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헤이, 우리 소풍 간다’ 백민석 작가 “읽기 어려운 소설, 개정판 읽어주시길”
입력 2021.12.19 (21:37)
수정 2021.12.26 (07:2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백민석 / 소설가
Q. <헤이, 우리 소풍 간다>는 어떤 소설?
<헤이, 우리 소풍 간다>는 저의 첫 책이고요. 아마 제가 지금까지 써왔던 모든 소설들의 아마 뿌리가 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을 해요. 거기 <헤이, 우리 소풍 간다>에 나온 그런 어떤 폭력적인 것들은 나중에 <목화밭 엽기전>이나 <플라스틱맨> 같은 그런 범죄소설들에 쓰였고, 그 다음에 자전적인 부분들은 나중에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이나 <불쌍한 꼬마 한스> 이런 데 쓰였고요. 그 다음에 어떤 웃음 코드 같은 게 있어요. 음악에 대한 것이나 이런 거는 <버스킹>이나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 같은 그런 작품들에 계속 이어지거든요. 그러니까 <헤이, 우리 소풍 간다>는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원천 같은, 뿌리 같은 그런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만화영화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유는?
제가 그 작품을 쓸 당시에 저를 어떻게 가장 잘 설명할 수 있겠는가, 저희 세대를. 소설을 쓸 당시에 제가 20대 초중반이었으니까 저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하다 보니까 유년 시절에 제가 즐겨 보던 만화 영화들이 떠올랐고요. 그런 것들이 아마 제 삶에도 많은 영향을 줬을 테니까, 그거 가지고 한번 소설을 써보자 이렇게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딱따구리 좋아하셨나요?) 예. 거의 매주마다 봤던 기억이 나요. 문화적인 충격 같은 거죠. 그러니까 그때 제가 살던 무허가 판자촌에는 텔레비전 자체가 별로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컬러 방송 시작이 되더라고요. 근데 그게 마침 1981년이었고, 그때가 시절이 독재니 뭐니 해서 굉장히 억압적인 사회였잖아요. 거기서 갑자기 그 억압적인 분위기가 전혀 다른 컬러방송이 시작되고 거기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우리 같은 어린아이들은 더 특히, 그래서 이 있는 집마다 쫓아다니면서 그런 은하철도 999나 아니면 딱따구리나 이런 걸 보고 그랬던 것이 저희한테 많은 영향을 끼쳤을 거다, 우리 삶에도 제 삶에도.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만화영화라는 게 실제 어떤 대상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텔레비전에 나오는, 제가 소설 속에서 표현했듯이 그냥 빛의 점, 브라운관에 표시되는 그런 빛의 점인데, 거기에 그런 허상에 우리 자신을 감정이입하고, 우리 자신과 동일시하고 이랬던 그 어떤 순간들, 그런 것들이 결국에는 나중에 우리의 전반적인 문화적인 그런 결과를 형성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요즘 세대 같은 경우에는 이제 그게 카톡이라든지 아니면 뭐 스마트폰이라든지 이런 거로 인스타그램, 트위터 이런 거로 형성이 되겠죠. 그런데 그 역할을 지금의 카톡이나 트위터나 이런 것들이 형성하고 있는 게 저희한테는 그게 만화영화였던 겁니다.
Q. 등장인물이 보는 환상은 굉장히 어둡고 음울한데?
주인공들이 환상을 보고, 환상적인 것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현실이 너무 추악하고 너무 좀 어둡고 무거웠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실제로 제가 살았던, 이 책 안에 나오는 게 80년대에 동네에 있던 조금 껄렁껄렁한 그런 사람들이 다 잡혀서 훈련소 들어가고 삼청교육대 같은 데 들어가고 실제로 우리 동네에 다 있었던 거예요.
그 다음에 다 무허가촌이었으니까 사람들이 다 못살고, 그리고 생활이 아주 굉장히 암담했었는데, 그 와중에 가장 환상적인 컬러 텔레비전에 나오는, 우리나라 영화도 아니고 우리나라 만화영화도 아니고 미국의 만화 영화들이 어린아이들의 삶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죠. 현실은 너무나 암울한데 환상은, 만화 영화는 너무나 화려하고 멋있으니까. 그 간격이 넓어질수록 현실과 환상의 간격이 넓고 깊어질수록 환상이 더 심해지는 거죠, 아이들한테는.
