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공개, 2023 보이스피싱 시나리오…‘공포-분리-갈취’
입력 2023.03.22 (21:08)
수정 2023.03.2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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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녕하십니까.
'보이스피싱' 범죄가 처음 공식 확인된 건 2006년입니다.
지금까지 27만 8천 여건, 피해규모는 3조 8천 억 원이 넘습니다.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KBS는 이 '피싱' 조직의 내부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여러 상황을 가정해 만든 이른바 '시나리오'가 담긴 파일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이나 베트남에 만들어 놓은 콜센터에서 활용되고 있을 겁니다.
KBS는 추가 피해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피싱 조직이 치밀하게 짜둔 시나리오와 숨겨둔 장치들을 분석해 하나씩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김성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시나리오 모음'이라고 적힌 폴더.
파일 6개가 들어 있습니다.
피싱 조직이, 피해자와 통화할 때, 예상되는 상황별 멘트를 정리해 놓은 겁니다.
우선 경찰·검사·금감원 과장·은행 법무팀 등, 금융·수사 기관을 사칭하며 접근합니다.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①/지난해 10월 : "지금 전화 드린 곳은 강서경찰서 형사과에서 전화를 드렸고요."]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②/지난해 10월 : "특별수사 제1부 천OO 검사입니다. 아시겠죠?"]
'범죄'에 연루됐단 말로 피해자를 일단 당황시킨 뒤, 문자나 SNS로, 위조된 수사 서류까지 전송합니다.
[제공:금융감독원 : "사건 번호 2017 조사 5084호 확인되시죠? 공문 아래 보시면요, 요지사항 1번부터 4번까지 기재가 되었을 거예요."]
주로 언급하는 혐의는 '성매매'나 '온라인 사기'.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강남구 ***오피스텔 알고 계신가요? 총 7곳에서 성매매 알선 및 불법자금 혐의로 주범 김상호를 검거를 했는데 혹시 본인과 관계가 어떻게 되실까요?"]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③ : "저희가 얼마 전에 강남구 선릉에 위치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 알선 및 금융 위반 혐의로 주범 이지연이라는 40대 여성을 검거했는데 혹시 아시는 분이십니까?"]
잘못한 일이 없어도, 당장 '수사'가 진행 중이란 말은 무시할 수 없는 압박으로 작용합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A/음성변조 : "(범죄) 현장에서 제 통장이랑 신분증이 발견됐다고 얘기를 하니까 그래서 혹시나 해서 얘기를 한번 들어보게 되는 거고…."]
두 달 전 이 시나리오에 당한, 30대 이 모 씨.
빨리 담당 검사에게 연락해보란 말에, 건네받은 번호로 전화했더니, '극비 수사를 어떻게 알았냐'며 윽박지르기까지 했습니다.
'주위에 알리거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될 수 있다'는 협박도 뒤따랐습니다.
[이OO/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의심하게 되면 계속 보안수사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가족한테도 누설하면 안 된다고 해서 완전 고립을 시키는 거예요. 변호사를 대동해도 못 나온다 최소 10년이다."]
이렇듯, 피해자들의 의심을 무력화한 건,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였습니다.
[전직 보이스 피싱 콜센터 직원/음성변조 :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숙지한 다음에 이제 업무에 들어갔어요. 모의 전화라든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문제 같은 것도 내면 통과를 해야지 실제 업무를 할 수 있었고."]
[이OO/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원래 공문은 등기로 다 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하면 '네, 선생님' 이렇게 하고 이제 이렇게 좔좔 나온단 말이에요. 대답이 청산유수로 나왔는데..."]
이 씨는 결국 '가짜 검사'가 시키는 대로 신용카드 6장을 자신의 집 우편함에 넣어두었습니다.
당국이 그걸 가져가서 누명을 벗겨줄 줄 알았지만, 카드는 피싱 조직에 넘어갔고 그들은 3억 원 넘게 돈을 빼갔습니다.
[이OO/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대본 그대로 읽었구나. 제가 이제 질문을 만약에 약간 방향을 다르게 해도 결과적으로는 같은 대사가 돌아오는 거예요. '단 1원이라도 환수가 안 되면 나는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KBS 뉴스 김성수입니다.
