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분 동안 꺼낸 4번의 ‘사과’…윤, 누구에게 사과했나?
입력 2025.02.26 (16:52)
수정 2025.02.2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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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5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11차 변론기일에는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변론절차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변론기일이기도 했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최후진술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시간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최후진술을 할 수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할지도 관심사였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 이후인 지난해 12월 7일 "(비상계엄) 과정에서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렸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계엄 선포에 대한 사과라기 보다는, 시민들이 겪었을 불안과 불편에 대해서만 사과한 셈인데요.
과연 어제 최후진술에서는 몇 번의 사과가 등장했을까요.

■ 2번의 '죄송', 2번의 '미안' …"일하지 못하는 현실이 송구"
67분 동안 이뤄진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 동안 사과는 총 4번 등장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부분의 진술 시간을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과 '내란죄 부인'에 할애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윤 대통령은 진술 초반에 한 번 '죄송'이라는 표현을 썼고, 진술 후반에 '죄송'하다는 표현 한 번, '미안'이라는 표현을 연달아 두 번 사용했습니다.

가장 먼저 등장한 '죄송하다'는 표현, 대상은 '국민 여러분'이었습니다.
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 저 자신을 다시 돌아보면서, 그동안 우리 국민들께 참 과분한 사랑을 받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국민께서 일하라고 맡겨주신 시간에 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송구스럽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한편으로, 많은 국민들께서 여전히 저를 믿어주고 계신 모습에, 무거운 책임감도 느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
무엇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과하는 걸까, 전후 발언 내용을 살펴보면 좀 더 명확해집니다. 대통령직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 '죄송하다'는 겁니다. 이때, 감사도 함께 표현했는데 대상은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들로 해석됩니다.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믿어주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감사를 표한 셈입니다.
■"국가·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혼란·불편' 죄송"

다음에 등장한 '죄송'의 대상도 '국민 여러분'입니다. 그러나 죄송한 이유가 앞과는 살짝 다릅니다.
②"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
요약하자면, 비상계엄 과정에서 국민이 겪었을 '혼란'과 '불편'에 대해 사과한다는 겁니다. 지난해 12월 7일 내놓은 사과 맥락과 동일합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사과하면서도 비상계엄은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한 부분입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다는 점을 확실히 한 셈입니다. 결국,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비상계엄 선포 자체에 대해서는 사과할 의도나 의사가 없다는 걸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 '서부지법 폭력 난입 청년' 콕 집어서…"너무 마음 아프고 미안"

윤 대통령은 곧이어서 새로운 사과 대상을 언급합니다. 바로 '본인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입니다.
③"옳고 그름에 앞서서 너무나 마음 아프고 미안" 저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도 있습니다. 옳고 그름에 앞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
초유의 사법부 공격이었던 '서부지법 사태'를 언급하며 가담한 청년들에게 연거푸 미안하다고 말한 건데요. 특히 '서부지법 사태'에 대해 "옳고 그름에 앞서서"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폭력 사태에 대한 규탄이나 경계 메시지를 내는 대신, 본인의 지지자들을 옹호하고 집결하는 데 중점을 둔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67분 동안, 비상계엄 자체에 대해선 한마디의 사과도 꺼내지 않은 윤 대통령. '정당한 비상계엄이었다'는 걸 설득해야 하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사과의 대상과 내용이 한정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헌재 결정을 존중하겠다거나 따르겠다는 '승복 약속'조차 내놓지 않은 채 진술을 마쳤습니다. 대신 윤 대통령은 본인이 직무에 복귀할 경우, 남은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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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2-26 16: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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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5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11차 변론기일에는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변론절차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변론기일이기도 했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최후진술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시간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최후진술을 할 수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할지도 관심사였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 이후인 지난해 12월 7일 "(비상계엄) 과정에서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렸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계엄 선포에 대한 사과라기 보다는, 시민들이 겪었을 불안과 불편에 대해서만 사과한 셈인데요.
과연 어제 최후진술에서는 몇 번의 사과가 등장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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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번의 '죄송', 2번의 '미안' …"일하지 못하는 현실이 송구"
67분 동안 이뤄진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 동안 사과는 총 4번 등장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부분의 진술 시간을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과 '내란죄 부인'에 할애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윤 대통령은 진술 초반에 한 번 '죄송'이라는 표현을 썼고, 진술 후반에 '죄송'하다는 표현 한 번, '미안'이라는 표현을 연달아 두 번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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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등장한 '죄송하다'는 표현, 대상은 '국민 여러분'이었습니다.
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 저 자신을 다시 돌아보면서, 그동안 우리 국민들께 참 과분한 사랑을 받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국민께서 일하라고 맡겨주신 시간에 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송구스럽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한편으로, 많은 국민들께서 여전히 저를 믿어주고 계신 모습에, 무거운 책임감도 느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
무엇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과하는 걸까, 전후 발언 내용을 살펴보면 좀 더 명확해집니다. 대통령직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 '죄송하다'는 겁니다. 이때, 감사도 함께 표현했는데 대상은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들로 해석됩니다.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믿어주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감사를 표한 셈입니다.
■"국가·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혼란·불편'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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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등장한 '죄송'의 대상도 '국민 여러분'입니다. 그러나 죄송한 이유가 앞과는 살짝 다릅니다.
②"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
요약하자면, 비상계엄 과정에서 국민이 겪었을 '혼란'과 '불편'에 대해 사과한다는 겁니다. 지난해 12월 7일 내놓은 사과 맥락과 동일합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사과하면서도 비상계엄은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한 부분입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다는 점을 확실히 한 셈입니다. 결국,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비상계엄 선포 자체에 대해서는 사과할 의도나 의사가 없다는 걸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 '서부지법 폭력 난입 청년' 콕 집어서…"너무 마음 아프고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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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곧이어서 새로운 사과 대상을 언급합니다. 바로 '본인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입니다.
③"옳고 그름에 앞서서 너무나 마음 아프고 미안" 저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도 있습니다. 옳고 그름에 앞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
초유의 사법부 공격이었던 '서부지법 사태'를 언급하며 가담한 청년들에게 연거푸 미안하다고 말한 건데요. 특히 '서부지법 사태'에 대해 "옳고 그름에 앞서서"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폭력 사태에 대한 규탄이나 경계 메시지를 내는 대신, 본인의 지지자들을 옹호하고 집결하는 데 중점을 둔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67분 동안, 비상계엄 자체에 대해선 한마디의 사과도 꺼내지 않은 윤 대통령. '정당한 비상계엄이었다'는 걸 설득해야 하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사과의 대상과 내용이 한정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헌재 결정을 존중하겠다거나 따르겠다는 '승복 약속'조차 내놓지 않은 채 진술을 마쳤습니다. 대신 윤 대통령은 본인이 직무에 복귀할 경우, 남은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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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민경 기자 bal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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