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집회 커피천사, 아이유보다 훨씬 많았다 [취재후]

입력 2024.12.25 (10:04) 수정 2024.12.2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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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정신없었던 비상계엄 이후

어지간하면 5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일주일 만에 만드는 일은 없다. 비상계엄 정도의 사건이 터졌기에 그래야 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대통령의 비상계엄-여러분 저를 믿으시죠>는 그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탄생했다.

이러면 밤낮이 없다. 비상계엄 이튿날인 4일부터 방송일까지 일주일간 야근이 일상이었다. 특히 국회에서 탄핵이 부결되던 7일은 그야말로 비상 대기 모드. 열 명에 달하는 제작진은 일주일간 여의도 KBS 본사에서 작업에 열중했다.

야근의 벗은 커피와 간식. 평소 애용하던 회사 앞 커피 전문점에서 가성비 간식인 ‘와플’을 조달하려 했다. 커피와 과일음료, 거기에 더해 와플을 주문하고 싶었지만, 사장님은 번번이 ‘솔드아웃’을 외쳤다.

‘오늘은 없어요. 와플은 내일부터 할게요.’
‘오늘도 없네요.’
‘이번 주는 힘들어요.’

대체 왜 야근에 이렇게 큰 시련을 주시는지 호소하자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음료 선결제 주문이 너무 많아서 다른 간식을 할 수가 없어요.”

■ 탄핵 집회 달군 '음료 선결제' 릴레이

과연, 12월 첫째 주와 둘째 주 여의도 커피숍은 인산인해였다. 선결제 미담도 끊이지 않았다. 아이유를 비롯해 뉴진스와 박찬욱 감독 등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국밥과 김밥, 커피를 선결제하고 팬들이 추위를 견딜 수 있길 바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들뿐이었을까?


KBS에도 이 같은 선결제 미담에 대한 제보가 왔다. SNS에 이름 없는 보통 사람들의 기부 행렬이 줄을 잇는다. 캡처 사진을 보니 과연 그렇다. ‘시위 참여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려고’ 또는 ‘해외에 있어서 유자차로 대신한다’는 사람까지...

이름 없는 사람들의 대상을 한정하지 않은 음료 선결제 행렬이 이어졌다. 바로 이 선결제로 인해 여의도 일대 커피 전문점들은 너무도 바빴던 것이다.


여의도 전체 음료 전문점들이 함께 바빴을 것을 떠올리니, ‘그러면 대체 얼마나 선결제가 많았을까’가 궁금했다.

■ 평소보다 72% 폭증, 12월 둘째 주 20만 원 이상 결제 건수


소상공인 가계부 앱을 운영하는 유니콘 기업 한국신용데이터는 알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 강예원 데이터 총괄은 12월 2주 기준으로 20만 원 이상의 결제가 한 번에 이뤄진 건수가 평소 대비 72% 늘었다고 말했다. (12월 2주는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14일이 포함된 주다.)

20만 원은 어느 정도의 결제 금액일까? 저가 커피 매장의 아메리카노 가격이 대략 2,000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100잔이어야 20만 원이다. 5천원 하는 유자차는 40잔이면 20만 원이다. 어지간해서는 나오기 힘든 결제다.

“우리 가맹점은 대부분 소상공인입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자체 고객관리 솔루션이 있기 때문에 가계부 앱을 따로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작은 커피 전문점에 20만 원을 한 번에 긁는 일은 흔히 일어나지 않습니다. 평소에 전체 결제의 0.2%에 불과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희귀 결제가 70% 넘게 늘었다는 건 아무래도 SNS상에서 일었던 선결제 바람의 영향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신용데이터 강예원 데이터총괄)

그 주만 그랬던 것도 아니다. 12월 1주 기준으로는 17% 증가했다. 금액을 낮춰도 증가세 자체는 계속 관찰된다. 10만 원 이상의 결제는 12월 2주 기준으로 40%, 5만 원 이상 결제도 32% 많았다.

한겨울 여의도의 탄핵 관련 집회장 주변에는 무명의 커피 기부 행렬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참고 1/
한국신용데이터의 가계부 앱 <캐시 노트> 가입 자영업자는 160만 사업장에 달한다. 지난해 월 1회 이상의 신용카드 거래가 발생한 사업장이 대략 200만 개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데이터의 신뢰성은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다. 통계에 잡힌 여의도 커피 전문점은 70여 곳이었다.