[앵커]
일단 피해자를 1차로 속이는 데 성공했다고 판단하면 피싱 조직은 이제 피해자를 완전히 고립시키려 합니다.
아예 숙박업소 같은 데 몰아넣고 가족이나 지인들로부터 '단절' 시킨 뒤 돈을 뜯어내는 수법이 요즘 활개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최혜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호텔 앞에서 경찰에 붙잡힙니다.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입니다.
그에게 돈을 건넨 피해자는, 피싱 조직이 시키는 대로 이틀간 이 호텔에 머물면서 2천7백만 원을 넘겨줬습니다.
피해자를 일단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물리적으로 '고립'시키는 건, KBS가 입수한 피싱 시나리오의 새로운 핵심 수법이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현재 통화 받는 위치가 어떻게 되세요?', '자차로 이동하시고 없으면 외부로 이동하고 말씀하세요.', '집안일 때문에 조퇴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제일 좋겠죠?'"]
이런 급박한 주문이 전달됩니다.
[금융감독원 제공 : "녹취 중에 주위 잡음이 너무 많이 섞인다거나 제3자의 목소리가 섞인다거나 대화를 하실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법정에서는 본인 육성만이 증거자료 용도예요. 조용한 공간 (숙소)에서 이 전화를 받으실 거예요."]
지난달, '검사'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20대 원 모 씨도 이 함정에 그대로 빠졌습니다.
심각한 범죄에 연루됐으니, 회사에 휴가를 내고 당분간 숙박업소에 머물란 지시였습니다.
주변에 알리면 문제가 생긴다며, 24시간 보이스톡으로 감시했습니다.
[원OO/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서 제 자취방이나 이런 다른 곳에 있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일단은 자기가 찍어준 호텔로 가서 택시로 이동을 해라..."]
그렇게 해서 호텔에 머무는 3박 4일 동안 피싱범들은 교묘한 구실로 원 씨의 돈 7천9백만 원을 갈취했습니다.
'범죄수익'부터 우선 환수해야 한다며, 가지고 있던 예금을 털고 대출까지 내도록 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괜히 불법대출자금 때문에 선생님께서 구속수사로 전환될 수 있으시니까 이 점 꼭 인지 부탁드립니다.', '근처에 숙박 시설 있으면 그쪽으로 이동하시고, 추가적으로 진술 먼저 받을 거고요.'"]
혹시라도 피해자가 의심을 하거나 '고립'에 응하지 않을까 봐, 피싱범들은 계속해서 강도를 높여가며 '겁'을 줍니다.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검사 사칭 피싱범/지난해 10월 : "대답! (넵) 대답!!! (넵) 내가 '넵' 그딴 식으로 하지 말랬지. 검사가 한가한 줄 알아요?"]
협조하지 않으면 '죄'가 추가될 수 있단 말에서 '압박'은 정점에 이릅니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아직 잡히지 않은 공범들이 사건 내용을 보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해외로 도주를 하거나 자금 은닉을 할 수 있겠죠. 그러면 저희 검찰에서는 남은 범죄자들 검거하기가 힘들겠죠? 사건 관련 유포 시에는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기동/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 : "대한민국에서 수사받았던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이렇게 검찰청에서 움직이는가보다 경찰에서 움직이는가보다, 경험이 없었던 사람들은 이렇게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죠."]
과거 보이스피싱은 주로 사회 생활을 하지 않는 노인들을 겨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지능 범죄로 진화했습니다.
[전직 피싱 콜센터 직원/음성변조 : "개인정보를 다 알고 있어서 그분들 신용 조회를 하거든요. (시나리오가) 신용등급에 따라서 달라지거나, 연령대나 그리고 여성 남성도 달라지고 그렇습니다."]
[원OO/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윽박지르고 화내고 협박하는 부분에서 흔들린 것 같아요. 이걸 잘 못 하게 되면 진짜로 신상에도 문제가 되고 지금 잘 다니고 있는 회사도 못 다니게 되는 건가 이런 불안감이 들면서 일단 하라는 대로 해야겠다 생각부터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 허수곤/영상편집:김선영 신남규/그래픽:서수민
2023 보이스피싱 시나리오_KBS 배포 [PDF]
https://news.kbs.co.kr/datafile/2023/03/20230322_FqpJp9.pdf
안녕하십니까.