역사적인 사건들 아니면 역사적인 상황, 이런 것들이 다 등장인물들의 삶에 다 영향을 주지 않았던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를테면 (소설 속) 안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전교조 얘기거든요. 실제로 제가 고등학교 때 배웠던 선생님의 어떤 모습을 따온 부분들이 약간 들어와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다 영향을 줬겠죠. 그분들은 전교조 하다가 실제로 학교에서 해직을 당했었으니까 그때 제가 학교 학창시절 때. 그런 것들이 다 영향을 주고 또 그런 일들을 제가 겪었기 때문에 그거 가지고 소설을 썼으니까 그렇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하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리얼리즘적으로 다루지 않은 거죠, 1980년대를. 그 전에 있었던 리얼리즘의 방식으로 1980년대 사건들을 다루지 않은 겁니다. 제가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뭐냐면 이제는 정보가 너무나 개방되었기 때문에 굳이 소설을 읽지 않아도 1980년대에 대한 자료들을 굉장히 많이 찾을 수 있어요. 인터넷을 검색한다든가 아니면 그냥 책으로도 많이 나와 있고 그러니까 굳이 소설에서 그걸 직접적으로 리얼리즘적으로 그걸 다룰 필요가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이걸 쓸 때도 그 생각을 했었고 지금까지도 똑같은 생각을 해요.
<작가가 뽑은 한 문장>
되새김질하고 싶지만 되새김질할 만큼 좋았던 시절이 우리에게는 존재치 않았다는 걸...
Q. 소설에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었는지?
되새김질하고 싶지만 되새김질할 만큼 좋았던 시절이 우리한테 없었던 거라는 걸 제가 여기서 말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어린 시절이, 제가 겪었던 어린 시절이 그렇게 아름답거나 즐겁거나 좋지 않았다, 좋지만은 않았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살던 데서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어서 이 근처로 이사를 왔는데 기분이 하나도 안 좋더라고요. 여기를 천천히 걸어 다니면서 제가 어렸을 때 살았던 곳을 이렇게 빙 둘러봤는데도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더라고요. 점점 더 우울해지더라고요. 어렸을 때가 자꾸 기억이 나서. 그래서 다시 또 이사 갔어요, 다른 동네로.
거창한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제 눈에 보여지는 걸 제가 그리고 싶은 것 같아요. 세상을 가감 없이, 세상을 미화시키지도 않고 그 다음에 세상을 일부러 추하게 만들지도 않고 그냥 제 눈에 보이는, 가감 없는 세상을 제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그리고 싶은데 그 결과들이 하나같이 좀 어둡죠. 어둡고 추하고 폭력적이고 이렇게 되는 것 같아요.
Q. <헤이, 우리 소풍 간다>를 읽을 독자들에게
이 책은 읽기가 조금 너무 어려우니까 내년에 개정판이 나와요. 읽기 쉽게 만든, 지금 제가 다시 쓰고 있거든요. 개정판이 나오니까 개정판을 읽어봐 주시면 너무 감사하겠고요. 그 다음에 세대를 이해하고 싶다면 만약 저희 세대, 지금 1970년대 생, 그리고 그때 저희가 신세대라고 불렸어요. 저희 나중에 X세대, MZ세대 이런 세대들이 나왔는데 그때 저희가 신세대라고 불렸으니까, 아마 세대론 중에 첫 번째 주자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그 세대를 이해하고 싶다고 생각을 한다면 읽어봐 주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편집 : 송은혜
Q. <헤이, 우리 소풍 간다>는 어떤 소설?
<헤이, 우리 소풍 간다>는 저의 첫 책이고요. 아마 제가 지금까지 써왔던 모든 소설들의 아마 뿌리가 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을 해요. 거기 <헤이, 우리 소풍 간다>에 나온 그런 어떤 폭력적인 것들은 나중에 <목화밭 엽기전>이나 <플라스틱맨> 같은 그런 범죄소설들에 쓰였고, 그 다음에 자전적인 부분들은 나중에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이나 <불쌍한 꼬마 한스> 이런 데 쓰였고요. 그 다음에 어떤 웃음 코드 같은 게 있어요. 음악에 대한 것이나 이런 거는 <버스킹>이나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 같은 그런 작품들에 계속 이어지거든요. 그러니까 <헤이, 우리 소풍 간다>는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원천 같은, 뿌리 같은 그런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만화영화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유는?
