계들은 정통적인 독립투쟁의 민족혼을 ‘빨갱이’로 몰아 온갖 비인간적인 잔혹행위를 ‘애국’의 이름으로 자행하게 된다. 이로 말미암아 남북 분단은 ‘영원한 원수’로 정복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 후속세대인 <한강>에 이르면 친미파가 오히려 전면에 나서게 되어 아예 민족의식을 근본적으로 탈색하여 무국적인을 양산해 내는 시대로 바뀌어 버렸다. 따라서 <태백산맥>이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등뼈인 것처럼 소설 또한 민족의 심장과 위장과 폐장을 비롯한 모든 소화기능을 가진 흉부와 복부를 아우르는 민족혼의 불멸의 기관차이자 횃불이다.
이 소설이야말로 남북한은 물론 해외의 모든 우리 겨레가 필독해야할 분단시대의 최고 걸작인 동시에 20세기 세계문학사에서도 유례없는 명작으로 평가받아 마땅할 것이다.
2. <태백산맥>의 지형도-김구의 자세로 민족혼을 아우르다
분단 남북한의 적나라한 갖은 만행과 잔혹성을 현미경과 망원경을 번갈아가며 그 심층과 원경을 고루 바라본 대하소설 <태백산맥>은 전4부 총10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1~3권) 「한의 모닥불」에서 한이란 동학농민전쟁(1894)으로 일본군과 관군에게 당했던 흉악무도한 잔학상으로 맺어진 응어리가 일제 식민기를 겪으면서 굳어져버린 한의 응어리다. 그게 8.15가 풀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가 미 군정과 이승만 정권 아래서 도리어 그 한의 응어리에다 상처를 덧낸 데서 여순시민항쟁(1948.10.19.-10.27)이 발생하여 해원(解冤)하는가 싶었으나 도리어 그 이전의 참상과 똑같은 잔혹한 보복을 당하면서 <태백산맥>은 그 첫 장을 연다.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보성군당(남로당)위원장 염상진을 비롯한 하대치. 안창민 등이 여순항쟁의 기세로 벌교 지역을 장악한 것은 1948년 10월 20일이었으나 불과 사흘을 버티다 진압군에 밀려 조계산 집결을 목표로 퇴각하는 데서 소설은 첫 장을 연다.
정확히는 퇴각 이후의 정보 수집과 거점 확보를 위해 정하섭이 무당 소화네 집으로 잠입하는 게 첫 대목이다. 다시 꺼져버린 한의 응어리는 염상진에 의하여 보성군 율어면을 해방구로 설정하는 개가를 올림(1948.12)으로써 ‘한의 모닥불’이 되어 제1부를 이룬다. 여기서 좌우의 진영은 굳건하게 다져져 동족상잔의 증오감의 정서가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제2부(4~5권) 「민중의 불꽃」은 염상진 등 민족주의 양심세력들이 갈무리한 모닥불 씨가 자라나 대규모 민중항쟁의 불길이 퍼지게 된 1949년 1월부터 9월까지이다.
이 기간에 민중항쟁의 횃불이 오르게 된 배경에는 (1) 농민들에게 오매불망의 꿈이었던 토지개혁이 늑장을 부리는 데다 지주들이 그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기 위해 갖은 술책과 농간을 부리는 데서 일어난 소작농민들의 집단 항의와, (2) 민족사적 과제였던 친일파 청산을 완전 좌절시키기 위해 이승만 정권이 악랄하게 추진했던 국회프락치 사건(반민법을 제정한 소장 국회의원들을 간첩으로 조작, 1949.5월), 500여 군사고문단만 남기고 45,000명의 미군 철수(5. 28),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사무실을 경찰이 습격, 초토화(1949.6.6.), 친일파 숙청 정신의 민족적 지도자 김구 암살(1949.6.29.)로 명실상부한 친일독재 체제가 정착되자 진보세력 단체 133개를 등록 취소(10.19)한다.
