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베이징에서 본 한미 정상회담…다음 수순은?
입력 2021.05.25 (07:00)
수정 2021.05.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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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박 5일 방미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 서로의 인식을 조율하고 양국의 협력 방향을 밝힌다는 측면에서 국내외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동아시아 역내는 물론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과 주도권을 다투고 있는 중국 역시 이번 회담을 주목했습니다.
■ 중국 "타이완은 내정…불장난 말라"
중국 정부의 공식 반응은 문 대통령이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한 다음 날인 5월 24일 나왔습니다. 가장 뚜렷한 메시지는 한마디로 타이완은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타이완 문제는 중국의 순수한 내정이라면서 외부 세력의 간섭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관련 국가들은 타이완 문제에 대해 언행에 신중해야 하며 불장난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한미 공동성명에서 양국 대통령이 타이완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데 대해 외교적으로 이례적인 '불장난'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반박한 것입니다. 한미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타이완 문제를 공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5월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 측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
자오리젠 대변인은 또 공동성명이 남중국해에서의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강조한 데 대해서는 현재 남중국해에서 각국이 국제법에 따라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한국의 미사일 사정거리 제한이 완전히 풀린 데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한 채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프로세스를 강조하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습니다.
■ 중국,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 직접 언급 피해..."반도체 대미 투자 기업은 중국에도 투자"
반도체 등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이 중국에도 투자하며 협력하고 있다며 비켜갔습니다. 타이완 등 영토 문제는 레드라인으로서 분명히 선을 긋되 경제 등 다른 분야로 불필요한 갈등을 확대하지 않으려는 중국의 전략적 의도가 엿보입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한 중국 매체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입니다. 회담이 임박한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에 대한 덫을 준비했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한미 공동성명 발표 직후인 지난 22일에는 "공동성명 문안은 타이완과 관련해 한미 양국이 이를 수 있는 최대한의 공통분모"였다면서 "문 대통령이 스스로의 균형에 무게를 싣고 한국의 원칙을 고수했다"는 관전평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인민일보를 비롯해 중국 정부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중국 매체들은 한미 정상회담 기간 이상하리만큼 관련 기사, 특히 논평을 거의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24일 현지시간 오후 3시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상당히 신중하게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 베이징 외교소식통 "중국 측과 다양하고 긴밀하게 소통해"
실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중국 외교부의 브리핑 직전 서울에서 기자들을 만나 중국 외교부가 정리된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비슷한 시각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중국 정부와 다양하고 긴밀하게 소통을 해왔다고 전했습니다. 한중 양국 간 어느 정도 소통과 조율의 시간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 가운데 한국 정부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뒤 SNS에 올린 두 가지 사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SNS에 코로나19 백신 협력 발표와 성 김 대북특별대표 지명을 미국의 "깜짝 선물"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백신 협력과 관련해 가장 주목받은 대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을 위탁 생산하고 모더나가 한국의 mRNA 백신 생산시설 투자 등에 노력하기로 약속한 내용입니다. 이 같은 백신 협력은 얼핏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공언했던 백신 특허권 면제를 떠올리게 합니다. 제약사의 반발로 특허권 면제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동맹국에 어느 정도 협력의 틀을 제공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백신 원액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리병에 넣어 포장하는 정도의 협력과 양해각서 수준의 mRNA 백신 생산시설 투자는 당초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 미국의 특허권 면제 구상, 중국 백신외교를 견제하나 '양날의 칼' 성격도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미국의 특허권 면제 카드는 사실 양날의 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미국 제약사들이 백신 특허를 유예하면 화이자, 모더나 등의 앞선 mRNA 백신 기술을 제공받아 중국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사실 중국은 앞서 화이자와 mRNA 백신을 공동 개발한 바이오앤테크와 이미 지난 3월 협력관계를 맺고 본격적인 백신 생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중국은 어차피 미국 도움 없이 '중국판 화이자' 백신 생산을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특허 면제 시도는 기존 시노팜, 시노백보다 국제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백신을 생산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견제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동시에 백신 특허 면제는 미국의 우호국이되 빠르게 백신 기술을 개발 중인 신흥 국가들도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이 소식통은 분석했습니다. 물론 남아공, 인도, 한국 등이 특허 면제로 백신을 대규모 생산할 경우 중국 백신 외교의 예봉이 무뎌지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처럼 코로나19를 계기로 독자적인 백신 기술을 한창 개발하고 있는 국가들이 백신 협력을 통해 비록 특허권과 원천 기술은 없지만 손쉽게 백신을 하청 생산하게 될 경우 미래를 내다보고 기술 개발을 해야 할 경제적, 심리적 토대가 흔들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미국 성 김, 중국 류샤오밍...한반도 문제 책임자로 전직 주한 대사들 임명
성 김 대북정책 특별대표(현 주 인도네시아 대사)의 임명에도 '깜짝 선물'이라는 표현과 함께 북한에 대한 '대화 메시지' 등의 수사가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을 뿐 인물로나 시기로나 '깜짝'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성 김 대사는 한국 대사는 물론 국무부 내에서 한국과 동북아 관련 요직을 오랫동안 지낸 인물입니다. 더욱이 그의 상대라 할 수 있는 중국의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에 류샤오밍 전 영국 대사가 이미 한 달 여 전 임명된 상태입니다.