제가 그 작품을 쓸 당시에 저를 어떻게 가장 잘 설명할 수 있겠는가, 저희 세대를. 소설을 쓸 당시에 제가 20대 초중반이었으니까 저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하다 보니까 유년 시절에 제가 즐겨 보던 만화 영화들이 떠올랐고요. 그런 것들이 아마 제 삶에도 많은 영향을 줬을 테니까, 그거 가지고 한번 소설을 써보자 이렇게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딱따구리 좋아하셨나요?) 예. 거의 매주마다 봤던 기억이 나요. 문화적인 충격 같은 거죠. 그러니까 그때 제가 살던 무허가 판자촌에는 텔레비전 자체가 별로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컬러 방송 시작이 되더라고요. 근데 그게 마침 1981년이었고, 그때가 시절이 독재니 뭐니 해서 굉장히 억압적인 사회였잖아요. 거기서 갑자기 그 억압적인 분위기가 전혀 다른 컬러방송이 시작되고 거기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우리 같은 어린아이들은 더 특히, 그래서 이 있는 집마다 쫓아다니면서 그런 은하철도 999나 아니면 딱따구리나 이런 걸 보고 그랬던 것이 저희한테 많은 영향을 끼쳤을 거다, 우리 삶에도 제 삶에도.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만화영화라는 게 실제 어떤 대상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텔레비전에 나오는, 제가 소설 속에서 표현했듯이 그냥 빛의 점, 브라운관에 표시되는 그런 빛의 점인데, 거기에 그런 허상에 우리 자신을 감정이입하고, 우리 자신과 동일시하고 이랬던 그 어떤 순간들, 그런 것들이 결국에는 나중에 우리의 전반적인 문화적인 그런 결과를 형성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요즘 세대 같은 경우에는 이제 그게 카톡이라든지 아니면 뭐 스마트폰이라든지 이런 거로 인스타그램, 트위터 이런 거로 형성이 되겠죠. 그런데 그 역할을 지금의 카톡이나 트위터나 이런 것들이 형성하고 있는 게 저희한테는 그게 만화영화였던 겁니다.
Q. 등장인물이 보는 환상은 굉장히 어둡고 음울한데?
주인공들이 환상을 보고, 환상적인 것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현실이 너무 추악하고 너무 좀 어둡고 무거웠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실제로 제가 살았던, 이 책 안에 나오는 게 80년대에 동네에 있던 조금 껄렁껄렁한 그런 사람들이 다 잡혀서 훈련소 들어가고 삼청교육대 같은 데 들어가고 실제로 우리 동네에 다 있었던 거예요.
그 다음에 다 무허가촌이었으니까 사람들이 다 못살고, 그리고 생활이 아주 굉장히 암담했었는데, 그 와중에 가장 환상적인 컬러 텔레비전에 나오는, 우리나라 영화도 아니고 우리나라 만화영화도 아니고 미국의 만화 영화들이 어린아이들의 삶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죠. 현실은 너무나 암울한데 환상은, 만화 영화는 너무나 화려하고 멋있으니까. 그 간격이 넓어질수록 현실과 환상의 간격이 넓고 깊어질수록 환상이 더 심해지는 거죠, 아이들한테는.
역사적인 사건들 아니면 역사적인 상황, 이런 것들이 다 등장인물들의 삶에 다 영향을 주지 않았던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를테면 (소설 속) 안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전교조 얘기거든요. 실제로 제가 고등학교 때 배웠던 선생님의 어떤 모습을 따온 부분들이 약간 들어와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다 영향을 줬겠죠. 그분들은 전교조 하다가 실제로 학교에서 해직을 당했었으니까 그때 제가 학교 학창시절 때. 그런 것들이 다 영향을 주고 또 그런 일들을 제가 겪었기 때문에 그거 가지고 소설을 썼으니까 그렇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하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리얼리즘적으로 다루지 않은 거죠, 1980년대를. 그 전에 있었던 리얼리즘의 방식으로 1980년대 사건들을 다루지 않은 겁니다. 제가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뭐냐면 이제는 정보가 너무나 개방되었기 때문에 굳이 소설을 읽지 않아도 1980년대에 대한 자료들을 굉장히 많이 찾을 수 있어요. 인터넷을 검색한다든가 아니면 그냥 책으로도 많이 나와 있고 그러니까 굳이 소설에서 그걸 직접적으로 리얼리즘적으로 그걸 다룰 필요가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이걸 쓸 때도 그 생각을 했었고 지금까지도 똑같은 생각을 해요.
