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는 왜 계속 강할까…1,400원대가 바꾼 풍경

입력 2025.01.30 (21:25) 수정 2025.01.3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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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원달러 환율이 천사백 원대로 올라가더니 떨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10년에서 20년까지 장기 추세를 봐도 달러 가치는 계속 오름세입니다.

미국이 달러를 엄청나게 풀었는데도, 왜 계속 강해지기만 하는지, 먼저 김진화 기자가 분석합니다.

[리포트]

사과가 언제 비싸던가요? 설이나 추석처럼 수요가 늘면 비싸지고, 공급이 줄어도 비싸지죠.

달러도 그렇습니다.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늘면 비싸지고, 달러가 덜 풀려도 비싸지죠.

근데 요즘 달러가 부족할까요?

[제롬 파월/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2020년 4월 : "시장을 다시 작동시키기 위해 강력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주요 국면마다 달러는 계속 풀렸습니다.

최근 4년만 봐도 미국에 풀린 달러, 9천조 원 가깝게 늘었습니다.

흔해졌으니 싸져야 할텐데….

정반대입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는 계속 비싸지고 있습니다.

공급도 늘었지만 수요는 더 늘었기 때문입니다.

[이승헌/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전 한국은행 부총재 : "(미국 기업의) 주가가 올라가고 충분히 안전하게 이자를 지급하고 신뢰가 있으니까 미 달러를 사게 되는 거죠. 경제가 좋으면 그 나라의 환율이 강세를 띨 수밖에 없는 거죠."]

미국 경제가 유독 잘 나가니 너도나도 미국 자산을 사는 겁니다.

GDP로 보면 세계에서 미국의 비중은 1/4 정도인데, 증시 규모는 거의 절반입니다.

미국은 금리도 잘 쳐줍니다.

최근 내리긴 했지만, 미국 기준금리는 여전히 주요국보다 높습니다.

주가도 오르고, 이율도 세니, 누가 달러 환전을 안 할까요.

달러 수요 폭증의 배경입니다.

단, 여기까진 다 같은 조건입니다.

한국에서 달러가 더 비싼 이유가 있습니다.

[윤상하/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 : "수출 경기가 회복되다가 최근 들어서 또 둔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전체적으로 경기가 하강 하다보니 우리나라 통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부분이 존재하고요."]

여기다 정치 불안까지 엎친 데 덮쳤습니다.

1달러에 1,300원대도 쉽지 않을 거란 의견이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세'가 된 강한 달러, 비싼 달러 때문에, 달라진 일상 의외로 많습니다.

그 구석구석을 김지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촬영기자:김상하 이상훈/영상편집:송화인/그래픽:김지혜

[리포트]

지금은 오전 10시고요, 커피 한 잔 하러 왔습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주시겠어요?"]

누군가는 '커피 수혈', 누군가는 '생명수' 라고도 하죠.

저도 하루 세 잔은 기본으로 마시는데, 요즘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곳도 지난주 아메리카노를 200원 씩 올렸습니다.

원두값도 올랐지만, '달러 때문'이기도 합니다.

커피 같은 100% 수입산은 원재료 값이 제자리여도 달러 값이 뛰면 국내 가격도 뜁니다.

지난해부터 커피 전문점들이 앞다퉈 가격을 올린 배경입니다.

자녀 둘이 캐나다 유학 중인 학부모도, '달러 때문에' 한숨입니다.

달러가 오르니 캐나다 달러도 올라, 같은 50만원을 송금해도 현지에서 쓸 수 있는 돈은 앞자리가 달라졌습니다.

[이보경/해외 유학생 학부모 : "환전을 하면서 저희가 느끼죠. 상황이 이러니까 아이들도 현지에서 아르바이트를 더 늘리려고 하고…"]

3년 째 한국에서 일하는 베트남인 응우옌 씨도 비슷합니다.

베트남과 달러가 무슨 상관일까 했지만, 강달러의 '이면', 원화 약세가 문제입니다.

[응우옌 유인/국내 기업체 근무 베트남 노동자 : "한 10~15% 정도 좀 더 추가적으로 붙여서 보내야 부모님이 같은 금액 받을 수 있으니까 술 약속도 많이 줄이고…"]

'달러 때문에' 힘들기만 할까요.