이 시기에 빈농들이 요구한 것은 농사지을 논밭이었으나 나라는 도리어 그들을 빨갱이로 몰아대서 대거 빨치산으로 입산한다.
작가 조정래는 여기서 단재 신채호 사관을 실현할 정치 지도자로는 백범 김구를 신뢰하는 입장에 서있다.
하대치와 빨치산이 오르내렸던 제석산 자락에서 바라본 벌교의 모습. 마을 너머로 당시 소작농들이 일구던 들판이 펼쳐지고, 벌교읍을 가로지르는 물줄기에는 소설 속 소화다리가 그대로 남아있다.
제3부(6~7권) 「분단과 전쟁」은 이미 내연된 남북 분쟁의 증오심이 전쟁 발발의 낌새를 보이기 시작한 1949년 10월부터 한국전쟁의 발발, 이로 말미암은 빨치산 세력의 벌교 재점령, 미국을 비롯한 유엔군 참전과 이에 따른 중국의 항미원조(抗美援朝) 인민해방군 파견 등으로 한국군의 북진과 후퇴의 시소게임에서 빨치산 세력이 다시 입산하여 그 이전부터의 구 빨치산과 이때 생긴 신 빨치산의 공존기가 된다.
그러나 이미 전선이 교착상태에 빠져버려 1950년 12월이면 빨치산조차도 남북 왕래가 어려워져 고립상태가 되는 시기까지를 제3부는 다루고 있다.
제4부(8~10권) 「전쟁과 분단」은 1951년 전쟁이 남북분단을 더욱 굳게 만들어버려 1950년 12월에 북이 내린 지령서가 이듬해인 1951년 10월에 빨치산에게 전달될 정도로 빨치산의 위기와 한국전쟁 휴전(1953.7.27.) 직후까지를 시대적인 배경으로 삼는다.
북이 당의 명의로 수시로 내리는 명령서는 이미 빨치산의 현장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듯한 전략과 인사문제로 겉도는 정도가 아니라 도리어 위기를 가중시키기 예사였다.
그런 속에서도 염상진-하대치 라인은 굳건히 버텼으나 1951년 11월 벤프리드 미 8군사령관이 빨치산 소탕령을 위해 야전 전투 사령부 편성을 지시해 백선엽이 사령관을 맡음으로써 빨치산은 호된 된서리를 맞는다.
이런 전쟁의 참극 속에서도 정치세력은 부정부패의 극한치를 내달리며 집권 연장을 위해서는 온갖 조작 짓을 멈추지 않았고, 민주주의나 자유를 외치는 세력에게는 빨갱이 조작과 테러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고립당한 빨치산들은 남북 그 어느 쪽에서도 구출할 생각이 없어서 그대로 죽는 길밖에 없었다. 이제 남북 지도자들은 그들 앞에 함께 서서 그 원혼을 달래줄 수는 없을까? 그래서 어둠 속에서 사라진 하대치가 그 후 어떻게 살았을까 답해 줄 수는 없을까?
3. 맺는 말 - <태백산맥>의 현대적 의의
20세기 세계문학사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의 하나인 <태백산맥>은 분단시대 우리 민족의 정신사적인 지주이자 상식과 교양의 교과서이다.
이 소설을 읽지 않고는 누구도 우리 시대의 민족문제나 정치 경제 사회는 물론 신앙이나 언론 등은 물론이고 사랑을 비롯한 윤리도덕을 함부로 거론하지 마시라. 이 소설은 분단시대 한국인의 민족생활 대백화사전이다. 여기에는 우리 민족의 모든 인간상들이 망라되어 있는 데다 그들의 생각과 행동이 다 담겨 있어 읽고 나면 저절로 인간답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를 터득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태백산맥>은 민족의 윤리교범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행복한 삶인가를 이 소설은 이렇게 묘사해 준다.
정치를 하려면, 상업을 하려면, 학자가 되려면, 아니 종교인이 되려면 먼저 이 소설을 보라. 거기에 길이 있다. 인간의 행복을 이룩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다. <태백산맥>이야말로 인간 세상의 모든 사랑의 백과사전이다.
