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계몽’됐나 ‘분열’됐나…재판정 밖은? [헌재의시간]⑧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연관 기사
[헌재의시간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말한 '계엄의 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89130
[헌재의시간②] 김용현·이진우·여인형, 그들이 '엉겁결'에 증언한 것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89201
[헌재의시간③] '거짓말' 공격받은 홍장원, 말 바뀐 김현태…하지만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89233
[헌재의시간④] ‘복심’ 이상민, ‘동기’ 김용빈…답변은 180도 달랐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89248
[헌재의시간⑤] 쏟아진 재판관 '질문들'…'탄핵 가늠자' 되나?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89476
[헌재의시간⑥] 윤 대통령 지킨 23명 대리인단…'유효타' 있었나?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89514
[헌재의시간⑦] '질서 회복' 강조한 국회 측...속도전에 놓친 것은?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90093
[헌재의시간⑧] 국민은 '계몽'됐나 '분열'됐나…재판정 밖은?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90144

7편까지는 재판정 안에서 일어난 일을 정리했습니다. 마지막 편은 재판정 밖 이야기입니다. |
#1. 재판정 밖, "신분증 확인할게요"
지난 한 달, 매주 화·목요일은 헌법재판소로 출근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이 열리는 날입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을 2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탄핵 무효' 구호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성경책을 펴서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 사람도 보입니다.
2번 출구에서 헌법재판소까지는 100m 남짓. 매번 올 때마다 1km처럼 느껴집니다. 도로 양쪽이 경찰버스 벽으로 꽉 막혀서 그렇습니다. 같은 지하철에서 내린 일본인 관광객들은 어리둥절합니다. 여기가 북촌한옥마을이 있는 그 안국인가.
그 100m의 길에서는 여러 번 신원을 증명해야 합니다. 곳곳에 서 있는 경찰들에게 기자 명함을 보여줍니다. 혹시 위조된 명함이 아닐까 신분증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헌법재판소 입구에 도착하면 신원 정보를 적고 출입증을 받습니다. 방문자 명단에 출입증 번호를 써넣는 순간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듭니다. '헌법의 세계로 들어왔구나.'

변론 시간이 다가올수록 재판관들을 향한 비난은 더 거세집니다. "문형배 개XX야 내려와라!"
경찰이 제지하자 '경찰 XX야!'라며 또 욕합니다. 정체불명의 거짓 정보도 난무합니다.
"헌재 TF팀 정체를 밝혀라! 중국 공산당 스파이 맞지?"
대통령이 헌재에 도착할 시간이 되면 목소리가 더 높아집니다. 누군가 "대통령을 응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헌법재판관들을 바꿔야 합니다!"라고 말하니,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극단적이기는 마찬가집니다. '윤석열 사형', '밟아' 같은 원색적 표현을 서슴지 않습니다.

#2. 안과 밖의 연결
같은 시각, 재판정 안에선 탄핵소추단인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변론이 진행 중입니다. 안도했던 마음은 잠시, 재판정 안과 밖이 연결됩니다. 윤 대통령 측에서 '부정선거' 음모론과 선거관리위원회 의혹을 들고나옵니다. 밖에선 'STOP THE STEAL' * 이 적힌 팻말을 든 사람들의 집회가 한창입니다.
선관위와 수사기관, 법원 모두 '부정선거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지만 못 믿겠다는 사람들, 재판정 안과 밖에 동시에 존재합니다. 이들은 어떤 정보를 믿은 걸까요?