'보이스피싱' 범죄가 처음 공식 확인된 건 2006년입니다.
지금까지 27만 8천 여건, 피해규모는 3조 8천 억 원이 넘습니다.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KBS는 이 '피싱' 조직의 내부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여러 상황을 가정해 만든 이른바 '시나리오'가 담긴 파일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이나 베트남에 만들어 놓은 콜센터에서 활용되고 있을 겁니다.
KBS는 추가 피해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피싱 조직이 치밀하게 짜둔 시나리오와 숨겨둔 장치들을 분석해 하나씩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김성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시나리오 모음'이라고 적힌 폴더.
파일 6개가 들어 있습니다.
피싱 조직이, 피해자와 통화할 때, 예상되는 상황별 멘트를 정리해 놓은 겁니다.
우선 경찰·검사·금감원 과장·은행 법무팀 등, 금융·수사 기관을 사칭하며 접근합니다.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①/지난해 10월 : "지금 전화 드린 곳은 강서경찰서 형사과에서 전화를 드렸고요."]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②/지난해 10월 : "특별수사 제1부 천OO 검사입니다. 아시겠죠?"]
'범죄'에 연루됐단 말로 피해자를 일단 당황시킨 뒤, 문자나 SNS로, 위조된 수사 서류까지 전송합니다.
[제공:금융감독원 : "사건 번호 2017 조사 5084호 확인되시죠? 공문 아래 보시면요, 요지사항 1번부터 4번까지 기재가 되었을 거예요."]
주로 언급하는 혐의는 '성매매'나 '온라인 사기'.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강남구 ***오피스텔 알고 계신가요? 총 7곳에서 성매매 알선 및 불법자금 혐의로 주범 김상호를 검거를 했는데 혹시 본인과 관계가 어떻게 되실까요?"]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③ : "저희가 얼마 전에 강남구 선릉에 위치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 알선 및 금융 위반 혐의로 주범 이지연이라는 40대 여성을 검거했는데 혹시 아시는 분이십니까?"]
잘못한 일이 없어도, 당장 '수사'가 진행 중이란 말은 무시할 수 없는 압박으로 작용합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A/음성변조 : "(범죄) 현장에서 제 통장이랑 신분증이 발견됐다고 얘기를 하니까 그래서 혹시나 해서 얘기를 한번 들어보게 되는 거고…."]
두 달 전 이 시나리오에 당한, 30대 이 모 씨.
빨리 담당 검사에게 연락해보란 말에, 건네받은 번호로 전화했더니, '극비 수사를 어떻게 알았냐'며 윽박지르기까지 했습니다.
'주위에 알리거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될 수 있다'는 협박도 뒤따랐습니다.
[이OO/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의심하게 되면 계속 보안수사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가족한테도 누설하면 안 된다고 해서 완전 고립을 시키는 거예요. 변호사를 대동해도 못 나온다 최소 10년이다."]
이렇듯, 피해자들의 의심을 무력화한 건,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였습니다.
[전직 보이스 피싱 콜센터 직원/음성변조 :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숙지한 다음에 이제 업무에 들어갔어요. 모의 전화라든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문제 같은 것도 내면 통과를 해야지 실제 업무를 할 수 있었고."]
[이OO/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원래 공문은 등기로 다 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하면 '네, 선생님' 이렇게 하고 이제 이렇게 좔좔 나온단 말이에요. 대답이 청산유수로 나왔는데..."]
이 씨는 결국 '가짜 검사'가 시키는 대로 신용카드 6장을 자신의 집 우편함에 넣어두었습니다.
당국이 그걸 가져가서 누명을 벗겨줄 줄 알았지만, 카드는 피싱 조직에 넘어갔고 그들은 3억 원 넘게 돈을 빼갔습니다.
[이OO/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대본 그대로 읽었구나. 제가 이제 질문을 만약에 약간 방향을 다르게 해도 결과적으로는 같은 대사가 돌아오는 거예요. '단 1원이라도 환수가 안 되면 나는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KBS 뉴스 김성수입니다.
[앵커]
일단 피해자를 1차로 속이는 데 성공했다고 판단하면 피싱 조직은 이제 피해자를 완전히 고립시키려 합니다.