사람다움이란? 그들에게 관리나 나라는 어떻게 했을까?
이 소설이 박경리의 <토지>처럼 소설 원본 그대로 TV 연속극으로 방영될 수 있어야 한국의 민주주의는 완성될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하여 우리 민족을 침탈했던 일본을 비롯한 제국주의 세력들과 사회제국주의 나라들의 정치인을 감동시켜 남북의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를 정착하여 동아시아의 평화를 이룩하는 바탕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태백산맥>이 완전 영화화가 되도록 서명운동을 전개하자.
임헌영 문학평론가·민족문제연구소장·서울디지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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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 임헌영의 제안…‘태백산맥’의 대중적인 이해를 위한 접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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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11-07 21:40:46
- 수정2021-11-07 21:41:00
1. 단재 신채호의 민족사관으로 본 민족사 100년의 조감도
올해 2021년은 소설 <태백산맥>의 뿌리인 여순시민항쟁의 원혼을 달랠 ‘여순사건특별법’이 국회를 통과(2021.6.29.)한 해다.
<태백산맥>은 조정래 작가의 근현대 민족사 100여년을 다룬 3부작의 몸통부분에 해당한다. 제 1부작인 <아리랑>이 개화기부터 일제 식민지시기를 다룬 상체라면, 제 2부 <태백산맥>은 8.15 전후부터 한국전쟁과 휴전(1953.7) 직후까지를 다룬 몸통이고, 제 3부 <한강>은 그 이후부터 광주시민항쟁(1980.5) 전야까지를 다룬 하체에 해당된다.
인간의 신체구조는 손톱 밑의 가시 하나의 아픔도 견디기 어렵듯이 전 기관이 연결되어 있기에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다룰 수 없다.
민족의 역사 또한 어느 시대나 중요해서 그 우열을 가릴 수는 없지만 그 특색은 달리 나타난다. <아리랑>의 시대는 ‘일제의 식민침탈’이 민족적인 비극의 주요 모순이었다면, <태백산맥>은 그 외세(친일세력의 친미화)와 야합한 민족내분까지 가세해서 식민지 시대에 뒤지지 않는 참극을 겪었기에 남북분단이 고착되어 그 비극이 오늘에도 지속되도록 만든 시기였다.
<한강>은 이미 <태백산맥>에 의하여 주조된 틀에 만들어진 구조로 외세 의존형 독재체제의 연속선상이었다. 따라서 3부작 중 가장 격렬한 민족사적인 비극이 극적으로 연출된 시기가 바로 몸통부분인 <태백산맥>으로, 그 앞의 식민지 시대의 모순을 극복하기는커녕 도리어 더 악화된 형태로 드러난 모양새다.
그 뒤를 이은 <한강>은 이미 식민의식이 유전자로 재생산된 데다 독재와 부정부패의 정치공학이 기교화 되면서 국민 다수가 부정부패와 외세의존에 익숙해져버린 시대의 타락상을 그려주고 있다.
이 3부작에 임하는 일관된 작가의 자세는 단재 신채호의 민족사관적 관점이다. 우리 민족 자주의 주체적인 국민국가의 자주 독립이란 유식자이든 무식자이든 가리지 않고 무의식 속에 잠재해온 영원한 겨레의 이상이다. 그게 <아리랑>에서는 독립투쟁과 친일파의 대결구도로 나타나는데, <태백산맥>에서는 진보적인 민족주의자(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자 포함)와 친일파(친미파까지 포함)의 극한대립으로 변질되어 등장한다.
따라서 친일파의 후계들은 정통적인 독립투쟁의 민족혼을 ‘빨갱이’로 몰아 온갖 비인간적인 잔혹행위를 ‘애국’의 이름으로 자행하게 된다. 이로 말미암아 남북 분단은 ‘영원한 원수’로 정복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 후속세대인 <한강>에 이르면 친미파가 오히려 전면에 나서게 되어 아예 민족의식을 근본적으로 탈색하여 무국적인을 양산해 내는 시대로 바뀌어 버렸다. 따라서 <태백산맥>이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등뼈인 것처럼 소설 또한 민족의 심장과 위장과 폐장을 비롯한 모든 소화기능을 가진 흉부와 복부를 아우르는 민족혼의 불멸의 기관차이자 횃불이다.