"오늘 아침 신문에도 수원 연수원에 있던 중국인들 90명이 오키나와 미군 부대 시설 내에 가서 조사를 받았고, 부정선거에 대해서 다 자백했다는 그런 뉴스가 나왔습니다. 그걸 밝히기 위한 비상계엄이 국헌 문란이고 퇴직해야 할 사유라는 것은 극히 의문이 듭니다" - 배진한 변호사 / 2차 변론기일 |
배 변호사가 말한 신문은 '스카이데일리', 중국 간첩단이 한미 공조 작전으로 체포돼 주일미군기지로 압송됐다는 뉴스였습니다. 하지만 주한미군마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한 내용입니다.
이 기사를 쓴 기자와 매체는 선관위에 의해 고발당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또 다른 윤 대통령 측 변호사의 말을 볼까요.
"대통령은 국회의원 등 누구를 체포하라고 명령하지 않았고 계엄군이 누구를 체포하려고 시도하거나 체포한 일도 없습니다. 반나절 계엄을 명백히 예상하면서 무슨 일을 도모한다는 말입니까? 국민들은 이 사건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이해하고 있는데 반국가 세력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죄라고 몰아서 국방 책임자들을 구속한 데 이어서 대통령까지 구속한 것입니다." - 조대현 변호사 / 4차 변론기일 |
'계몽'과 '계엄령'을 합친 '계몽령'이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극우 유튜버들이 종종 써온 단어입니다. 주로 '계엄선포는 국민을 깨우기 위한 계몽령' 이라는 주장에 동원됩니다.
#3. 재판정 안, 누가 '국민'인가
조 변호사가 말한, 이 사건을 계몽령으로 이해한다는 '국민'은 누구일까요. 윤 대통령의 최후 발언에서 '국민'을 찾아봤습니다.
"저는 주권자인 국민들께 이러한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리고, 국민들께서 매서운 감시와 비판으로 이들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고자 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비상계엄의 목적을 상당 부분 이루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진심을 이해해 주시는 우리 국민, 우리 청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도 있습니다. 옳고 그름에 앞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합니다." - 윤석열 대통령 / 11차 변론기일 |
정리하면, 윤 대통령의 '국민'은 계엄을 통해 거대 야당의 패악을 알려야 할 대상이었습니다. 또 그 진심을 이해해 주는 '국민', 그중에서도 청년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겁니다. 그 청년 중 일부는 윤 대통령이 구속되자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력난동 사태를 일으켰습니다.
진심을 이해 못 하는 이들도 '국민'으로 언급합니다. 하지만 '나를 지켜줘서 고맙다'는 메시지 뒤에 따라옵니다.
"지난 12.3 계엄과 탄핵 소추 이후 엄동설한에 저를 지키겠다며 거리로 나선 국민들을 보았습니다. 저를 비판하고 질책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들었습니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만, 모두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 윤석열 대통령 / 11차 변론기일 |
'계몽'은 재판정에서 또 한 번 등장했습니다. 최후 변론에서 자신을 '14개월 딸아이를 둔 엄마'로 소개한 변호사의 말입니다.
"계엄 당일 육아 퇴근 후에 소파에 누워 있다가 계엄 선포를 보고 바로 법조문을 확인하였습니다. …(중략)… 담화문을 천천히 읽어 보았습니다. 제가 임신과 출산과 육아를 하느라 몰랐던 민주당이 저지른 패악을, 일당 독재의 파쇼 행위를 확인하고 아이와 함께하려고 비워둔 시간을 나누어 이 사건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계몽되었습니다." - 김계리 변호사 / 11차 변론기일 |
국회 측 대리인도 최종 변론에서도 '아이 키우는 부모'가 나왔습니다. 호소 대상은 윤 대통령 측과 달라 보입니다.
"지난 두 달 동안, 제 아이로부터 왜 밤늦게 들어오고 주말에도 함께 놀지 못하는지, 우리 일상에 발생한 이 사건이 무엇인지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온 국민이 역사책에서나 봤던 ‘계엄’으로 인해, 헌법을 공부해야 하고, 대통령의 권한과 의무에 대해 아이들에게 어떻게 답해주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 황영민 변호사 / 11차 변론기일 "그날 밤 저는 느닷없는 계엄에 우선은 놀랐고, 하필이면 지금 이런 때에 군에 가 있는 아들이 생각나서 ‘아들이 계엄군이 될 수도 있는 건가?’ 싶어서 두려웠습니다. 비상계엄 자체도 너무 무섭지만, 내 아이가 계엄군이 되는 것은 더더욱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 이금규 변호사 / 11차 변론기일 |
'청년'에 대한 양측의 인식도 달랐습니다. 윤 대통령이 부른 서부지법 난동 '청년'들, 국회 측에선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가장 안타까운 장면은, 경찰과 사법기관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일부 젊은이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들 젊은이를 비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 현실과 관행이 우리 젊은이들의 꿈을 좌절하도록 만들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 김진한 변호사 / 11차 변론기일 |
#4. 다시 재판정 밖
모든 변론이 끝나고 재판정 밖에서도 양 측은 '국민'을 향해 호소했습니다.
[윤 대통령 측] "대통령은 헌법상 대통령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국민들도 잠재된 문제점을 알게 됐고, 대통령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가 전국적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 윤갑근 변호사 / 11차 변론기일 후 |
[국회 측] "대통령의 발언은 자신은 여전히 잘못한 일이 없는데, 국민들한테는 다소 교통에 불편 정도 끼친 것이 죄송하다는 취지 같아요. 대통령의 그와 같은 인식과 선동으로 국민들이 분열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탄핵 결정이 내려진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국민들이 오해하고 분노할 걸로 예상이 되는데, …(중략)… 우리 국민들이 할 몫이 점점 더 많아진다는 이런 생각이 들고요." - 김진한 변호사 / 11차 변론기일 후 |

