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청하신 ○○카드 등기 왔습니다."
제주에 사는 60대 여성 A 씨는 얼마 전,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카드 배송기사'라며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A 씨는 처음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습니다. 최근 해당 카드사에서 신용카드 발급을 신청한 사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카드를 발급한 적이 없다"는 말에 배송기사라는 사람은 본인이 배송업만 하는 것이라 잘 모르니, 해당 카드사로 직접 문의해 보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줬습니다.
실제 ○○카드사 고객센터 번호였습니다.
■ "신용카드 배송하러 왔습니다"…집배원 사칭 피싱 기승
"개인정보가 유출돼 카드가 발급된 것 같습니다."
A 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배송기사가 알려준 번호로 전화해, 상담원에게 카드 발급 사실이 없는데도 배송이 온 이유를 물었습니다. 카드사에서는 "개인정보가 유출돼 고객님도 모르게 카드가 발급된 것 같다"며 A 씨에게 금융감독원에 당장 연락해 조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카드사 직원은 문 씨에게 금융감독원 전화번호와 '직통 URL'이라는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를 보내왔습니다. "링크를 클릭해 추가 피해를 막으시라"며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기까지 했습니다. 안내대로 문 씨는 스마트폰으로 받은 '금융감독원 직통 UR L'을 클 릭했습니다.
이때, A 씨의 휴대전화에는 자신도 모르게 '원격제어 앱'이 설치됐습니다.

이어 별다른 의심 없이 금융감독원 콜센터 1332로 전화를 건 A 씨는 상담원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듣습니다. 명의도용을 당한 A 씨가 관련 피해자만 38명에 달하는 거대 사기 사건에 연루돼, 소환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보상하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며 A 씨에게 거액의 자금 계좌 이체를 유도했습니다. 해결에 필요한 돈만 수천만 원이었습니다. 겁이 난 A 씨는 그길로 거래하던 은행을 찾아갔습니다.
■ "5000만 원 이체, 잠깐만요"…고객님 재산 지킨 은행원 '촉'
지난달 24일 오후 1시, 제주시농협 동화로지점에서 창구 업무 중이던 송성희 과장이 은행을 찾아온 A 씨를 맞았습니다. 큰돈을 이체해달라는 A 씨 요청에 바로 수상함을 느끼고 "혹시 이상한 전화나 부탁을 받고 왔느냐"며 확인부터 했습니다.
송 과장은 A 씨의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통화 기록과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살펴봤습니다. 약 3시간 전부터 카드사 직원, 금융감독원 직원, 검찰 직원 등을 사칭한 신원을 알 수 없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앞서 A 씨가 스마트폰으로 받은 URL을 눌러 원격제어 앱이 깔린 탓에 A 씨가 올바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사기범 일당이 이를 가로채, 마치 해당 기관 관계자인 척 속일 수 있었던 겁니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사건이라고 판단한 송 과장은 즉각 112에 신고했습니다. 이어 A 씨의 계좌에서 출금과 거래를 정지하고 스마트뱅킹 등 각종 전자금융을 해지했습니다. 개인정보 노출자 등록, 여신 안심 차단 서비스 신청, 비대면 계좌 개설 차단 서비스 신청 등을 통해 혹시 모를 추가 피해도 예방했습니다.

경찰이 오기 전까지 시간을 끌었지만,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발각 사실을 알아챈 사기범 일당이 원격앱 제어로 A 씨 휴대전화에 남아있던 문자와 전화, 대화 기록을 모두 삭제해 버린 뒤였습니다. 피해를 막은 것으로 상황은 일단락됐습니다.
이처럼 발급하지도 않은 '신용카드 배송'을 미끼로 카드사와 각종 기관을 사칭하며 거액의 자금 송금을 요구하는 사기 전화 피해가 최근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우선 거액의 자금 이체를 요구받을 때는 의심부터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단 수상한 전화를 받았다면 112로 바로 신고해야 합니다.
또 경찰청의 ‘사이버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보안 수칙’에 따라 출처가 불명확한 인터넷주소(URL) 를 절대로 클릭하지 않아야 하고, 스마트폰 보안 설정을 강화하는 방법 등도 있습니다.
■ '금융사기 방어 최전선' 은행…직원 대상 예방 교육 효과 '톡톡'
은행 직원이 고객의 금융사기 피해를 예방한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종종 알려졌습니다. 최근 제주은행 노형뉴타운지점에서도 행원이 침착하게 기지를 발휘해 수천만 원대 금전 피해를 막았습니다.
김시현 행원은 한 고객이 창구에 찾아와 '마트 투자' 명목으로 5천만 원을 이체하려는 걸 수상히 여겼습니다. 자금 사용처에 관해 묻는 등 자세히 확인했고, 고객이 투자한다는 마트가 전남에 있는 한 소형 매장인 것을 파악했습니다.
그러나 문진표를 활용해 살펴보니 실제로 이 고객의 이체 목적이 마트 투자가 아닌 해외 축구 다단계 '역베팅' 투자였습니다. 꼼꼼한 확인으로 고객에게 거래 중지를 권유한 덕에 실제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전화금융사기 수법이 날로 지능적으로 발전하면서 '최일선'에 있는 각 은행에서는 수시로 직원 대상 금융사기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봉주 제주시농협 조합장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금융사기 예방 교육을 해오고 있는데, 직원의 신속한 대처로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로부터 고객의 자산을 지키게 돼 기쁘다"면서 "혹시 모를 전화금융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통화나 문자, 대화 내용을 저장, 기록해 두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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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급하신 카드 배송 왔습니다”…끊이지 않는 보이스피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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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4-20 12:00:22

