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K] 오타 난 위조 신분증도 대출 승인…원리금은 피해자가 갚아라?

입력 2023.03.17 (21:24) 수정 2023.03.17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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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누군가 내 신분증을 위조해 몰래 거액을 대출받은 것도 황당한데 돈을 빌려준 금융사가 이 돈을 갚으라고 하면 어떨까요?

사연을 알려온 제보자는 금융사가 신분증에 적힌 주소만 제대로 살폈어도 위조된 걸 알 수 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김화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 60대 남성 오 모 씨는 약 3년 전 자신의 통장에서 돈을 빼가려는 사람이 있다는 전화를 은행으로부터 받았습니다.

확인해 보니 일부는 이미 빠져나갔고, 약 1억 5천만 원의 대출까지 실행된 상태였습니다.

[오OO/피해자 : "퇴근하고 집에 와서 우리 자녀하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까 대출 리스트가 나온다고 그러더라고요. 그거 보니까 거기에 이렇게 그게 뜨더라고요."]

인터넷 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털 회사 등 3곳에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진 비대면 대출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엔 범인의 사진을 넣은 피해자 오 씨 명의의 위조 운전면허증이 이용됐습니다.

[오OO/피해자 : "(용의자가) 중국에 뭐 한국 사람 리스트가 많대요. 신용등급 5등급 이상으로 해서 찍어가지고 사진을 보내면 만들어서 주는 거죠."]

범인은 위조 신분증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했고, 본인확인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단한 금융회사에서 계좌와 공인인증서를 만든 뒤 비대면 대출까지 받은 겁니다.

문제는 신분증 확인 과정에서 위조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위조된 운전면허증입니다.

주소를 봤더니 '노량진동'은 '노령진동'으로, '만양로'는 '안양로'로 잘못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출을 해준 금융사 3곳 가운데 두 곳은 오 씨에게 빚을 갚으라고 요구했습니다.

오 씨는 빚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 승소의 기쁨도 잠시. 두 곳 가운데 한 금융사는 항소했습니다.

그리고 2심에서 결과가 뒤집히자 원금에 연체이자까지 1억 원에 가까운 돈을 요구했습니다.

[오OO/피해자 : "범인은 잡혔는데 범인은 재산도 없고 사기 몇 범이니까 그걸 청구를 못 하니, 선량한 저한테 청구하고 집에 가압류를 행사를 해 놓고..."]

취재가 시작되자 이 금융사는 피해자에게 더이상 원리금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화영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최진영 홍성백/영상편집:박은주/그래픽:채상우

[앵커]

이 사건 취재한 김화영 기자에게 더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개인 정보를 도용한 비대면 대출 사기 범죄 실제로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기자]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이런 사례들이 자주 일어납니다.

특히 피싱이나 신분증 분실 같은 이유로 개인정보가 통째로 유출되면,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게 금융사들의 이야기인데요.

하지만, 신분증까지 위조해서 몰래 대출을 받은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입니다.

[앵커]

앞서 보니까, 신분증 주소도 잘못 적혀 있었고, 사진도 전혀 다른 사람 것인데, 금융사가 왜 못 걸러낸 건가요?

[기자]

이사 갈 때마다 신분증을 매번 재발급받진 않죠.

이런 이유로 주소는 비대면 금융 거래를 할 때 본인 확인 절차에서 중요한 기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진은 2017년에 금융결제원이 만든 '비대면 신분증 진위확인 시스템'을 활용하는 금융사라면 위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금융사들은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이었거나, 도입을 했어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미리 막는 게 제일 중요할텐데 정부 대책은 없습니까?

[기자]

지난해 9월에 나온 금융위원회의 금융 분야 보이스피싱 1차 대책을 보면요.

앞서 말씀드린 비대면 신분증 진위확인 시스템, 현재는 금융기관 66곳이 쓰고 있는데, 이걸 모든 금융권이 꼭 쓰도록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건데, 여기에 안면인식 시스템까지 도입해서, 계좌를 만드는 사람과 신분증 주인이 같은지를 이중으로 확인하겠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도입 예정 시기가 올해 하반기라는 점과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으로선 최대한 개인정보 유출에 주의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 대출이 실행되거나 돈이 빠져나가진 않았는지 수시로 확인하는 게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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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17 21:24:11
    • 수정2023-03-17 22:01:55
    뉴스 9
[앵커]

누군가 내 신분증을 위조해 몰래 거액을 대출받은 것도 황당한데 돈을 빌려준 금융사가 이 돈을 갚으라고 하면 어떨까요?