<작가가 뽑은 한 문장>
되새김질하고 싶지만 되새김질할 만큼 좋았던 시절이 우리에게는 존재치 않았다는 걸...
Q. 소설에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었는지?
되새김질하고 싶지만 되새김질할 만큼 좋았던 시절이 우리한테 없었던 거라는 걸 제가 여기서 말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어린 시절이, 제가 겪었던 어린 시절이 그렇게 아름답거나 즐겁거나 좋지 않았다, 좋지만은 않았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살던 데서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어서 이 근처로 이사를 왔는데 기분이 하나도 안 좋더라고요. 여기를 천천히 걸어 다니면서 제가 어렸을 때 살았던 곳을 이렇게 빙 둘러봤는데도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더라고요. 점점 더 우울해지더라고요. 어렸을 때가 자꾸 기억이 나서. 그래서 다시 또 이사 갔어요, 다른 동네로.
거창한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제 눈에 보여지는 걸 제가 그리고 싶은 것 같아요. 세상을 가감 없이, 세상을 미화시키지도 않고 그 다음에 세상을 일부러 추하게 만들지도 않고 그냥 제 눈에 보이는, 가감 없는 세상을 제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그리고 싶은데 그 결과들이 하나같이 좀 어둡죠. 어둡고 추하고 폭력적이고 이렇게 되는 것 같아요.
Q. <헤이, 우리 소풍 간다>를 읽을 독자들에게
이 책은 읽기가 조금 너무 어려우니까 내년에 개정판이 나와요. 읽기 쉽게 만든, 지금 제가 다시 쓰고 있거든요. 개정판이 나오니까 개정판을 읽어봐 주시면 너무 감사하겠고요. 그 다음에 세대를 이해하고 싶다면 만약 저희 세대, 지금 1970년대 생, 그리고 그때 저희가 신세대라고 불렸어요. 저희 나중에 X세대, MZ세대 이런 세대들이 나왔는데 그때 저희가 신세대라고 불렸으니까, 아마 세대론 중에 첫 번째 주자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그 세대를 이해하고 싶다고 생각을 한다면 읽어봐 주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편집 : 송은혜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인터뷰] ‘헤이, 우리 소풍 간다’ 백민석 작가 “읽기 어려운 소설, 개정판 읽어주시길”
-
- 입력 2021-12-19 21:37:14
- 수정2021-12-26 07:26:45
백민석 / 소설가
Q. <헤이, 우리 소풍 간다>는 어떤 소설?
<헤이, 우리 소풍 간다>는 저의 첫 책이고요. 아마 제가 지금까지 써왔던 모든 소설들의 아마 뿌리가 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을 해요. 거기 <헤이, 우리 소풍 간다>에 나온 그런 어떤 폭력적인 것들은 나중에 <목화밭 엽기전>이나 <플라스틱맨> 같은 그런 범죄소설들에 쓰였고, 그 다음에 자전적인 부분들은 나중에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이나 <불쌍한 꼬마 한스> 이런 데 쓰였고요. 그 다음에 어떤 웃음 코드 같은 게 있어요. 음악에 대한 것이나 이런 거는 <버스킹>이나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 같은 그런 작품들에 계속 이어지거든요. 그러니까 <헤이, 우리 소풍 간다>는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원천 같은, 뿌리 같은 그런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만화영화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유는?
제가 그 작품을 쓸 당시에 저를 어떻게 가장 잘 설명할 수 있겠는가, 저희 세대를. 소설을 쓸 당시에 제가 20대 초중반이었으니까 저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하다 보니까 유년 시절에 제가 즐겨 보던 만화 영화들이 떠올랐고요. 그런 것들이 아마 제 삶에도 많은 영향을 줬을 테니까, 그거 가지고 한번 소설을 써보자 이렇게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딱따구리 좋아하셨나요?) 예. 거의 매주마다 봤던 기억이 나요. 문화적인 충격 같은 거죠. 그러니까 그때 제가 살던 무허가 판자촌에는 텔레비전 자체가 별로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컬러 방송 시작이 되더라고요. 근데 그게 마침 1981년이었고, 그때가 시절이 독재니 뭐니 해서 굉장히 억압적인 사회였잖아요. 거기서 갑자기 그 억압적인 분위기가 전혀 다른 컬러방송이 시작되고 거기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우리 같은 어린아이들은 더 특히, 그래서 이 있는 집마다 쫓아다니면서 그런 은하철도 999나 아니면 딱따구리나 이런 걸 보고 그랬던 것이 저희한테 많은 영향을 끼쳤을 거다, 우리 삶에도 제 삶에도.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만화영화라는 게 실제 어떤 대상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텔레비전에 나오는, 제가 소설 속에서 표현했듯이 그냥 빛의 점, 브라운관에 표시되는 그런 빛의 점인데, 거기에 그런 허상에 우리 자신을 감정이입하고, 우리 자신과 동일시하고 이랬던 그 어떤 순간들, 그런 것들이 결국에는 나중에 우리의 전반적인 문화적인 그런 결과를 형성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요즘 세대 같은 경우에는 이제 그게 카톡이라든지 아니면 뭐 스마트폰이라든지 이런 거로 인스타그램, 트위터 이런 거로 형성이 되겠죠. 그런데 그 역할을 지금의 카톡이나 트위터나 이런 것들이 형성하고 있는 게 저희한테는 그게 만화영화였던 겁니다.