아예 숙박업소 같은 데 몰아넣고 가족이나 지인들로부터 '단절' 시킨 뒤 돈을 뜯어내는 수법이 요즘 활개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최혜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호텔 앞에서 경찰에 붙잡힙니다.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입니다.
그에게 돈을 건넨 피해자는, 피싱 조직이 시키는 대로 이틀간 이 호텔에 머물면서 2천7백만 원을 넘겨줬습니다.
피해자를 일단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물리적으로 '고립'시키는 건, KBS가 입수한 피싱 시나리오의 새로운 핵심 수법이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현재 통화 받는 위치가 어떻게 되세요?', '자차로 이동하시고 없으면 외부로 이동하고 말씀하세요.', '집안일 때문에 조퇴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제일 좋겠죠?'"]
이런 급박한 주문이 전달됩니다.
[금융감독원 제공 : "녹취 중에 주위 잡음이 너무 많이 섞인다거나 제3자의 목소리가 섞인다거나 대화를 하실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법정에서는 본인 육성만이 증거자료 용도예요. 조용한 공간 (숙소)에서 이 전화를 받으실 거예요."]
지난달, '검사'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20대 원 모 씨도 이 함정에 그대로 빠졌습니다.
심각한 범죄에 연루됐으니, 회사에 휴가를 내고 당분간 숙박업소에 머물란 지시였습니다.
주변에 알리면 문제가 생긴다며, 24시간 보이스톡으로 감시했습니다.
[원OO/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서 제 자취방이나 이런 다른 곳에 있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일단은 자기가 찍어준 호텔로 가서 택시로 이동을 해라..."]
그렇게 해서 호텔에 머무는 3박 4일 동안 피싱범들은 교묘한 구실로 원 씨의 돈 7천9백만 원을 갈취했습니다.
'범죄수익'부터 우선 환수해야 한다며, 가지고 있던 예금을 털고 대출까지 내도록 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괜히 불법대출자금 때문에 선생님께서 구속수사로 전환될 수 있으시니까 이 점 꼭 인지 부탁드립니다.', '근처에 숙박 시설 있으면 그쪽으로 이동하시고, 추가적으로 진술 먼저 받을 거고요.'"]
혹시라도 피해자가 의심을 하거나 '고립'에 응하지 않을까 봐, 피싱범들은 계속해서 강도를 높여가며 '겁'을 줍니다.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검사 사칭 피싱범/지난해 10월 : "대답! (넵) 대답!!! (넵) 내가 '넵' 그딴 식으로 하지 말랬지. 검사가 한가한 줄 알아요?"]
협조하지 않으면 '죄'가 추가될 수 있단 말에서 '압박'은 정점에 이릅니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아직 잡히지 않은 공범들이 사건 내용을 보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해외로 도주를 하거나 자금 은닉을 할 수 있겠죠. 그러면 저희 검찰에서는 남은 범죄자들 검거하기가 힘들겠죠? 사건 관련 유포 시에는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기동/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 : "대한민국에서 수사받았던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이렇게 검찰청에서 움직이는가보다 경찰에서 움직이는가보다, 경험이 없었던 사람들은 이렇게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죠."]
과거 보이스피싱은 주로 사회 생활을 하지 않는 노인들을 겨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지능 범죄로 진화했습니다.
[전직 피싱 콜센터 직원/음성변조 : "개인정보를 다 알고 있어서 그분들 신용 조회를 하거든요. (시나리오가) 신용등급에 따라서 달라지거나, 연령대나 그리고 여성 남성도 달라지고 그렇습니다."]
[원OO/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윽박지르고 화내고 협박하는 부분에서 흔들린 것 같아요. 이걸 잘 못 하게 되면 진짜로 신상에도 문제가 되고 지금 잘 다니고 있는 회사도 못 다니게 되는 건가 이런 불안감이 들면서 일단 하라는 대로 해야겠다 생각부터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 허수곤/영상편집:김선영 신남규/그래픽:서수민
2023 보이스피싱 시나리오_KBS 배포 [PDF]
https://news.kbs.co.kr/datafile/2023/03/20230322_FqpJp9.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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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 공개, 2023 보이스피싱 시나리오…‘공포-분리-갈취’
-
- 입력 2023-03-22 21:08:07
- 수정2023-03-22 22:07:43
[앵커]
안녕하십니까.
