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바디캠’ 영상 유출…사생활·인권 침해 우려

입력 2025.03.13 (14:14) 수정 2025.03.1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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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주취 폭력, 가정폭력 등 형사 사건 현장과 각종 재난·재해 현장에 출동하는 일부 경찰관들은 몸에 카메라를 붙입니다. 이른바 ,'바디캠'인데요.
사건 현장에서 발생하는 충돌 과정 등을 기록하고 경찰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 보니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 사이에서 활용도가 큽니다.
하지만 찍힌 사람은 꺼림칙한 게 사실입니다. 심지어 그 영상을 경찰이 아닌 다른 사람까지 보게 된다면 어떨까요?


■"이거 너 아니야?"…'바디캠' 영상, 경찰 단체 대화방 통해 유출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2년 전, 부산 금정구. 취객이 소동을 벌인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관이 출동했습니다. 말리는 경찰관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한 취객, 그리고 이를 제압하는 경찰.

이 과정이 경찰관의 '바디캠'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그런데 이 영상이 경찰 단체 대화방을 통해 유출된 사실이 최근 밝혀졌습니다. 지구대 컴퓨터에 보관하던 영상을 그곳에서 근무하던 다른 경찰관이 스마트폰으로 찍어 퍼트린 겁니다.

심지어 해당 영상은 당사자, 그 '취객'에게도 전달됐습니다. 경찰 단체 대화방을 통해 유출된 지 두 달 뒤, '네 얼굴 아니냐?'며 한 지인으로부터 영상을 건네받았습니다.


영상 유출 피해를 본 남성은 "반성하고 지내던 중에 지인들이 영상을 봤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면서도 "공무원의 권한을 이용해서 영상을 유출했다는 점에 화가 났다"고 말했습니다.

■100대 지급해 시범 운용했지만 결국 중단… '내돈내산' 바디캠


'바디캠' 영상은 주취 폭력 등 각종 형사 사건 현장에서 중요한 증거 자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최근 탄핵 관련 집회와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현장에 출동하는 기동대나 경찰관들 사이에서 '바디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현재 경찰이 쓰고 있는 '바디캠'은 경찰에서 지급하는 물품이 아니라는 겁니다. 개인이 20만 원가량 사비를 들여 구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2015년, 경찰청은 바디캠 100대를 구입해 일부 경찰서에 나눠주고 시범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이미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이보다 1년가량 먼저 도입해 지금까지 확대 운영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정보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인권 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2021년, 도입한 지 6년 만에 '바디캠' 지급을 중단하고 경찰 공식 장비에서 제외했습니다.

2025년 3월 기준 경찰관이 직접 구매하고 개인적으로 장비 등록을 한 바디캠은 전국에 2천여 대, 부산에는 92대가 있습니다.

■바디캠, 경찰 지급 물품에 포함…하반기부터 보급 확대


경찰관 보호, 증거 확보 등의 효과와 인권 침해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경찰은 지난해 7월, '바디캠'을 다시 경찰 장비에 포함했습니다. 개별적으로 구매해야 했던 장비를 정부 예산을 통해 지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찰에 '바디캠'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부산은 올해 하반기부터 지급한다는 계획입니다.

경찰은 또, 바디캠 사용 요건을 기존보다 확대하고 기록물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기준을 정해 보안 관리를 강화했는데요.

신찬욱 부산경찰청 지역경찰계장은 "관리 책임자와 전담 직원을 지정해 다른 직원들은 저장된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채증된 영상 번호와 기기 번호, 담당자 등을 등록대장에 입력해 기기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앞서 사례에서처럼 영상 유출 위험은 여전합니다.

현재 경찰이 '바디캠'으로 수집한 데이터의 보관 기간은 수집한 날로부터 30일입니다. 증거 보전 등의 필요성이 있을 경우 최대 180일까지 보관할 수 있습니다.