Q. 등장인물이 보는 환상은 굉장히 어둡고 음울한데?
주인공들이 환상을 보고, 환상적인 것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현실이 너무 추악하고 너무 좀 어둡고 무거웠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실제로 제가 살았던, 이 책 안에 나오는 게 80년대에 동네에 있던 조금 껄렁껄렁한 그런 사람들이 다 잡혀서 훈련소 들어가고 삼청교육대 같은 데 들어가고 실제로 우리 동네에 다 있었던 거예요.
그 다음에 다 무허가촌이었으니까 사람들이 다 못살고, 그리고 생활이 아주 굉장히 암담했었는데, 그 와중에 가장 환상적인 컬러 텔레비전에 나오는, 우리나라 영화도 아니고 우리나라 만화영화도 아니고 미국의 만화 영화들이 어린아이들의 삶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죠. 현실은 너무나 암울한데 환상은, 만화 영화는 너무나 화려하고 멋있으니까. 그 간격이 넓어질수록 현실과 환상의 간격이 넓고 깊어질수록 환상이 더 심해지는 거죠, 아이들한테는.
역사적인 사건들 아니면 역사적인 상황, 이런 것들이 다 등장인물들의 삶에 다 영향을 주지 않았던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를테면 (소설 속) 안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전교조 얘기거든요. 실제로 제가 고등학교 때 배웠던 선생님의 어떤 모습을 따온 부분들이 약간 들어와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다 영향을 줬겠죠. 그분들은 전교조 하다가 실제로 학교에서 해직을 당했었으니까 그때 제가 학교 학창시절 때. 그런 것들이 다 영향을 주고 또 그런 일들을 제가 겪었기 때문에 그거 가지고 소설을 썼으니까 그렇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하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리얼리즘적으로 다루지 않은 거죠, 1980년대를. 그 전에 있었던 리얼리즘의 방식으로 1980년대 사건들을 다루지 않은 겁니다. 제가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뭐냐면 이제는 정보가 너무나 개방되었기 때문에 굳이 소설을 읽지 않아도 1980년대에 대한 자료들을 굉장히 많이 찾을 수 있어요. 인터넷을 검색한다든가 아니면 그냥 책으로도 많이 나와 있고 그러니까 굳이 소설에서 그걸 직접적으로 리얼리즘적으로 그걸 다룰 필요가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이걸 쓸 때도 그 생각을 했었고 지금까지도 똑같은 생각을 해요.
<작가가 뽑은 한 문장>
되새김질하고 싶지만 되새김질할 만큼 좋았던 시절이 우리에게는 존재치 않았다는 걸...
Q. 소설에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었는지?
되새김질하고 싶지만 되새김질할 만큼 좋았던 시절이 우리한테 없었던 거라는 걸 제가 여기서 말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어린 시절이, 제가 겪었던 어린 시절이 그렇게 아름답거나 즐겁거나 좋지 않았다, 좋지만은 않았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살던 데서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어서 이 근처로 이사를 왔는데 기분이 하나도 안 좋더라고요. 여기를 천천히 걸어 다니면서 제가 어렸을 때 살았던 곳을 이렇게 빙 둘러봤는데도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더라고요. 점점 더 우울해지더라고요. 어렸을 때가 자꾸 기억이 나서. 그래서 다시 또 이사 갔어요, 다른 동네로.
