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로 조작하고 숨지면 바꿔치기”…드러난 해외입양 인권침해

입력 2025.03.31 (17:10) 수정 2025.03.3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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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년 전 해외 입양인 3백여 명이 입양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당했다며 진실화해위원회에 조사를 신청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진화위의 2년 넘는 조사 결과, 미아를 고아로 조작해 입양시키는 등의 인권 침해 행위가 드러났습니다.

추재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51년 전 덴마크로 입양된 피터 뮐러 씨와 한분영 씨, 입양 알선 기관에서 자신들의 기록을 받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한분영·피터 뮐러/덴마크 입양인 : "다른 친구들과 (자료를) 비교해 보니, 똑같은 문구였어요. 날짜와 연도만 달라요. (이건 서식(템플릿)같은 거예요.)"]

이들처럼 해외로 입양됐던 3백여 명이 입양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를 주장하며, 진실화해위원회에 조사를 신청했습니다.

진화위가 2년여 동안 이들의 기록을 조사했고 인권 침해 행위가 확인됐습니다.

발견 장소와 상관없이 입양 알선 기관 앞에서 발견됐다고 허위로 기재해 고아로 만들었고, 미아로 발견된 기록이 있더라도 고아로 꾸며 입양시키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입양이 예정됐던 아동이 숨지자, 다른 아동으로 바꿔치기해 입양을 보냈습니다.

[정영훈/진실화해위 조사2국장 : "(정부는) 아동을 대량으로 해외 입양시키는 정책을 펴면서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오랜 기간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관리함으로써…."]

이를 바탕으로 진화위는 국가 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해외 입양 아동에 대한 불법성을 인정하고, 국가의 사과와 피해자 구제 등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불법 입양 피해자들은 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합니다.

[김유리/프랑스 입양인 : "(한국은) 부모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 DNA 검사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습니다. 모든 입양인들은 DNA 검사를 받을 권리가 있어야 합니다."]

진실규명이 예정됐던 신청자 가운데 절반은 '자료 부족'을 이유로 판단이 보류됐는데, 진화위 활동은 오는 5월 조사를 끝으로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한분영/덴마크 입양인 : "'자료 부족'이 우리를 또다시 피해자로 만들면 안됩니다. 저와, 다른 많은 신청자의 건도 결정되길 간절히 기다리겠습니다."]

KBS 뉴스 추재훈입니다.

촬영기자:박준영 김형준/영상편집:최찬종/화면제공: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그래픽:여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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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아로 조작하고 숨지면 바꿔치기”…드러난 해외입양 인권침해
    • 입력 2025-03-31 17:10:33
    • 수정2025-03-31 17:34:02
    뉴스 5
[앵커]

3년 전 해외 입양인 3백여 명이 입양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당했다며 진실화해위원회에 조사를 신청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진화위의 2년 넘는 조사 결과, 미아를 고아로 조작해 입양시키는 등의 인권 침해 행위가 드러났습니다.

추재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51년 전 덴마크로 입양된 피터 뮐러 씨와 한분영 씨, 입양 알선 기관에서 자신들의 기록을 받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한분영·피터 뮐러/덴마크 입양인 : "다른 친구들과 (자료를) 비교해 보니, 똑같은 문구였어요. 날짜와 연도만 달라요. (이건 서식(템플릿)같은 거예요.)"]

이들처럼 해외로 입양됐던 3백여 명이 입양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를 주장하며, 진실화해위원회에 조사를 신청했습니다.

진화위가 2년여 동안 이들의 기록을 조사했고 인권 침해 행위가 확인됐습니다.

발견 장소와 상관없이 입양 알선 기관 앞에서 발견됐다고 허위로 기재해 고아로 만들었고, 미아로 발견된 기록이 있더라도 고아로 꾸며 입양시키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입양이 예정됐던 아동이 숨지자, 다른 아동으로 바꿔치기해 입양을 보냈습니다.

[정영훈/진실화해위 조사2국장 : "(정부는) 아동을 대량으로 해외 입양시키는 정책을 펴면서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오랜 기간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관리함으로써…."]

이를 바탕으로 진화위는 국가 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해외 입양 아동에 대한 불법성을 인정하고, 국가의 사과와 피해자 구제 등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불법 입양 피해자들은 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합니다.

[김유리/프랑스 입양인 : "(한국은) 부모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 DNA 검사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습니다. 모든 입양인들은 DNA 검사를 받을 권리가 있어야 합니다."]

진실규명이 예정됐던 신청자 가운데 절반은 '자료 부족'을 이유로 판단이 보류됐는데, 진화위 활동은 오는 5월 조사를 끝으로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한분영/덴마크 입양인 : "'자료 부족'이 우리를 또다시 피해자로 만들면 안됩니다. 저와, 다른 많은 신청자의 건도 결정되길 간절히 기다리겠습니다."]

KBS 뉴스 추재훈입니다.

촬영기자:박준영 김형준/영상편집:최찬종/화면제공: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그래픽:여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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