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할 수 있나요?”…‘전주마라톤대회’ 무엇이 문제였길래

입력 2025.06.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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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할 수 있나요?"…'전주마라톤대회' 불만 폭주

지난 7일 열린 ‘제1회 전주마라톤대회’  출발 전 모습 (화면 제공 : 시청자)지난 7일 열린 ‘제1회 전주마라톤대회’ 출발 전 모습 (화면 제공 : 시청자)
지난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일원에서 '제1회 전주마라톤대회'가 열렸습니다. 전국적으로 참가자가 몰리면서 신청 인원만 3천2백여 명, 그 가운데 미성년자도 4백 명 넘게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회가 끝난 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회를 성토하는 글이 게시됐습니다. "최악의 마라톤 대회"라거나 "환불이 가능하냐?"는 식의 내용입니다. 마라톤 참가자들은 '총체적 운영 부실'이었다고 호소합니다.

대회 며칠 전에 갑자기 코스가 변경됐고, 급기야 5km와 10km 코스 구분도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양 코스의 참가자들이 한데 섞이면서 뛰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반환점 안내도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각종 커뮤니티에 "10km를 달려야 하는데 5km 코스로 안내했다"며 운영과 관리 미흡을 지적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코스 길이도 정확하지 않아 10km 코스를 달렸는데 실제로는 8.5km에 불과했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또, 도로 통제가 안 되거나 안전 관리 인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완주 후 메달이나 간식을 받는 줄도 통제되지 않아 몇 시간씩 기다리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7일 진행된 ‘제1회 전주마라톤대회’를 성토하는 글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있다.지난 7일 진행된 ‘제1회 전주마라톤대회’를 성토하는 글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있다.

마라톤에 참여했던 전주 시민 이동규 씨는 "안내가 잘 되지 않아 사람들끼리 계속 부딪히고 중간에 넘어진 사람들도 있었다"며 "안전에 대해 거의 신경을 안 쓴 거 같다"고 호소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마라톤 참가자, 전주 시민 A 씨도 "관리 인력이 전체적으로 부족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주최 ·주관한 '전주마라톤대회조직위원회'…사무실 찾아가 보니

마라톤 대회를 주최 ·주관한 '전주마라톤대회조직위원회' 측은 대회가 끝난 후 공식 누리집에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조기 대선으로 대회 날짜가 순연되며 다시 준비하는 과정에 코스가 변경되었다" "무더운 날씨 속 불편을 끼쳐 송구하다"고 했습니다. "거리가 오류된 점"에 대해서도 사과의 뜻을 전하며, "코스 거리가 부족했다"는 참가자들의 지적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대회가 끝난 뒤, 전주마라톤대회조직위원회 측에서 올린 사과문.대회가 끝난 뒤, 전주마라톤대회조직위원회 측에서 올린 사과문.

취재진은 주최 측의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대회 공식 누리집에 적혀있는 사무실로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사무실 주소에는 문을 닫은 음식점이 있었습니다. 음식점 외벽에 작은 표지판에 '전주마라톤대회조직위원회' 라고 적혀 있을 뿐이었습니다.

식당 인근 주민들은 "영업을 안 한 지 한참 된 식당"이라거나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연결된 통화에서 주최 측은 " 조직위에는 여러 사람이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실제 업무를 한 사람은 3명이었다. 대회가 5월에서 6월로 연기되며 환불 신청이 많았고 운영상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코스 변경과 관련해서는 "도로 통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경찰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코스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안전 관리 인력을 300명 이상 배치하는 등 안전 측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참가자들에게는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제공된 기념품 등 가격이 4만 7천 원 정도라 참가비 이상이다"라며 "참가비 환불 등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민간단체 주관이라지만…'전주' 이름 내걸었는데

이번 행사를 주최·주관한 전주마라톤대회조직위원회는 민간 단체입니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으로부터 2천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고, 3천 명이 넘는 참가자들에게 최소 만 원에서 최대 3만 5천 원까지 참가비를 거뒀습니다.

대회에 참가했던 전주 시민 일부는 대회 이름에 '전주'라는 도시명까지 내걸었던 만큼, 운영에 책임감을 가졌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마라톤에 참여한 전주 시민 이동규 씨는 "다른 지역에서, 멀리서 대회 참가를 위해 애써 준비해 온 사람들이 대회 진행에 대해 비판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전주 사람으로서 매우 부끄러웠다."고 말했습니다.

대회 참가자들은 앞으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오는 9월 전주에서 개최 예정인 전국부부가족마라톤대회의 조직위원장이 이번 전주마라톤대회 조직위원장과 동일 인물인 데다, 일부 조직위원회 인사 역시 같은 사람이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간 주관 마라톤 대회, 운영 부실 논란 반복

마라톤 대회 부실 운영을 둘러싼 논란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부산에서 열렸던 한 마라톤 대회에서도 코스 안내와 차량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논란이 일었습니다. 지난해 8월에도 경기도 하남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 십여 명이 탈진해 쓰러졌고, 대회가 조기 종료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2020년에는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 3명이 차에 치여 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민간 마라톤 대회는 개최 장소를 관할하는 지자체 등의 시설 이용 승인만 필요할 뿐입니다. 체육 행사를 열 때 안전관리 조치를 명시해 둔 국민체육진흥법 조항에도 처벌 규정이 따로 없습니다.