거창한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제 눈에 보여지는 걸 제가 그리고 싶은 것 같아요. 세상을 가감 없이, 세상을 미화시키지도 않고 그 다음에 세상을 일부러 추하게 만들지도 않고 그냥 제 눈에 보이는, 가감 없는 세상을 제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그리고 싶은데 그 결과들이 하나같이 좀 어둡죠. 어둡고 추하고 폭력적이고 이렇게 되는 것 같아요.
Q. <헤이, 우리 소풍 간다>를 읽을 독자들에게
이 책은 읽기가 조금 너무 어려우니까 내년에 개정판이 나와요. 읽기 쉽게 만든, 지금 제가 다시 쓰고 있거든요. 개정판이 나오니까 개정판을 읽어봐 주시면 너무 감사하겠고요. 그 다음에 세대를 이해하고 싶다면 만약 저희 세대, 지금 1970년대 생, 그리고 그때 저희가 신세대라고 불렸어요. 저희 나중에 X세대, MZ세대 이런 세대들이 나왔는데 그때 저희가 신세대라고 불렸으니까, 아마 세대론 중에 첫 번째 주자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그 세대를 이해하고 싶다고 생각을 한다면 읽어봐 주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편집 : 송은혜
Q. <헤이, 우리 소풍 간다>는 어떤 소설?
<헤이, 우리 소풍 간다>는 저의 첫 책이고요. 아마 제가 지금까지 써왔던 모든 소설들의 아마 뿌리가 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을 해요. 거기 <헤이, 우리 소풍 간다>에 나온 그런 어떤 폭력적인 것들은 나중에 <목화밭 엽기전>이나 <플라스틱맨> 같은 그런 범죄소설들에 쓰였고, 그 다음에 자전적인 부분들은 나중에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이나 <불쌍한 꼬마 한스> 이런 데 쓰였고요. 그 다음에 어떤 웃음 코드 같은 게 있어요. 음악에 대한 것이나 이런 거는 <버스킹>이나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 같은 그런 작품들에 계속 이어지거든요. 그러니까 <헤이, 우리 소풍 간다>는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원천 같은, 뿌리 같은 그런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만화영화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유는?
제가 그 작품을 쓸 당시에 저를 어떻게 가장 잘 설명할 수 있겠는가, 저희 세대를. 소설을 쓸 당시에 제가 20대 초중반이었으니까 저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하다 보니까 유년 시절에 제가 즐겨 보던 만화 영화들이 떠올랐고요. 그런 것들이 아마 제 삶에도 많은 영향을 줬을 테니까, 그거 가지고 한번 소설을 써보자 이렇게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딱따구리 좋아하셨나요?) 예. 거의 매주마다 봤던 기억이 나요. 문화적인 충격 같은 거죠. 그러니까 그때 제가 살던 무허가 판자촌에는 텔레비전 자체가 별로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컬러 방송 시작이 되더라고요. 근데 그게 마침 1981년이었고, 그때가 시절이 독재니 뭐니 해서 굉장히 억압적인 사회였잖아요. 거기서 갑자기 그 억압적인 분위기가 전혀 다른 컬러방송이 시작되고 거기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우리 같은 어린아이들은 더 특히, 그래서 이 있는 집마다 쫓아다니면서 그런 은하철도 999나 아니면 딱따구리나 이런 걸 보고 그랬던 것이 저희한테 많은 영향을 끼쳤을 거다, 우리 삶에도 제 삶에도.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만화영화라는 게 실제 어떤 대상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텔레비전에 나오는, 제가 소설 속에서 표현했듯이 그냥 빛의 점, 브라운관에 표시되는 그런 빛의 점인데, 거기에 그런 허상에 우리 자신을 감정이입하고, 우리 자신과 동일시하고 이랬던 그 어떤 순간들, 그런 것들이 결국에는 나중에 우리의 전반적인 문화적인 그런 결과를 형성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요즘 세대 같은 경우에는 이제 그게 카톡이라든지 아니면 뭐 스마트폰이라든지 이런 거로 인스타그램, 트위터 이런 거로 형성이 되겠죠. 그런데 그 역할을 지금의 카톡이나 트위터나 이런 것들이 형성하고 있는 게 저희한테는 그게 만화영화였던 겁니다.
Q. 등장인물이 보는 환상은 굉장히 어둡고 음울한데?
주인공들이 환상을 보고, 환상적인 것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현실이 너무 추악하고 너무 좀 어둡고 무거웠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실제로 제가 살았던, 이 책 안에 나오는 게 80년대에 동네에 있던 조금 껄렁껄렁한 그런 사람들이 다 잡혀서 훈련소 들어가고 삼청교육대 같은 데 들어가고 실제로 우리 동네에 다 있었던 거예요.
