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교정시설 재소자가 해마다 늘고 있는데, 수용 공간은 많이 부족합니다.
이러다 보니 재소자가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교정시설을 넓히거나 새로 지어야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박영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963년 지어져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안양교도소.
수용동 안으로 들어가자, 복도 한쪽으로 늘어선 방들이 보입니다.
재소자 여러 명이 생활하는 '혼거실'입니다.
이 화장실을 포함한 방의 면적은 약 26제곱미터로, 9명을 수용하도록 마련된 공간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11명이 이곳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무더운 여름에는 재소자들 사이에 다툼도 잦습니다.
[이성보/안양교도소 보안과장 : "여기 위에 열이 그대로 들어오고, (재소자끼리 서로) 붙으면 더우니까 짜증 나고 싸우고, 폭행도 일어나고…."]
교도소와 구치소 등 전국 54군데 교정시설의 수용률은 그동안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해 오다 올해 현재 126%에 이르고 있습니다.
2016년 과밀 수용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 수용률이 줄어드는 듯했지만 추진 속도가 더디면서 지금은 더 늘어난 상태입니다.
인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재소자들에게 정부가 손해를 배상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수용 공간이 한 사람당 2㎡도 안 되는 건 위법하다며,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지금까지 지급된 배상금이 4천만 원에 가깝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교정 당국은 2028년까지 교도소와 구치소 6곳을 신축하고, 7곳은 확장 이전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이전 대상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 일부 주민들은 기존 교도소마저 옮겨달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교정시설 신축이 속도를 내기 위해선 유치에 따른 다양한 혜택을 마련해 해당 주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금용명/교도소연구소장/전 안동교도소장 : "교정본부 내에 갈등 관리 전담 부서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 부서가) 지역 주민들한테 계속 설득하고, 설명(해야 합니다). (지금은) 해결을 지자체에 다 맡겨두고 있습니다."]
범죄자의 재사회화라는 수용 시설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과밀 수용 해소는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입니다.
[신동윤/안양교도소장 : "(재소자들이) 나가서 재범을 하는 경우 이게 사실 사회적 비용이거든요. 적절한 교정·교화가 이뤄질 수 있게 하는 게 국가적으로 더 도움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교정 당국은 지역 주민들과 상생협의체를 꾸리고, 관계기관과 논의해 과밀 수용을 점차 해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촬영기자:김재현/영상편집:고응용/그래픽:최창준/자료조사:유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