담당자가 이 기간 안에 직접 삭제하지 않는다면, '바디캠' 영상을 여전히 업무용 컴퓨터에 보관해야 해 영상 유출과 유포 가능성을 차단하기 어렵습니다. '사생활·인권 침해' 논란 역시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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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이 ‘바디캠’ 영상 유출…사생활·인권 침해 우려
    • 입력 2025-03-13 14:14:40
    • 수정2025-03-13 15: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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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 폭력, 가정폭력 등 형사 사건 현장과 각종 재난·재해 현장에 출동하는 일부 경찰관들은 몸에 카메라를 붙입니다. 이른바 ,'바디캠'인데요.<br />사건 현장에서 발생하는 충돌 과정 등을 기록하고 경찰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 보니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 사이에서 활용도가 큽니다.<br />하지만 찍힌 사람은 꺼림칙한 게 사실입니다. 심지어 그 영상을 경찰이 아닌 다른 사람까지 보게 된다면 어떨까요?

■"이거 너 아니야?"…'바디캠' 영상, 경찰 단체 대화방 통해 유출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2년 전, 부산 금정구. 취객이 소동을 벌인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관이 출동했습니다. 말리는 경찰관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한 취객, 그리고 이를 제압하는 경찰.

이 과정이 경찰관의 '바디캠'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그런데 이 영상이 경찰 단체 대화방을 통해 유출된 사실이 최근 밝혀졌습니다. 지구대 컴퓨터에 보관하던 영상을 그곳에서 근무하던 다른 경찰관이 스마트폰으로 찍어 퍼트린 겁니다.

심지어 해당 영상은 당사자, 그 '취객'에게도 전달됐습니다. 경찰 단체 대화방을 통해 유출된 지 두 달 뒤, '네 얼굴 아니냐?'며 한 지인으로부터 영상을 건네받았습니다.


영상 유출 피해를 본 남성은 "반성하고 지내던 중에 지인들이 영상을 봤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면서도 "공무원의 권한을 이용해서 영상을 유출했다는 점에 화가 났다"고 말했습니다.

■100대 지급해 시범 운용했지만 결국 중단… '내돈내산' 바디캠


'바디캠' 영상은 주취 폭력 등 각종 형사 사건 현장에서 중요한 증거 자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최근 탄핵 관련 집회와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현장에 출동하는 기동대나 경찰관들 사이에서 '바디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현재 경찰이 쓰고 있는 '바디캠'은 경찰에서 지급하는 물품이 아니라는 겁니다. 개인이 20만 원가량 사비를 들여 구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2015년, 경찰청은 바디캠 100대를 구입해 일부 경찰서에 나눠주고 시범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이미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이보다 1년가량 먼저 도입해 지금까지 확대 운영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정보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인권 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2021년, 도입한 지 6년 만에 '바디캠' 지급을 중단하고 경찰 공식 장비에서 제외했습니다.

2025년 3월 기준 경찰관이 직접 구매하고 개인적으로 장비 등록을 한 바디캠은 전국에 2천여 대, 부산에는 92대가 있습니다.

■바디캠, 경찰 지급 물품에 포함…하반기부터 보급 확대


경찰관 보호, 증거 확보 등의 효과와 인권 침해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경찰은 지난해 7월, '바디캠'을 다시 경찰 장비에 포함했습니다. 개별적으로 구매해야 했던 장비를 정부 예산을 통해 지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찰에 '바디캠'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부산은 올해 하반기부터 지급한다는 계획입니다.

경찰은 또, 바디캠 사용 요건을 기존보다 확대하고 기록물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기준을 정해 보안 관리를 강화했는데요.

신찬욱 부산경찰청 지역경찰계장은 "관리 책임자와 전담 직원을 지정해 다른 직원들은 저장된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채증된 영상 번호와 기기 번호, 담당자 등을 등록대장에 입력해 기기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앞서 사례에서처럼 영상 유출 위험은 여전합니다.

현재 경찰이 '바디캠'으로 수집한 데이터의 보관 기간은 수집한 날로부터 30일입니다. 증거 보전 등의 필요성이 있을 경우 최대 180일까지 보관할 수 있습니다.

담당자가 이 기간 안에 직접 삭제하지 않는다면, '바디캠' 영상을 여전히 업무용 컴퓨터에 보관해야 해 영상 유출과 유포 가능성을 차단하기 어렵습니다. '사생활·인권 침해' 논란 역시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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