'달러 덕분에' 기쁜 이들도 있습니다.

달러가 점점 비싸지니까 여윳돈을 달러로 적금이나 예금에 넣어서, 가만히 있어도 돈이 불어나게 하는 건데요.

저도 한 번 상담을 받아보겠습니다.

["천만 원을 달러 예금으로 (넣어 두면), 그럼 1년 뒤에 어느 정도 돌려 받을 수 있을까요?"]

["달러가 떨어지지 않고 좀 더 올라서 팔 때 환율도 1,450원이라고 가정하게 되면 (받게 되는 이자가) 39만 7,300원…"]

미국 금리가 높으니 달러 예금이 이율도 1%p정도 높고 덤으로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보험료를 달러로 내고, 만기 때도 달러로 보험금을 받는 달러 보험도 인기입니다.

지난해 4대 은행에서 9천억 원 어치 넘게 팔렸습니다.

[김현자/신한은행 영업부 부지점장 : "(달러 값이) 지금 많이 올랐는데 더 오를까 봐 좀 관심 있게 보시는 분들이 있으세요."]

'달러 덕분에' 투자 기회도 늘고 있습니다.

일명 '미장', 미국장 투자는 기본.

["트럼프 정책 중심의 그런 산업들이 잘 가는 거 보면 국내 증시를 볼 때도…"]

전문적인 환차익까지 공부합니다.

[박재우/서강대학교 투자동아리 SRS 회장 : "반도체나 조선 그리고 전력 설비가 수출에서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에 달러가 강세가 된다면. 그래서 좀 더 그쪽 섹터(분야)로 많이 공부를 하는 것 같고…"]

[1995년 8월 17일 KBS 뉴스9 : "달러값이 사상 유례없이 치솟은 것입니다. 오늘 1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781원 70전…"]

1달러 700원 대도 비싸다던 때가 있었는데, 1,400원대가 익숙해진 요즘.

강달러가 만든 '격세지감'입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촬영기자:지선호 심규일 허수곤/영상편집:양다운/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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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러는 왜 계속 강할까…1,400원대가 바꾼 풍경
    • 입력 2025-01-30 21:25:14
    • 수정2025-01-31 07:56:57
    뉴스 9
[앵커]

원달러 환율이 천사백 원대로 올라가더니 떨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10년에서 20년까지 장기 추세를 봐도 달러 가치는 계속 오름세입니다.

미국이 달러를 엄청나게 풀었는데도, 왜 계속 강해지기만 하는지, 먼저 김진화 기자가 분석합니다.

[리포트]

사과가 언제 비싸던가요? 설이나 추석처럼 수요가 늘면 비싸지고, 공급이 줄어도 비싸지죠.

달러도 그렇습니다.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늘면 비싸지고, 달러가 덜 풀려도 비싸지죠.

근데 요즘 달러가 부족할까요?

[제롬 파월/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2020년 4월 : "시장을 다시 작동시키기 위해 강력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주요 국면마다 달러는 계속 풀렸습니다.

최근 4년만 봐도 미국에 풀린 달러, 9천조 원 가깝게 늘었습니다.

흔해졌으니 싸져야 할텐데….

정반대입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는 계속 비싸지고 있습니다.

공급도 늘었지만 수요는 더 늘었기 때문입니다.

[이승헌/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전 한국은행 부총재 : "(미국 기업의) 주가가 올라가고 충분히 안전하게 이자를 지급하고 신뢰가 있으니까 미 달러를 사게 되는 거죠. 경제가 좋으면 그 나라의 환율이 강세를 띨 수밖에 없는 거죠."]

미국 경제가 유독 잘 나가니 너도나도 미국 자산을 사는 겁니다.

GDP로 보면 세계에서 미국의 비중은 1/4 정도인데, 증시 규모는 거의 절반입니다.

미국은 금리도 잘 쳐줍니다.

최근 내리긴 했지만, 미국 기준금리는 여전히 주요국보다 높습니다.

주가도 오르고, 이율도 세니, 누가 달러 환전을 안 할까요.

달러 수요 폭증의 배경입니다.

단, 여기까진 다 같은 조건입니다.