"신청하신 ○○카드 등기 왔습니다."
제주에 사는 60대 여성 A 씨는 얼마 전,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카드 배송기사'라며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A 씨는 처음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습니다. 최근 해당 카드사에서 신용카드 발급을 신청한 사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카드를 발급한 적이 없다"는 말에 배송기사라는 사람은 본인이 배송업만 하는 것이라 잘 모르니, 해당 카드사로 직접 문의해 보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줬습니다.
실제 ○○카드사 고객센터 번호였습니다.
■ "신용카드 배송하러 왔습니다"…집배원 사칭 피싱 기승
"개인정보가 유출돼 카드가 발급된 것 같습니다."
A 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배송기사가 알려준 번호로 전화해, 상담원에게 카드 발급 사실이 없는데도 배송이 온 이유를 물었습니다. 카드사에서는 "개인정보가 유출돼 고객님도 모르게 카드가 발급된 것 같다"며 A 씨에게 금융감독원에 당장 연락해 조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카드사 직원은 문 씨에게 금융감독원 전화번호와 '직통 URL'이라는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를 보내왔습니다. "링크를 클릭해 추가 피해를 막으시라"며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기까지 했습니다. 안내대로 문 씨는 스마트폰으로 받은 '금융감독원 직통 UR L'을 클 릭했습니다.
이때, A 씨의 휴대전화에는 자신도 모르게 '원격제어 앱'이 설치됐습니다.

이어 별다른 의심 없이 금융감독원 콜센터 1332로 전화를 건 A 씨는 상담원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듣습니다. 명의도용을 당한 A 씨가 관련 피해자만 38명에 달하는 거대 사기 사건에 연루돼, 소환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보상하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며 A 씨에게 거액의 자금 계좌 이체를 유도했습니다. 해결에 필요한 돈만 수천만 원이었습니다. 겁이 난 A 씨는 그길로 거래하던 은행을 찾아갔습니다.
■ "5000만 원 이체, 잠깐만요"…고객님 재산 지킨 은행원 '촉'
지난달 24일 오후 1시, 제주시농협 동화로지점에서 창구 업무 중이던 송성희 과장이 은행을 찾아온 A 씨를 맞았습니다. 큰돈을 이체해달라는 A 씨 요청에 바로 수상함을 느끼고 "혹시 이상한 전화나 부탁을 받고 왔느냐"며 확인부터 했습니다.
송 과장은 A 씨의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통화 기록과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살펴봤습니다. 약 3시간 전부터 카드사 직원, 금융감독원 직원, 검찰 직원 등을 사칭한 신원을 알 수 없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앞서 A 씨가 스마트폰으로 받은 URL을 눌러 원격제어 앱이 깔린 탓에 A 씨가 올바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사기범 일당이 이를 가로채, 마치 해당 기관 관계자인 척 속일 수 있었던 겁니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사건이라고 판단한 송 과장은 즉각 112에 신고했습니다. 이어 A 씨의 계좌에서 출금과 거래를 정지하고 스마트뱅킹 등 각종 전자금융을 해지했습니다. 개인정보 노출자 등록, 여신 안심 차단 서비스 신청, 비대면 계좌 개설 차단 서비스 신청 등을 통해 혹시 모를 추가 피해도 예방했습니다.

경찰이 오기 전까지 시간을 끌었지만,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발각 사실을 알아챈 사기범 일당이 원격앱 제어로 A 씨 휴대전화에 남아있던 문자와 전화, 대화 기록을 모두 삭제해 버린 뒤였습니다. 피해를 막은 것으로 상황은 일단락됐습니다.
이처럼 발급하지도 않은 '신용카드 배송'을 미끼로 카드사와 각종 기관을 사칭하며 거액의 자금 송금을 요구하는 사기 전화 피해가 최근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우선 거액의 자금 이체를 요구받을 때는 의심부터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단 수상한 전화를 받았다면 112로 바로 신고해야 합니다.
또 경찰청의 ‘사이버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보안 수칙’에 따라 출처가 불명확한 인터넷주소(URL) 를 절대로 클릭하지 않아야 하고, 스마트폰 보안 설정을 강화하는 방법 등도 있습니다.
■ '금융사기 방어 최전선' 은행…직원 대상 예방 교육 효과 '톡톡'
은행 직원이 고객의 금융사기 피해를 예방한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종종 알려졌습니다. 최근 제주은행 노형뉴타운지점에서도 행원이 침착하게 기지를 발휘해 수천만 원대 금전 피해를 막았습니다.
김시현 행원은 한 고객이 창구에 찾아와 '마트 투자' 명목으로 5천만 원을 이체하려는 걸 수상히 여겼습니다. 자금 사용처에 관해 묻는 등 자세히 확인했고, 고객이 투자한다는 마트가 전남에 있는 한 소형 매장인 것을 파악했습니다.
그러나 문진표를 활용해 살펴보니 실제로 이 고객의 이체 목적이 마트 투자가 아닌 해외 축구 다단계 '역베팅' 투자였습니다. 꼼꼼한 확인으로 고객에게 거래 중지를 권유한 덕에 실제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전화금융사기 수법이 날로 지능적으로 발전하면서 '최일선'에 있는 각 은행에서는 수시로 직원 대상 금융사기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봉주 제주시농협 조합장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금융사기 예방 교육을 해오고 있는데, 직원의 신속한 대처로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로부터 고객의 자산을 지키게 돼 기쁘다"면서 "혹시 모를 전화금융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통화나 문자, 대화 내용을 저장, 기록해 두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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