전국적인 '러닝' 열풍에 마라톤 대회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데 적절한 제도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촬영기자 : 안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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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불할 수 있나요?”…‘전주마라톤대회’ 무엇이 문제였길래
    • 입력 2025-06-10 15: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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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할 수 있나요?"…'전주마라톤대회' 불만 폭주

지난 7일 열린 ‘제1회 전주마라톤대회’  출발 전 모습 (화면 제공 : 시청자)지난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일원에서 '제1회 전주마라톤대회'가 열렸습니다. 전국적으로 참가자가 몰리면서 신청 인원만 3천2백여 명, 그 가운데 미성년자도 4백 명 넘게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회가 끝난 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회를 성토하는 글이 게시됐습니다. "최악의 마라톤 대회"라거나 "환불이 가능하냐?"는 식의 내용입니다. 마라톤 참가자들은 '총체적 운영 부실'이었다고 호소합니다.

대회 며칠 전에 갑자기 코스가 변경됐고, 급기야 5km와 10km 코스 구분도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양 코스의 참가자들이 한데 섞이면서 뛰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반환점 안내도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각종 커뮤니티에 "10km를 달려야 하는데 5km 코스로 안내했다"며 운영과 관리 미흡을 지적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코스 길이도 정확하지 않아 10km 코스를 달렸는데 실제로는 8.5km에 불과했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또, 도로 통제가 안 되거나 안전 관리 인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완주 후 메달이나 간식을 받는 줄도 통제되지 않아 몇 시간씩 기다리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7일 진행된 ‘제1회 전주마라톤대회’를 성토하는 글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있다.
마라톤에 참여했던 전주 시민 이동규 씨는 "안내가 잘 되지 않아 사람들끼리 계속 부딪히고 중간에 넘어진 사람들도 있었다"며 "안전에 대해 거의 신경을 안 쓴 거 같다"고 호소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마라톤 참가자, 전주 시민 A 씨도 "관리 인력이 전체적으로 부족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주최 ·주관한 '전주마라톤대회조직위원회'…사무실 찾아가 보니

마라톤 대회를 주최 ·주관한 '전주마라톤대회조직위원회' 측은 대회가 끝난 후 공식 누리집에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조기 대선으로 대회 날짜가 순연되며 다시 준비하는 과정에 코스가 변경되었다" "무더운 날씨 속 불편을 끼쳐 송구하다"고 했습니다. "거리가 오류된 점"에 대해서도 사과의 뜻을 전하며, "코스 거리가 부족했다"는 참가자들의 지적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대회가 끝난 뒤, 전주마라톤대회조직위원회 측에서 올린 사과문.
취재진은 주최 측의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대회 공식 누리집에 적혀있는 사무실로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사무실 주소에는 문을 닫은 음식점이 있었습니다. 음식점 외벽에 작은 표지판에 '전주마라톤대회조직위원회' 라고 적혀 있을 뿐이었습니다.

식당 인근 주민들은 "영업을 안 한 지 한참 된 식당"이라거나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연결된 통화에서 주최 측은 " 조직위에는 여러 사람이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실제 업무를 한 사람은 3명이었다. 대회가 5월에서 6월로 연기되며 환불 신청이 많았고 운영상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코스 변경과 관련해서는 "도로 통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경찰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코스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안전 관리 인력을 300명 이상 배치하는 등 안전 측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참가자들에게는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제공된 기념품 등 가격이 4만 7천 원 정도라 참가비 이상이다"라며 "참가비 환불 등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민간단체 주관이라지만…'전주' 이름 내걸었는데

이번 행사를 주최·주관한 전주마라톤대회조직위원회는 민간 단체입니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으로부터 2천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고, 3천 명이 넘는 참가자들에게 최소 만 원에서 최대 3만 5천 원까지 참가비를 거뒀습니다.

대회에 참가했던 전주 시민 일부는 대회 이름에 '전주'라는 도시명까지 내걸었던 만큼, 운영에 책임감을 가졌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마라톤에 참여한 전주 시민 이동규 씨는 "다른 지역에서, 멀리서 대회 참가를 위해 애써 준비해 온 사람들이 대회 진행에 대해 비판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전주 사람으로서 매우 부끄러웠다."고 말했습니다.

대회 참가자들은 앞으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오는 9월 전주에서 개최 예정인 전국부부가족마라톤대회의 조직위원장이 이번 전주마라톤대회 조직위원장과 동일 인물인 데다, 일부 조직위원회 인사 역시 같은 사람이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간 주관 마라톤 대회, 운영 부실 논란 반복

마라톤 대회 부실 운영을 둘러싼 논란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부산에서 열렸던 한 마라톤 대회에서도 코스 안내와 차량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논란이 일었습니다. 지난해 8월에도 경기도 하남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 십여 명이 탈진해 쓰러졌고, 대회가 조기 종료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2020년에는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 3명이 차에 치여 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민간 마라톤 대회는 개최 장소를 관할하는 지자체 등의 시설 이용 승인만 필요할 뿐입니다. 체육 행사를 열 때 안전관리 조치를 명시해 둔 국민체육진흥법 조항에도 처벌 규정이 따로 없습니다.

전국적인 '러닝' 열풍에 마라톤 대회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데 적절한 제도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촬영기자 : 안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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