사연을 알려온 제보자는 금융사가 신분증에 적힌 주소만 제대로 살폈어도 위조된 걸 알 수 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김화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 60대 남성 오 모 씨는 약 3년 전 자신의 통장에서 돈을 빼가려는 사람이 있다는 전화를 은행으로부터 받았습니다.

확인해 보니 일부는 이미 빠져나갔고, 약 1억 5천만 원의 대출까지 실행된 상태였습니다.

[오OO/피해자 : "퇴근하고 집에 와서 우리 자녀하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까 대출 리스트가 나온다고 그러더라고요. 그거 보니까 거기에 이렇게 그게 뜨더라고요."]

인터넷 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털 회사 등 3곳에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진 비대면 대출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엔 범인의 사진을 넣은 피해자 오 씨 명의의 위조 운전면허증이 이용됐습니다.

[오OO/피해자 : "(용의자가) 중국에 뭐 한국 사람 리스트가 많대요. 신용등급 5등급 이상으로 해서 찍어가지고 사진을 보내면 만들어서 주는 거죠."]

범인은 위조 신분증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했고, 본인확인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단한 금융회사에서 계좌와 공인인증서를 만든 뒤 비대면 대출까지 받은 겁니다.

문제는 신분증 확인 과정에서 위조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위조된 운전면허증입니다.

주소를 봤더니 '노량진동'은 '노령진동'으로, '만양로'는 '안양로'로 잘못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출을 해준 금융사 3곳 가운데 두 곳은 오 씨에게 빚을 갚으라고 요구했습니다.

오 씨는 빚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 승소의 기쁨도 잠시. 두 곳 가운데 한 금융사는 항소했습니다.

그리고 2심에서 결과가 뒤집히자 원금에 연체이자까지 1억 원에 가까운 돈을 요구했습니다.

[오OO/피해자 : "범인은 잡혔는데 범인은 재산도 없고 사기 몇 범이니까 그걸 청구를 못 하니, 선량한 저한테 청구하고 집에 가압류를 행사를 해 놓고..."]

취재가 시작되자 이 금융사는 피해자에게 더이상 원리금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화영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최진영 홍성백/영상편집:박은주/그래픽:채상우

[앵커]

이 사건 취재한 김화영 기자에게 더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개인 정보를 도용한 비대면 대출 사기 범죄 실제로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기자]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이런 사례들이 자주 일어납니다.

특히 피싱이나 신분증 분실 같은 이유로 개인정보가 통째로 유출되면,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게 금융사들의 이야기인데요.

하지만, 신분증까지 위조해서 몰래 대출을 받은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입니다.

[앵커]

앞서 보니까, 신분증 주소도 잘못 적혀 있었고, 사진도 전혀 다른 사람 것인데, 금융사가 왜 못 걸러낸 건가요?

[기자]

이사 갈 때마다 신분증을 매번 재발급받진 않죠.

이런 이유로 주소는 비대면 금융 거래를 할 때 본인 확인 절차에서 중요한 기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진은 2017년에 금융결제원이 만든 '비대면 신분증 진위확인 시스템'을 활용하는 금융사라면 위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금융사들은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이었거나, 도입을 했어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미리 막는 게 제일 중요할텐데 정부 대책은 없습니까?

[기자]

지난해 9월에 나온 금융위원회의 금융 분야 보이스피싱 1차 대책을 보면요.

앞서 말씀드린 비대면 신분증 진위확인 시스템, 현재는 금융기관 66곳이 쓰고 있는데, 이걸 모든 금융권이 꼭 쓰도록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건데, 여기에 안면인식 시스템까지 도입해서, 계좌를 만드는 사람과 신분증 주인이 같은지를 이중으로 확인하겠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도입 예정 시기가 올해 하반기라는 점과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으로선 최대한 개인정보 유출에 주의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 대출이 실행되거나 돈이 빠져나가진 않았는지 수시로 확인하는 게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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