'보이스피싱' 범죄가 처음 공식 확인된 건 2006년입니다.
지금까지 27만 8천 여건, 피해규모는 3조 8천 억 원이 넘습니다.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KBS는 이 '피싱' 조직의 내부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여러 상황을 가정해 만든 이른바 '시나리오'가 담긴 파일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이나 베트남에 만들어 놓은 콜센터에서 활용되고 있을 겁니다.
KBS는 추가 피해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피싱 조직이 치밀하게 짜둔 시나리오와 숨겨둔 장치들을 분석해 하나씩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김성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시나리오 모음'이라고 적힌 폴더.
파일 6개가 들어 있습니다.
피싱 조직이, 피해자와 통화할 때, 예상되는 상황별 멘트를 정리해 놓은 겁니다.
우선 경찰·검사·금감원 과장·은행 법무팀 등, 금융·수사 기관을 사칭하며 접근합니다.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①/지난해 10월 : "지금 전화 드린 곳은 강서경찰서 형사과에서 전화를 드렸고요."]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②/지난해 10월 : "특별수사 제1부 천OO 검사입니다. 아시겠죠?"]
'범죄'에 연루됐단 말로 피해자를 일단 당황시킨 뒤, 문자나 SNS로, 위조된 수사 서류까지 전송합니다.
[제공:금융감독원 : "사건 번호 2017 조사 5084호 확인되시죠? 공문 아래 보시면요, 요지사항 1번부터 4번까지 기재가 되었을 거예요."]
주로 언급하는 혐의는 '성매매'나 '온라인 사기'.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강남구 ***오피스텔 알고 계신가요? 총 7곳에서 성매매 알선 및 불법자금 혐의로 주범 김상호를 검거를 했는데 혹시 본인과 관계가 어떻게 되실까요?"]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③ : "저희가 얼마 전에 강남구 선릉에 위치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 알선 및 금융 위반 혐의로 주범 이지연이라는 40대 여성을 검거했는데 혹시 아시는 분이십니까?"]
잘못한 일이 없어도, 당장 '수사'가 진행 중이란 말은 무시할 수 없는 압박으로 작용합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A/음성변조 : "(범죄) 현장에서 제 통장이랑 신분증이 발견됐다고 얘기를 하니까 그래서 혹시나 해서 얘기를 한번 들어보게 되는 거고…."]
두 달 전 이 시나리오에 당한, 30대 이 모 씨.
빨리 담당 검사에게 연락해보란 말에, 건네받은 번호로 전화했더니, '극비 수사를 어떻게 알았냐'며 윽박지르기까지 했습니다.
'주위에 알리거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될 수 있다'는 협박도 뒤따랐습니다.
[이OO/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의심하게 되면 계속 보안수사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가족한테도 누설하면 안 된다고 해서 완전 고립을 시키는 거예요. 변호사를 대동해도 못 나온다 최소 10년이다."]
이렇듯, 피해자들의 의심을 무력화한 건,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였습니다.
[전직 보이스 피싱 콜센터 직원/음성변조 :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숙지한 다음에 이제 업무에 들어갔어요. 모의 전화라든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문제 같은 것도 내면 통과를 해야지 실제 업무를 할 수 있었고."]
[이OO/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원래 공문은 등기로 다 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하면 '네, 선생님' 이렇게 하고 이제 이렇게 좔좔 나온단 말이에요. 대답이 청산유수로 나왔는데..."]
이 씨는 결국 '가짜 검사'가 시키는 대로 신용카드 6장을 자신의 집 우편함에 넣어두었습니다.
당국이 그걸 가져가서 누명을 벗겨줄 줄 알았지만, 카드는 피싱 조직에 넘어갔고 그들은 3억 원 넘게 돈을 빼갔습니다.
[이OO/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대본 그대로 읽었구나. 제가 이제 질문을 만약에 약간 방향을 다르게 해도 결과적으로는 같은 대사가 돌아오는 거예요. '단 1원이라도 환수가 안 되면 나는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KBS 뉴스 김성수입니다.
