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1호 ‘세 모녀 사건’…“징역 10년”에 혼절

[앵커]

지금 이 시간에도 전세 사기를 당한 뒤 초조하게 하루하루를 견디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열 달동안 서울 지역에서 제때 못 돌려받은 보증금을 따져봤더니 칠천억 원 가까이 됐습니다.

예상대로 이른바 '빌라왕' 사건이 집중된 강서구 사례가 가장 많은데, 특히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피해가 컸습니다.

이런 가운데 자기 돈 한 푼 안들이고 빌라 수백 채를 사들인 뒤 보증금을 챙긴 '세 모녀 전세 사기' 사건에 대해 징역 10년이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삶의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호준 기자입니다.

[리포트]

2017년부터 서울 강서구 등에서 두 딸 명의로 무자본 갭 투자를 한 김 모 씨.

분양업자 등과 짜고 전세 보증금을 비싸게 받은 뒤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검경 수사 결과, 피해를 입은 세입자는 총 356명, 피해액은 795억 원에 달했습니다.

전세 사기 사태의 시작을 알린 사건이었습니다.

[황병주/대검찰청 형사부장/전세사기 특별단속 결과 발표/지난달 : "2021년 3월에 수사가 개시된 속칭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의 경우 수사 기간이 15개월가량 됐고요."]

1년에 걸친 재판 끝에 1심 법원은 주범인 김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처음부터 보증금 반환 의사도, 능력도 없었지만 임차인을 속였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주거 안정에 심각한 위협을 받았지만, 피고인은 반성도 하지 않아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중형을 예상하지 못한 듯, 선고 직후 법정에서 쓰러졌고 호흡곤란을 호소해 휠체어를 탄 채 구치소로 옮겨졌습니다.

최근 법원은 전세사기 일당에게 잇따라 중형을 선고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를 피해자들의 삶의 밑천을 대상으로 한 매우 중대한 범죄로 보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엔 세 모녀와 비슷한 수법으로 경기도 구리 일대에서 70억 원대 전세 사기를 벌인 최 모 씨에게 징역 8년이 선고됐고, 지난 주에는 84억 원대 전세 사기를 친 '강서구 빌라왕' 이 모 씨에게 징역 8년이 선고됐습니다.

다만 한 명당 피해액이 5억 원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어, 현행법 상으로는 사기 혐의로 10년 형 이상, 가중처벌은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박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