그 다음에 다 무허가촌이었으니까 사람들이 다 못살고, 그리고 생활이 아주 굉장히 암담했었는데, 그 와중에 가장 환상적인 컬러 텔레비전에 나오는, 우리나라 영화도 아니고 우리나라 만화영화도 아니고 미국의 만화 영화들이 어린아이들의 삶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죠. 현실은 너무나 암울한데 환상은, 만화 영화는 너무나 화려하고 멋있으니까. 그 간격이 넓어질수록 현실과 환상의 간격이 넓고 깊어질수록 환상이 더 심해지는 거죠, 아이들한테는.
역사적인 사건들 아니면 역사적인 상황, 이런 것들이 다 등장인물들의 삶에 다 영향을 주지 않았던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를테면 (소설 속) 안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전교조 얘기거든요. 실제로 제가 고등학교 때 배웠던 선생님의 어떤 모습을 따온 부분들이 약간 들어와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다 영향을 줬겠죠. 그분들은 전교조 하다가 실제로 학교에서 해직을 당했었으니까 그때 제가 학교 학창시절 때. 그런 것들이 다 영향을 주고 또 그런 일들을 제가 겪었기 때문에 그거 가지고 소설을 썼으니까 그렇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하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리얼리즘적으로 다루지 않은 거죠, 1980년대를. 그 전에 있었던 리얼리즘의 방식으로 1980년대 사건들을 다루지 않은 겁니다. 제가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뭐냐면 이제는 정보가 너무나 개방되었기 때문에 굳이 소설을 읽지 않아도 1980년대에 대한 자료들을 굉장히 많이 찾을 수 있어요. 인터넷을 검색한다든가 아니면 그냥 책으로도 많이 나와 있고 그러니까 굳이 소설에서 그걸 직접적으로 리얼리즘적으로 그걸 다룰 필요가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이걸 쓸 때도 그 생각을 했었고 지금까지도 똑같은 생각을 해요.
<작가가 뽑은 한 문장>
되새김질하고 싶지만 되새김질할 만큼 좋았던 시절이 우리에게는 존재치 않았다는 걸...
Q. 소설에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었는지?
되새김질하고 싶지만 되새김질할 만큼 좋았던 시절이 우리한테 없었던 거라는 걸 제가 여기서 말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어린 시절이, 제가 겪었던 어린 시절이 그렇게 아름답거나 즐겁거나 좋지 않았다, 좋지만은 않았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살던 데서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어서 이 근처로 이사를 왔는데 기분이 하나도 안 좋더라고요. 여기를 천천히 걸어 다니면서 제가 어렸을 때 살았던 곳을 이렇게 빙 둘러봤는데도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더라고요. 점점 더 우울해지더라고요. 어렸을 때가 자꾸 기억이 나서. 그래서 다시 또 이사 갔어요, 다른 동네로.
거창한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제 눈에 보여지는 걸 제가 그리고 싶은 것 같아요. 세상을 가감 없이, 세상을 미화시키지도 않고 그 다음에 세상을 일부러 추하게 만들지도 않고 그냥 제 눈에 보이는, 가감 없는 세상을 제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그리고 싶은데 그 결과들이 하나같이 좀 어둡죠. 어둡고 추하고 폭력적이고 이렇게 되는 것 같아요.
Q. <헤이, 우리 소풍 간다>를 읽을 독자들에게
이 책은 읽기가 조금 너무 어려우니까 내년에 개정판이 나와요. 읽기 쉽게 만든, 지금 제가 다시 쓰고 있거든요. 개정판이 나오니까 개정판을 읽어봐 주시면 너무 감사하겠고요. 그 다음에 세대를 이해하고 싶다면 만약 저희 세대, 지금 1970년대 생, 그리고 그때 저희가 신세대라고 불렸어요. 저희 나중에 X세대, MZ세대 이런 세대들이 나왔는데 그때 저희가 신세대라고 불렸으니까, 아마 세대론 중에 첫 번째 주자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그 세대를 이해하고 싶다고 생각을 한다면 읽어봐 주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편집 : 송은혜
-
-
유동엽 기자 imhere@kbs.co.kr
유동엽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시리즈
우리 시대의 소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