[앵커]
일단 피해자를 1차로 속이는 데 성공했다고 판단하면 피싱 조직은 이제 피해자를 완전히 고립시키려 합니다.
아예 숙박업소 같은 데 몰아넣고 가족이나 지인들로부터 '단절' 시킨 뒤 돈을 뜯어내는 수법이 요즘 활개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최혜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호텔 앞에서 경찰에 붙잡힙니다.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입니다.
그에게 돈을 건넨 피해자는, 피싱 조직이 시키는 대로 이틀간 이 호텔에 머물면서 2천7백만 원을 넘겨줬습니다.
피해자를 일단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물리적으로 '고립'시키는 건, KBS가 입수한 피싱 시나리오의 새로운 핵심 수법이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현재 통화 받는 위치가 어떻게 되세요?', '자차로 이동하시고 없으면 외부로 이동하고 말씀하세요.', '집안일 때문에 조퇴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제일 좋겠죠?'"]
이런 급박한 주문이 전달됩니다.
[금융감독원 제공 : "녹취 중에 주위 잡음이 너무 많이 섞인다거나 제3자의 목소리가 섞인다거나 대화를 하실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법정에서는 본인 육성만이 증거자료 용도예요. 조용한 공간 (숙소)에서 이 전화를 받으실 거예요."]
지난달, '검사'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20대 원 모 씨도 이 함정에 그대로 빠졌습니다.
심각한 범죄에 연루됐으니, 회사에 휴가를 내고 당분간 숙박업소에 머물란 지시였습니다.
주변에 알리면 문제가 생긴다며, 24시간 보이스톡으로 감시했습니다.
[원OO/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서 제 자취방이나 이런 다른 곳에 있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일단은 자기가 찍어준 호텔로 가서 택시로 이동을 해라..."]
그렇게 해서 호텔에 머무는 3박 4일 동안 피싱범들은 교묘한 구실로 원 씨의 돈 7천9백만 원을 갈취했습니다.
'범죄수익'부터 우선 환수해야 한다며, 가지고 있던 예금을 털고 대출까지 내도록 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괜히 불법대출자금 때문에 선생님께서 구속수사로 전환될 수 있으시니까 이 점 꼭 인지 부탁드립니다.', '근처에 숙박 시설 있으면 그쪽으로 이동하시고, 추가적으로 진술 먼저 받을 거고요.'"]
혹시라도 피해자가 의심을 하거나 '고립'에 응하지 않을까 봐, 피싱범들은 계속해서 강도를 높여가며 '겁'을 줍니다.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검사 사칭 피싱범/지난해 10월 : "대답! (넵) 대답!!! (넵) 내가 '넵' 그딴 식으로 하지 말랬지. 검사가 한가한 줄 알아요?"]
협조하지 않으면 '죄'가 추가될 수 있단 말에서 '압박'은 정점에 이릅니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아직 잡히지 않은 공범들이 사건 내용을 보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해외로 도주를 하거나 자금 은닉을 할 수 있겠죠. 그러면 저희 검찰에서는 남은 범죄자들 검거하기가 힘들겠죠? 사건 관련 유포 시에는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기동/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 : "대한민국에서 수사받았던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이렇게 검찰청에서 움직이는가보다 경찰에서 움직이는가보다, 경험이 없었던 사람들은 이렇게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죠."]
과거 보이스피싱은 주로 사회 생활을 하지 않는 노인들을 겨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지능 범죄로 진화했습니다.
[전직 피싱 콜센터 직원/음성변조 : "개인정보를 다 알고 있어서 그분들 신용 조회를 하거든요. (시나리오가) 신용등급에 따라서 달라지거나, 연령대나 그리고 여성 남성도 달라지고 그렇습니다."]
[원OO/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윽박지르고 화내고 협박하는 부분에서 흔들린 것 같아요. 이걸 잘 못 하게 되면 진짜로 신상에도 문제가 되고 지금 잘 다니고 있는 회사도 못 다니게 되는 건가 이런 불안감이 들면서 일단 하라는 대로 해야겠다 생각부터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 허수곤/영상편집:김선영 신남규/그래픽:서수민
2023 보이스피싱 시나리오_KBS 배포 [PDF]
https://news.kbs.co.kr/datafile/2023/03/20230322_FqpJp9.pdf
안녕하십니까.
