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멸치 어획량 최악…‘조업할수록 손해’ 9개 선단 포기

[앵커]

남해안 멸치잡이 업계가 올해 최악의 어획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조업을 할수록 손해를 입는 상황이어서 경남지역 9개 멸치 선단은 멸치잡이를 아예 포기했을 정도라는데요.

줄어든 어획량에 어민들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오종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새벽 경남 거제 앞바다, 조업에 나선 어민들이 그물을 끌어 올립니다.

다른 어종의 어획량은 예년과 큰 차이가 없는데, 유독 멸치만 크게 줄었습니다.

예년의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박노현/경남 거제시 일운면 : "(멸치를) 예전 같은 경우에는 이 통으로 한 40통 정도 잡았는데, 지금 2통밖에 못 잡고 있습니다."]

경매장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오전 9시쯤 시작된 멸치 경매는 단 15분 만에 끝났습니다.

위판량이 많을 땐 오후까지 진행됐는데, 그만큼 어획량이 줄어든 겁니다.

[류재정/멸치권현망수협 중매인 : "많이 나면 그리했습니다. 12시 넘어까지도 경매를 했습니다. 수온에 이상이 있어 가지고 올해는 멸치가 안 납니다. 두 달 정도 멸치가 안 났습니다."]

지난해 천2백억 원에 이르던 멸치권현망수협의 멸치 위판고는 올해는 절반 수준인 640억 원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하루 천5백만 원이 넘는 출어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멸치 선단들은 아예 감척을 택하고 있습니다.

경남지역 52개 멸치 선단 가운데 17개 선단이 감척을 신청했고, 해양수산부는 9개 선단을 감척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이광술/멸치권현망수협 선주 : "감척이 로또입니다. 사실 되면 뭐 좋아하죠. (조업) 나가면 손해고 안 나갈 수 없는 거고 그런 입장입니다."]

업계에서는 올 여름 이후 계속된 고수온으로 산란 된 멸치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것을 어획 부진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부진까지 겹쳐 가격도 하락하면서 전국 멸치 수요량의 절반을 공급하는 경남지역 멸치 선단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오종우입니다.

촬영기자:이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