2014년 주영 중국대사로 근무할 당시 공개 강연에서 일본 공사를 앞에 두고 중국 정부의 입장을 말하는 류샤오밍 한반도사무특별대표( 캡처 )
류샤오밍 대표는 역대 최장기 11년 동안 영국 대사를 지냈지만, 미국과 한반도 관련 업무에도 밝습니다. 2006~2009년 북한 대사도 지냈습니다. 마지막 6자회담이 열린 시점(2008년 12월)과도 겹칩니다.
류샤오밍 대표는 4월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반도사무특별대표에 임명돼 영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병행 추진을 위해 노력하고(쌍궤병행) '단계적·동시적'으로 균형 있게 각 측의 관심사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라고 중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류샤오밍 전 주영 중국대사는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에 임명된 직후 중국의 한반도 정책 기조인 ‘쌍궤병행’을 재확인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에 대해 미 평화연구소의 패트리샤 김 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신임 특사가 첫 발언에서 비핵화를 분명히 언급한 것은 환영할만한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사실 류 대표는 영국 대사 재임 시 현지 방송 등에 출연해 중국 정부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등 적극적인 대외 행보를 펴왔습니다. AP 통신은 12만 명 팔로워의 지원을 받는 류 대사의 활동을 중국 '전랑(늑대)외교'의 한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상대가 될 성 김 대표는 트럼프 정부에서도 대북 협상을 맡는 등 미국 민주 공화 행정부를 넘나들며 북한 측 대표와 만나왔습니다. 다만 그같은 경험이 그를 마냥 대화 우선론자, 대북 유화론자로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섣부른 감이 있습니다. 예컨대 2008년 6월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할 당시 그는 당시 국무부 한국과장으로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언론 인터뷰까지 했습니다.
2008년 6월 영변 냉각탑 폭파 당시 미 국무부 한국과장으로서 현장에서 참관한 뒤 인터뷰에 응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 대표 ( 캡처 )
훗날 북한의 핵질주와 함께 그날의 폭파 작업은 실제 핵불능화와는 거의 무관한 이벤트에 그쳤다는 평가를 적잖게 받았습니다. 당시 상황을 떠올린다면 성 김 대표가 어떤 생각을 할지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13년이 지난 지금,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말했듯 막연한 환상을 갖지는 않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중국은 지금 시점에서 자신들의 레드라인이 어디인지 주변국들에게 거듭 확인시켰습니다. 한일, 한미 정상회담이 마무리되면서 중국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그리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정책 방향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정책의 모호성이 어느 정도 걷히면서 북핵 문제와 관련한 주변국들의 시선은 이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선택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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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박 5일 방미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 서로의 인식을 조율하고 양국의 협력 방향을 밝힌다는 측면에서 국내외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동아시아 역내는 물론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과 주도권을 다투고 있는 중국 역시 이번 회담을 주목했습니다.
■ 중국 "타이완은 내정…불장난 말라"
중국 정부의 공식 반응은 문 대통령이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한 다음 날인 5월 24일 나왔습니다. 가장 뚜렷한 메시지는 한마디로 타이완은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타이완 문제는 중국의 순수한 내정이라면서 외부 세력의 간섭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관련 국가들은 타이완 문제에 대해 언행에 신중해야 하며 불장난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한미 공동성명에서 양국 대통령이 타이완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데 대해 외교적으로 이례적인 '불장난'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반박한 것입니다. 한미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타이완 문제를 공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또 공동성명이 남중국해에서의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강조한 데 대해서는 현재 남중국해에서 각국이 국제법에 따라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한국의 미사일 사정거리 제한이 완전히 풀린 데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한 채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프로세스를 강조하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습니다.