'보이스피싱' 범죄가 처음 공식 확인된 건 2006년입니다.
지금까지 27만 8천 여건, 피해규모는 3조 8천 억 원이 넘습니다.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KBS는 이 '피싱' 조직의 내부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여러 상황을 가정해 만든 이른바 '시나리오'가 담긴 파일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이나 베트남에 만들어 놓은 콜센터에서 활용되고 있을 겁니다.
KBS는 추가 피해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피싱 조직이 치밀하게 짜둔 시나리오와 숨겨둔 장치들을 분석해 하나씩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김성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시나리오 모음'이라고 적힌 폴더.
파일 6개가 들어 있습니다.
피싱 조직이, 피해자와 통화할 때, 예상되는 상황별 멘트를 정리해 놓은 겁니다.
우선 경찰·검사·금감원 과장·은행 법무팀 등, 금융·수사 기관을 사칭하며 접근합니다.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①/지난해 10월 : "지금 전화 드린 곳은 강서경찰서 형사과에서 전화를 드렸고요."]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②/지난해 10월 : "특별수사 제1부 천OO 검사입니다. 아시겠죠?"]
'범죄'에 연루됐단 말로 피해자를 일단 당황시킨 뒤, 문자나 SNS로, 위조된 수사 서류까지 전송합니다.
[제공:금융감독원 : "사건 번호 2017 조사 5084호 확인되시죠? 공문 아래 보시면요, 요지사항 1번부터 4번까지 기재가 되었을 거예요."]
주로 언급하는 혐의는 '성매매'나 '온라인 사기'.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강남구 ***오피스텔 알고 계신가요? 총 7곳에서 성매매 알선 및 불법자금 혐의로 주범 김상호를 검거를 했는데 혹시 본인과 관계가 어떻게 되실까요?"]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③ : "저희가 얼마 전에 강남구 선릉에 위치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 알선 및 금융 위반 혐의로 주범 이지연이라는 40대 여성을 검거했는데 혹시 아시는 분이십니까?"]
잘못한 일이 없어도, 당장 '수사'가 진행 중이란 말은 무시할 수 없는 압박으로 작용합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A/음성변조 : "(범죄) 현장에서 제 통장이랑 신분증이 발견됐다고 얘기를 하니까 그래서 혹시나 해서 얘기를 한번 들어보게 되는 거고…."]
두 달 전 이 시나리오에 당한, 30대 이 모 씨.
빨리 담당 검사에게 연락해보란 말에, 건네받은 번호로 전화했더니, '극비 수사를 어떻게 알았냐'며 윽박지르기까지 했습니다.
'주위에 알리거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될 수 있다'는 협박도 뒤따랐습니다.
[이OO/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의심하게 되면 계속 보안수사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가족한테도 누설하면 안 된다고 해서 완전 고립을 시키는 거예요. 변호사를 대동해도 못 나온다 최소 10년이다."]
이렇듯, 피해자들의 의심을 무력화한 건,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였습니다.
[전직 보이스 피싱 콜센터 직원/음성변조 :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숙지한 다음에 이제 업무에 들어갔어요. 모의 전화라든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문제 같은 것도 내면 통과를 해야지 실제 업무를 할 수 있었고."]
[이OO/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원래 공문은 등기로 다 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하면 '네, 선생님' 이렇게 하고 이제 이렇게 좔좔 나온단 말이에요. 대답이 청산유수로 나왔는데..."]
이 씨는 결국 '가짜 검사'가 시키는 대로 신용카드 6장을 자신의 집 우편함에 넣어두었습니다.
당국이 그걸 가져가서 누명을 벗겨줄 줄 알았지만, 카드는 피싱 조직에 넘어갔고 그들은 3억 원 넘게 돈을 빼갔습니다.
[이OO/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대본 그대로 읽었구나. 제가 이제 질문을 만약에 약간 방향을 다르게 해도 결과적으로는 같은 대사가 돌아오는 거예요. '단 1원이라도 환수가 안 되면 나는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KBS 뉴스 김성수입니다.
[앵커]
일단 피해자를 1차로 속이는 데 성공했다고 판단하면 피싱 조직은 이제 피해자를 완전히 고립시키려 합니다.