비상계엄이라는 같은 현상을 두고 한쪽은 국민들이 계몽됐다고, 다른 쪽은 분열됐다고 말했습니다. 역사는 어떻게 평가할까요? 공은 헌법재판소에 넘어갔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국민은 ‘계몽’됐나 ‘분열’됐나…재판정 밖은? [헌재의시간]⑧
-
- 입력 2025-03-03 14:01:23
- 수정2025-03-03 14:08:39

7편까지는 재판정 안에서 일어난 일을 정리했습니다. 마지막 편은 재판정 밖 이야기입니다. |
#1. 재판정 밖, "신분증 확인할게요"
지난 한 달, 매주 화·목요일은 헌법재판소로 출근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이 열리는 날입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을 2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탄핵 무효' 구호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성경책을 펴서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 사람도 보입니다.
2번 출구에서 헌법재판소까지는 100m 남짓. 매번 올 때마다 1km처럼 느껴집니다. 도로 양쪽이 경찰버스 벽으로 꽉 막혀서 그렇습니다. 같은 지하철에서 내린 일본인 관광객들은 어리둥절합니다. 여기가 북촌한옥마을이 있는 그 안국인가.
그 100m의 길에서는 여러 번 신원을 증명해야 합니다. 곳곳에 서 있는 경찰들에게 기자 명함을 보여줍니다. 혹시 위조된 명함이 아닐까 신분증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헌법재판소 입구에 도착하면 신원 정보를 적고 출입증을 받습니다. 방문자 명단에 출입증 번호를 써넣는 순간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듭니다. '헌법의 세계로 들어왔구나.'

변론 시간이 다가올수록 재판관들을 향한 비난은 더 거세집니다. "문형배 개XX야 내려와라!"
경찰이 제지하자 '경찰 XX야!'라며 또 욕합니다. 정체불명의 거짓 정보도 난무합니다.
"헌재 TF팀 정체를 밝혀라! 중국 공산당 스파이 맞지?"
대통령이 헌재에 도착할 시간이 되면 목소리가 더 높아집니다. 누군가 "대통령을 응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헌법재판관들을 바꿔야 합니다!"라고 말하니,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극단적이기는 마찬가집니다. '윤석열 사형', '밟아' 같은 원색적 표현을 서슴지 않습니다.

#2. 안과 밖의 연결
같은 시각, 재판정 안에선 탄핵소추단인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변론이 진행 중입니다. 안도했던 마음은 잠시, 재판정 안과 밖이 연결됩니다. 윤 대통령 측에서 '부정선거' 음모론과 선거관리위원회 의혹을 들고나옵니다. 밖에선 'STOP THE STEAL' * 이 적힌 팻말을 든 사람들의 집회가 한창입니다.
선관위와 수사기관, 법원 모두 '부정선거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지만 못 믿겠다는 사람들, 재판정 안과 밖에 동시에 존재합니다. 이들은 어떤 정보를 믿은 걸까요?