■ 중국,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 직접 언급 피해..."반도체 대미 투자 기업은 중국에도 투자"
반도체 등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이 중국에도 투자하며 협력하고 있다며 비켜갔습니다. 타이완 등 영토 문제는 레드라인으로서 분명히 선을 긋되 경제 등 다른 분야로 불필요한 갈등을 확대하지 않으려는 중국의 전략적 의도가 엿보입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한 중국 매체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입니다. 회담이 임박한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에 대한 덫을 준비했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한미 공동성명 발표 직후인 지난 22일에는 "공동성명 문안은 타이완과 관련해 한미 양국이 이를 수 있는 최대한의 공통분모"였다면서 "문 대통령이 스스로의 균형에 무게를 싣고 한국의 원칙을 고수했다"는 관전평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인민일보를 비롯해 중국 정부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중국 매체들은 한미 정상회담 기간 이상하리만큼 관련 기사, 특히 논평을 거의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24일 현지시간 오후 3시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상당히 신중하게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 베이징 외교소식통 "중국 측과 다양하고 긴밀하게 소통해"
실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중국 외교부의 브리핑 직전 서울에서 기자들을 만나 중국 외교부가 정리된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비슷한 시각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중국 정부와 다양하고 긴밀하게 소통을 해왔다고 전했습니다. 한중 양국 간 어느 정도 소통과 조율의 시간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 가운데 한국 정부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뒤 SNS에 올린 두 가지 사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SNS에 코로나19 백신 협력 발표와 성 김 대북특별대표 지명을 미국의 "깜짝 선물"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백신 협력과 관련해 가장 주목받은 대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을 위탁 생산하고 모더나가 한국의 mRNA 백신 생산시설 투자 등에 노력하기로 약속한 내용입니다. 이 같은 백신 협력은 얼핏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공언했던 백신 특허권 면제를 떠올리게 합니다. 제약사의 반발로 특허권 면제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동맹국에 어느 정도 협력의 틀을 제공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백신 원액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리병에 넣어 포장하는 정도의 협력과 양해각서 수준의 mRNA 백신 생산시설 투자는 당초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 미국의 특허권 면제 구상, 중국 백신외교를 견제하나 '양날의 칼' 성격도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미국의 특허권 면제 카드는 사실 양날의 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미국 제약사들이 백신 특허를 유예하면 화이자, 모더나 등의 앞선 mRNA 백신 기술을 제공받아 중국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사실 중국은 앞서 화이자와 mRNA 백신을 공동 개발한 바이오앤테크와 이미 지난 3월 협력관계를 맺고 본격적인 백신 생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중국은 어차피 미국 도움 없이 '중국판 화이자' 백신 생산을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특허 면제 시도는 기존 시노팜, 시노백보다 국제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백신을 생산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견제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동시에 백신 특허 면제는 미국의 우호국이되 빠르게 백신 기술을 개발 중인 신흥 국가들도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이 소식통은 분석했습니다. 물론 남아공, 인도, 한국 등이 특허 면제로 백신을 대규모 생산할 경우 중국 백신 외교의 예봉이 무뎌지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처럼 코로나19를 계기로 독자적인 백신 기술을 한창 개발하고 있는 국가들이 백신 협력을 통해 비록 특허권과 원천 기술은 없지만 손쉽게 백신을 하청 생산하게 될 경우 미래를 내다보고 기술 개발을 해야 할 경제적, 심리적 토대가 흔들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미국 성 김, 중국 류샤오밍...한반도 문제 책임자로 전직 주한 대사들 임명
성 김 대북정책 특별대표(현 주 인도네시아 대사)의 임명에도 '깜짝 선물'이라는 표현과 함께 북한에 대한 '대화 메시지' 등의 수사가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을 뿐 인물로나 시기로나 '깜짝'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성 김 대사는 한국 대사는 물론 국무부 내에서 한국과 동북아 관련 요직을 오랫동안 지낸 인물입니다. 더욱이 그의 상대라 할 수 있는 중국의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에 류샤오밍 전 영국 대사가 이미 한 달 여 전 임명된 상태입니다.
류샤오밍 대표는 역대 최장기 11년 동안 영국 대사를 지냈지만, 미국과 한반도 관련 업무에도 밝습니다. 2006~2009년 북한 대사도 지냈습니다. 마지막 6자회담이 열린 시점(2008년 12월)과도 겹칩니다.
류샤오밍 대표는 4월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반도사무특별대표에 임명돼 영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병행 추진을 위해 노력하고(쌍궤병행) '단계적·동시적'으로 균형 있게 각 측의 관심사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라고 중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 평화연구소의 패트리샤 김 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신임 특사가 첫 발언에서 비핵화를 분명히 언급한 것은 환영할만한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사실 류 대표는 영국 대사 재임 시 현지 방송 등에 출연해 중국 정부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등 적극적인 대외 행보를 펴왔습니다. AP 통신은 12만 명 팔로워의 지원을 받는 류 대사의 활동을 중국 '전랑(늑대)외교'의 한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상대가 될 성 김 대표는 트럼프 정부에서도 대북 협상을 맡는 등 미국 민주 공화 행정부를 넘나들며 북한 측 대표와 만나왔습니다. 다만 그같은 경험이 그를 마냥 대화 우선론자, 대북 유화론자로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섣부른 감이 있습니다. 예컨대 2008년 6월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할 당시 그는 당시 국무부 한국과장으로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언론 인터뷰까지 했습니다.
훗날 북한의 핵질주와 함께 그날의 폭파 작업은 실제 핵불능화와는 거의 무관한 이벤트에 그쳤다는 평가를 적잖게 받았습니다. 당시 상황을 떠올린다면 성 김 대표가 어떤 생각을 할지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13년이 지난 지금,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말했듯 막연한 환상을 갖지는 않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중국은 지금 시점에서 자신들의 레드라인이 어디인지 주변국들에게 거듭 확인시켰습니다. 한일, 한미 정상회담이 마무리되면서 중국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그리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정책 방향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정책의 모호성이 어느 정도 걷히면서 북핵 문제와 관련한 주변국들의 시선은 이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선택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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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원 기자 sungwon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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