한국에서 달러가 더 비싼 이유가 있습니다.

[윤상하/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 : "수출 경기가 회복되다가 최근 들어서 또 둔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전체적으로 경기가 하강 하다보니 우리나라 통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부분이 존재하고요."]

여기다 정치 불안까지 엎친 데 덮쳤습니다.

1달러에 1,300원대도 쉽지 않을 거란 의견이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세'가 된 강한 달러, 비싼 달러 때문에, 달라진 일상 의외로 많습니다.

그 구석구석을 김지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촬영기자:김상하 이상훈/영상편집:송화인/그래픽:김지혜

[리포트]

지금은 오전 10시고요, 커피 한 잔 하러 왔습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주시겠어요?"]

누군가는 '커피 수혈', 누군가는 '생명수' 라고도 하죠.

저도 하루 세 잔은 기본으로 마시는데, 요즘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곳도 지난주 아메리카노를 200원 씩 올렸습니다.

원두값도 올랐지만, '달러 때문'이기도 합니다.

커피 같은 100% 수입산은 원재료 값이 제자리여도 달러 값이 뛰면 국내 가격도 뜁니다.

지난해부터 커피 전문점들이 앞다퉈 가격을 올린 배경입니다.

자녀 둘이 캐나다 유학 중인 학부모도, '달러 때문에' 한숨입니다.

달러가 오르니 캐나다 달러도 올라, 같은 50만원을 송금해도 현지에서 쓸 수 있는 돈은 앞자리가 달라졌습니다.

[이보경/해외 유학생 학부모 : "환전을 하면서 저희가 느끼죠. 상황이 이러니까 아이들도 현지에서 아르바이트를 더 늘리려고 하고…"]

3년 째 한국에서 일하는 베트남인 응우옌 씨도 비슷합니다.

베트남과 달러가 무슨 상관일까 했지만, 강달러의 '이면', 원화 약세가 문제입니다.

[응우옌 유인/국내 기업체 근무 베트남 노동자 : "한 10~15% 정도 좀 더 추가적으로 붙여서 보내야 부모님이 같은 금액 받을 수 있으니까 술 약속도 많이 줄이고…"]

'달러 때문에' 힘들기만 할까요.

'달러 덕분에' 기쁜 이들도 있습니다.

달러가 점점 비싸지니까 여윳돈을 달러로 적금이나 예금에 넣어서, 가만히 있어도 돈이 불어나게 하는 건데요.

저도 한 번 상담을 받아보겠습니다.

["천만 원을 달러 예금으로 (넣어 두면), 그럼 1년 뒤에 어느 정도 돌려 받을 수 있을까요?"]

["달러가 떨어지지 않고 좀 더 올라서 팔 때 환율도 1,450원이라고 가정하게 되면 (받게 되는 이자가) 39만 7,300원…"]

미국 금리가 높으니 달러 예금이 이율도 1%p정도 높고 덤으로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보험료를 달러로 내고, 만기 때도 달러로 보험금을 받는 달러 보험도 인기입니다.

지난해 4대 은행에서 9천억 원 어치 넘게 팔렸습니다.

[김현자/신한은행 영업부 부지점장 : "(달러 값이) 지금 많이 올랐는데 더 오를까 봐 좀 관심 있게 보시는 분들이 있으세요."]

'달러 덕분에' 투자 기회도 늘고 있습니다.

일명 '미장', 미국장 투자는 기본.

["트럼프 정책 중심의 그런 산업들이 잘 가는 거 보면 국내 증시를 볼 때도…"]

전문적인 환차익까지 공부합니다.

[박재우/서강대학교 투자동아리 SRS 회장 : "반도체나 조선 그리고 전력 설비가 수출에서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에 달러가 강세가 된다면. 그래서 좀 더 그쪽 섹터(분야)로 많이 공부를 하는 것 같고…"]

[1995년 8월 17일 KBS 뉴스9 : "달러값이 사상 유례없이 치솟은 것입니다. 오늘 1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781원 70전…"]

1달러 700원 대도 비싸다던 때가 있었는데, 1,400원대가 익숙해진 요즘.

강달러가 만든 '격세지감'입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촬영기자:지선호 심규일 허수곤/영상편집:양다운/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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