이 소설이야말로 남북한은 물론 해외의 모든 우리 겨레가 필독해야할 분단시대의 최고 걸작인 동시에 20세기 세계문학사에서도 유례없는 명작으로 평가받아 마땅할 것이다.
2. <태백산맥>의 지형도-김구의 자세로 민족혼을 아우르다
분단 남북한의 적나라한 갖은 만행과 잔혹성을 현미경과 망원경을 번갈아가며 그 심층과 원경을 고루 바라본 대하소설 <태백산맥>은 전4부 총10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1~3권) 「한의 모닥불」에서 한이란 동학농민전쟁(1894)으로 일본군과 관군에게 당했던 흉악무도한 잔학상으로 맺어진 응어리가 일제 식민기를 겪으면서 굳어져버린 한의 응어리다. 그게 8.15가 풀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가 미 군정과 이승만 정권 아래서 도리어 그 한의 응어리에다 상처를 덧낸 데서 여순시민항쟁(1948.10.19.-10.27)이 발생하여 해원(解冤)하는가 싶었으나 도리어 그 이전의 참상과 똑같은 잔혹한 보복을 당하면서 <태백산맥>은 그 첫 장을 연다.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보성군당(남로당)위원장 염상진을 비롯한 하대치. 안창민 등이 여순항쟁의 기세로 벌교 지역을 장악한 것은 1948년 10월 20일이었으나 불과 사흘을 버티다 진압군에 밀려 조계산 집결을 목표로 퇴각하는 데서 소설은 첫 장을 연다.
정확히는 퇴각 이후의 정보 수집과 거점 확보를 위해 정하섭이 무당 소화네 집으로 잠입하는 게 첫 대목이다. 다시 꺼져버린 한의 응어리는 염상진에 의하여 보성군 율어면을 해방구로 설정하는 개가를 올림(1948.12)으로써 ‘한의 모닥불’이 되어 제1부를 이룬다. 여기서 좌우의 진영은 굳건하게 다져져 동족상잔의 증오감의 정서가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제2부(4~5권) 「민중의 불꽃」은 염상진 등 민족주의 양심세력들이 갈무리한 모닥불 씨가 자라나 대규모 민중항쟁의 불길이 퍼지게 된 1949년 1월부터 9월까지이다.
이 기간에 민중항쟁의 횃불이 오르게 된 배경에는 (1) 농민들에게 오매불망의 꿈이었던 토지개혁이 늑장을 부리는 데다 지주들이 그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기 위해 갖은 술책과 농간을 부리는 데서 일어난 소작농민들의 집단 항의와, (2) 민족사적 과제였던 친일파 청산을 완전 좌절시키기 위해 이승만 정권이 악랄하게 추진했던 국회프락치 사건(반민법을 제정한 소장 국회의원들을 간첩으로 조작, 1949.5월), 500여 군사고문단만 남기고 45,000명의 미군 철수(5. 28),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사무실을 경찰이 습격, 초토화(1949.6.6.), 친일파 숙청 정신의 민족적 지도자 김구 암살(1949.6.29.)로 명실상부한 친일독재 체제가 정착되자 진보세력 단체 133개를 등록 취소(10.19)한다.
이 시기에 빈농들이 요구한 것은 농사지을 논밭이었으나 나라는 도리어 그들을 빨갱이로 몰아대서 대거 빨치산으로 입산한다.
작가 조정래는 여기서 단재 신채호 사관을 실현할 정치 지도자로는 백범 김구를 신뢰하는 입장에 서있다.