아예 숙박업소 같은 데 몰아넣고 가족이나 지인들로부터 '단절' 시킨 뒤 돈을 뜯어내는 수법이 요즘 활개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최혜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호텔 앞에서 경찰에 붙잡힙니다.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입니다.
그에게 돈을 건넨 피해자는, 피싱 조직이 시키는 대로 이틀간 이 호텔에 머물면서 2천7백만 원을 넘겨줬습니다.
피해자를 일단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물리적으로 '고립'시키는 건, KBS가 입수한 피싱 시나리오의 새로운 핵심 수법이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현재 통화 받는 위치가 어떻게 되세요?', '자차로 이동하시고 없으면 외부로 이동하고 말씀하세요.', '집안일 때문에 조퇴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제일 좋겠죠?'"]
이런 급박한 주문이 전달됩니다.
[금융감독원 제공 : "녹취 중에 주위 잡음이 너무 많이 섞인다거나 제3자의 목소리가 섞인다거나 대화를 하실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법정에서는 본인 육성만이 증거자료 용도예요. 조용한 공간 (숙소)에서 이 전화를 받으실 거예요."]
지난달, '검사'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20대 원 모 씨도 이 함정에 그대로 빠졌습니다.
심각한 범죄에 연루됐으니, 회사에 휴가를 내고 당분간 숙박업소에 머물란 지시였습니다.
주변에 알리면 문제가 생긴다며, 24시간 보이스톡으로 감시했습니다.
[원OO/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서 제 자취방이나 이런 다른 곳에 있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일단은 자기가 찍어준 호텔로 가서 택시로 이동을 해라..."]
그렇게 해서 호텔에 머무는 3박 4일 동안 피싱범들은 교묘한 구실로 원 씨의 돈 7천9백만 원을 갈취했습니다.
'범죄수익'부터 우선 환수해야 한다며, 가지고 있던 예금을 털고 대출까지 내도록 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괜히 불법대출자금 때문에 선생님께서 구속수사로 전환될 수 있으시니까 이 점 꼭 인지 부탁드립니다.', '근처에 숙박 시설 있으면 그쪽으로 이동하시고, 추가적으로 진술 먼저 받을 거고요.'"]
혹시라도 피해자가 의심을 하거나 '고립'에 응하지 않을까 봐, 피싱범들은 계속해서 강도를 높여가며 '겁'을 줍니다.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검사 사칭 피싱범/지난해 10월 : "대답! (넵) 대답!!! (넵) 내가 '넵' 그딴 식으로 하지 말랬지. 검사가 한가한 줄 알아요?"]
협조하지 않으면 '죄'가 추가될 수 있단 말에서 '압박'은 정점에 이릅니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아직 잡히지 않은 공범들이 사건 내용을 보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해외로 도주를 하거나 자금 은닉을 할 수 있겠죠. 그러면 저희 검찰에서는 남은 범죄자들 검거하기가 힘들겠죠? 사건 관련 유포 시에는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기동/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 : "대한민국에서 수사받았던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이렇게 검찰청에서 움직이는가보다 경찰에서 움직이는가보다, 경험이 없었던 사람들은 이렇게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죠."]
과거 보이스피싱은 주로 사회 생활을 하지 않는 노인들을 겨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지능 범죄로 진화했습니다.
[전직 피싱 콜센터 직원/음성변조 : "개인정보를 다 알고 있어서 그분들 신용 조회를 하거든요. (시나리오가) 신용등급에 따라서 달라지거나, 연령대나 그리고 여성 남성도 달라지고 그렇습니다."]
[원OO/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윽박지르고 화내고 협박하는 부분에서 흔들린 것 같아요. 이걸 잘 못 하게 되면 진짜로 신상에도 문제가 되고 지금 잘 다니고 있는 회사도 못 다니게 되는 건가 이런 불안감이 들면서 일단 하라는 대로 해야겠다 생각부터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 허수곤/영상편집:김선영 신남규/그래픽:서수민
2023 보이스피싱 시나리오_KBS 배포 [PDF]
https://news.kbs.co.kr/datafile/2023/03/20230322_FqpJp9.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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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기자 ss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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