"오늘 아침 신문에도 수원 연수원에 있던 중국인들 90명이 오키나와 미군 부대 시설 내에 가서 조사를 받았고, 부정선거에 대해서 다 자백했다는 그런 뉴스가 나왔습니다. 그걸 밝히기 위한 비상계엄이 국헌 문란이고 퇴직해야 할 사유라는 것은 극히 의문이 듭니다" - 배진한 변호사 / 2차 변론기일 |
배 변호사가 말한 신문은 '스카이데일리', 중국 간첩단이 한미 공조 작전으로 체포돼 주일미군기지로 압송됐다는 뉴스였습니다. 하지만 주한미군마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한 내용입니다.
이 기사를 쓴 기자와 매체는 선관위에 의해 고발당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또 다른 윤 대통령 측 변호사의 말을 볼까요.
"대통령은 국회의원 등 누구를 체포하라고 명령하지 않았고 계엄군이 누구를 체포하려고 시도하거나 체포한 일도 없습니다. 반나절 계엄을 명백히 예상하면서 무슨 일을 도모한다는 말입니까? 국민들은 이 사건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이해하고 있는데 반국가 세력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죄라고 몰아서 국방 책임자들을 구속한 데 이어서 대통령까지 구속한 것입니다." - 조대현 변호사 / 4차 변론기일 |
'계몽'과 '계엄령'을 합친 '계몽령'이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극우 유튜버들이 종종 써온 단어입니다. 주로 '계엄선포는 국민을 깨우기 위한 계몽령' 이라는 주장에 동원됩니다.
#3. 재판정 안, 누가 '국민'인가
조 변호사가 말한, 이 사건을 계몽령으로 이해한다는 '국민'은 누구일까요. 윤 대통령의 최후 발언에서 '국민'을 찾아봤습니다.
"저는 주권자인 국민들께 이러한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리고, 국민들께서 매서운 감시와 비판으로 이들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고자 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비상계엄의 목적을 상당 부분 이루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진심을 이해해 주시는 우리 국민, 우리 청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도 있습니다. 옳고 그름에 앞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합니다." - 윤석열 대통령 / 11차 변론기일 |
정리하면, 윤 대통령의 '국민'은 계엄을 통해 거대 야당의 패악을 알려야 할 대상이었습니다. 또 그 진심을 이해해 주는 '국민', 그중에서도 청년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겁니다. 그 청년 중 일부는 윤 대통령이 구속되자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력난동 사태를 일으켰습니다.
진심을 이해 못 하는 이들도 '국민'으로 언급합니다. 하지만 '나를 지켜줘서 고맙다'는 메시지 뒤에 따라옵니다.
"지난 12.3 계엄과 탄핵 소추 이후 엄동설한에 저를 지키겠다며 거리로 나선 국민들을 보았습니다. 저를 비판하고 질책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들었습니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만, 모두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 윤석열 대통령 / 11차 변론기일 |
'계몽'은 재판정에서 또 한 번 등장했습니다. 최후 변론에서 자신을 '14개월 딸아이를 둔 엄마'로 소개한 변호사의 말입니다.
"계엄 당일 육아 퇴근 후에 소파에 누워 있다가 계엄 선포를 보고 바로 법조문을 확인하였습니다. …(중략)… 담화문을 천천히 읽어 보았습니다. 제가 임신과 출산과 육아를 하느라 몰랐던 민주당이 저지른 패악을, 일당 독재의 파쇼 행위를 확인하고 아이와 함께하려고 비워둔 시간을 나누어 이 사건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계몽되었습니다." - 김계리 변호사 / 11차 변론기일 |
국회 측 대리인도 최종 변론에서도 '아이 키우는 부모'가 나왔습니다. 호소 대상은 윤 대통령 측과 달라 보입니다.
"지난 두 달 동안, 제 아이로부터 왜 밤늦게 들어오고 주말에도 함께 놀지 못하는지, 우리 일상에 발생한 이 사건이 무엇인지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온 국민이 역사책에서나 봤던 ‘계엄’으로 인해, 헌법을 공부해야 하고, 대통령의 권한과 의무에 대해 아이들에게 어떻게 답해주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 황영민 변호사 / 11차 변론기일 "그날 밤 저는 느닷없는 계엄에 우선은 놀랐고, 하필이면 지금 이런 때에 군에 가 있는 아들이 생각나서 ‘아들이 계엄군이 될 수도 있는 건가?’ 싶어서 두려웠습니다. 비상계엄 자체도 너무 무섭지만, 내 아이가 계엄군이 되는 것은 더더욱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 이금규 변호사 / 11차 변론기일 |
'청년'에 대한 양측의 인식도 달랐습니다. 윤 대통령이 부른 서부지법 난동 '청년'들, 국회 측에선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가장 안타까운 장면은, 경찰과 사법기관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일부 젊은이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들 젊은이를 비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 현실과 관행이 우리 젊은이들의 꿈을 좌절하도록 만들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 김진한 변호사 / 11차 변론기일 |
#4. 다시 재판정 밖
모든 변론이 끝나고 재판정 밖에서도 양 측은 '국민'을 향해 호소했습니다.
[윤 대통령 측] "대통령은 헌법상 대통령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국민들도 잠재된 문제점을 알게 됐고, 대통령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가 전국적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 윤갑근 변호사 / 11차 변론기일 후 |
[국회 측] "대통령의 발언은 자신은 여전히 잘못한 일이 없는데, 국민들한테는 다소 교통에 불편 정도 끼친 것이 죄송하다는 취지 같아요. 대통령의 그와 같은 인식과 선동으로 국민들이 분열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탄핵 결정이 내려진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국민들이 오해하고 분노할 걸로 예상이 되는데, …(중략)… 우리 국민들이 할 몫이 점점 더 많아진다는 이런 생각이 들고요." - 김진한 변호사 / 11차 변론기일 후 |

비상계엄이라는 같은 현상을 두고 한쪽은 국민들이 계몽됐다고, 다른 쪽은 분열됐다고 말했습니다. 역사는 어떻게 평가할까요? 공은 헌법재판소에 넘어갔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
-
이원희 기자 212@kbs.co.kr
이원희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슈
헌재의 시간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