제3부(6~7권) 「분단과 전쟁」은 이미 내연된 남북 분쟁의 증오심이 전쟁 발발의 낌새를 보이기 시작한 1949년 10월부터 한국전쟁의 발발, 이로 말미암은 빨치산 세력의 벌교 재점령, 미국을 비롯한 유엔군 참전과 이에 따른 중국의 항미원조(抗美援朝) 인민해방군 파견 등으로 한국군의 북진과 후퇴의 시소게임에서 빨치산 세력이 다시 입산하여 그 이전부터의 구 빨치산과 이때 생긴 신 빨치산의 공존기가 된다.
그러나 이미 전선이 교착상태에 빠져버려 1950년 12월이면 빨치산조차도 남북 왕래가 어려워져 고립상태가 되는 시기까지를 제3부는 다루고 있다.
제4부(8~10권) 「전쟁과 분단」은 1951년 전쟁이 남북분단을 더욱 굳게 만들어버려 1950년 12월에 북이 내린 지령서가 이듬해인 1951년 10월에 빨치산에게 전달될 정도로 빨치산의 위기와 한국전쟁 휴전(1953.7.27.) 직후까지를 시대적인 배경으로 삼는다.
북이 당의 명의로 수시로 내리는 명령서는 이미 빨치산의 현장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듯한 전략과 인사문제로 겉도는 정도가 아니라 도리어 위기를 가중시키기 예사였다.
그런 속에서도 염상진-하대치 라인은 굳건히 버텼으나 1951년 11월 벤프리드 미 8군사령관이 빨치산 소탕령을 위해 야전 전투 사령부 편성을 지시해 백선엽이 사령관을 맡음으로써 빨치산은 호된 된서리를 맞는다.
이런 전쟁의 참극 속에서도 정치세력은 부정부패의 극한치를 내달리며 집권 연장을 위해서는 온갖 조작 짓을 멈추지 않았고, 민주주의나 자유를 외치는 세력에게는 빨갱이 조작과 테러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고립당한 빨치산들은 남북 그 어느 쪽에서도 구출할 생각이 없어서 그대로 죽는 길밖에 없었다. 이제 남북 지도자들은 그들 앞에 함께 서서 그 원혼을 달래줄 수는 없을까? 그래서 어둠 속에서 사라진 하대치가 그 후 어떻게 살았을까 답해 줄 수는 없을까?
3. 맺는 말 - <태백산맥>의 현대적 의의
20세기 세계문학사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의 하나인 <태백산맥>은 분단시대 우리 민족의 정신사적인 지주이자 상식과 교양의 교과서이다.
이 소설을 읽지 않고는 누구도 우리 시대의 민족문제나 정치 경제 사회는 물론 신앙이나 언론 등은 물론이고 사랑을 비롯한 윤리도덕을 함부로 거론하지 마시라. 이 소설은 분단시대 한국인의 민족생활 대백화사전이다. 여기에는 우리 민족의 모든 인간상들이 망라되어 있는 데다 그들의 생각과 행동이 다 담겨 있어 읽고 나면 저절로 인간답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를 터득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태백산맥>은 민족의 윤리교범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행복한 삶인가를 이 소설은 이렇게 묘사해 준다.
정치를 하려면, 상업을 하려면, 학자가 되려면, 아니 종교인이 되려면 먼저 이 소설을 보라. 거기에 길이 있다. 인간의 행복을 이룩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다. <태백산맥>이야말로 인간 세상의 모든 사랑의 백과사전이다.
사람다움이란? 그들에게 관리나 나라는 어떻게 했을까?
이 소설이 박경리의 <토지>처럼 소설 원본 그대로 TV 연속극으로 방영될 수 있어야 한국의 민주주의는 완성될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하여 우리 민족을 침탈했던 일본을 비롯한 제국주의 세력들과 사회제국주의 나라들의 정치인을 감동시켜 남북의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를 정착하여 동아시아의 평화를 이룩하는 바탕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태백산맥>이 완전 영화화가 되도록 서명운동을 전개하자.
임헌영 문학평론가·민족문제연구소장·서울디지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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