참고 2/
급박했던 계엄 당일과 그 배경을 짚은 다큐 <대통령의 비상계엄-여러분 저를 믿으시죠>는 유튜브에서 시청 가능하다.
https://youtu.be/tTY0oovHk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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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집회 커피천사, 아이유보다 훨씬 많았다 [취재후]
    • 입력 2024-12-25 10:04:49
    • 수정2024-12-25 10:06:34
    취재후·사건후

■모두가 정신없었던 비상계엄 이후

어지간하면 5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일주일 만에 만드는 일은 없다. 비상계엄 정도의 사건이 터졌기에 그래야 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대통령의 비상계엄-여러분 저를 믿으시죠>는 그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탄생했다.

이러면 밤낮이 없다. 비상계엄 이튿날인 4일부터 방송일까지 일주일간 야근이 일상이었다. 특히 국회에서 탄핵이 부결되던 7일은 그야말로 비상 대기 모드. 열 명에 달하는 제작진은 일주일간 여의도 KBS 본사에서 작업에 열중했다.

야근의 벗은 커피와 간식. 평소 애용하던 회사 앞 커피 전문점에서 가성비 간식인 ‘와플’을 조달하려 했다. 커피와 과일음료, 거기에 더해 와플을 주문하고 싶었지만, 사장님은 번번이 ‘솔드아웃’을 외쳤다.

‘오늘은 없어요. 와플은 내일부터 할게요.’
‘오늘도 없네요.’
‘이번 주는 힘들어요.’

대체 왜 야근에 이렇게 큰 시련을 주시는지 호소하자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음료 선결제 주문이 너무 많아서 다른 간식을 할 수가 없어요.”

■ 탄핵 집회 달군 '음료 선결제' 릴레이

과연, 12월 첫째 주와 둘째 주 여의도 커피숍은 인산인해였다. 선결제 미담도 끊이지 않았다. 아이유를 비롯해 뉴진스와 박찬욱 감독 등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국밥과 김밥, 커피를 선결제하고 팬들이 추위를 견딜 수 있길 바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들뿐이었을까?


KBS에도 이 같은 선결제 미담에 대한 제보가 왔다. SNS에 이름 없는 보통 사람들의 기부 행렬이 줄을 잇는다. 캡처 사진을 보니 과연 그렇다. ‘시위 참여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려고’ 또는 ‘해외에 있어서 유자차로 대신한다’는 사람까지...

이름 없는 사람들의 대상을 한정하지 않은 음료 선결제 행렬이 이어졌다. 바로 이 선결제로 인해 여의도 일대 커피 전문점들은 너무도 바빴던 것이다.


여의도 전체 음료 전문점들이 함께 바빴을 것을 떠올리니, ‘그러면 대체 얼마나 선결제가 많았을까’가 궁금했다.

■ 평소보다 72% 폭증, 12월 둘째 주 20만 원 이상 결제 건수


소상공인 가계부 앱을 운영하는 유니콘 기업 한국신용데이터는 알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 강예원 데이터 총괄은 12월 2주 기준으로 20만 원 이상의 결제가 한 번에 이뤄진 건수가 평소 대비 72% 늘었다고 말했다. (12월 2주는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14일이 포함된 주다.)

20만 원은 어느 정도의 결제 금액일까? 저가 커피 매장의 아메리카노 가격이 대략 2,000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100잔이어야 20만 원이다. 5천원 하는 유자차는 40잔이면 20만 원이다. 어지간해서는 나오기 힘든 결제다.

“우리 가맹점은 대부분 소상공인입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자체 고객관리 솔루션이 있기 때문에 가계부 앱을 따로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작은 커피 전문점에 20만 원을 한 번에 긁는 일은 흔히 일어나지 않습니다. 평소에 전체 결제의 0.2%에 불과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희귀 결제가 70% 넘게 늘었다는 건 아무래도 SNS상에서 일었던 선결제 바람의 영향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신용데이터 강예원 데이터총괄)

그 주만 그랬던 것도 아니다. 12월 1주 기준으로는 17% 증가했다. 금액을 낮춰도 증가세 자체는 계속 관찰된다. 10만 원 이상의 결제는 12월 2주 기준으로 40%, 5만 원 이상 결제도 32% 많았다.

한겨울 여의도의 탄핵 관련 집회장 주변에는 무명의 커피 기부 행렬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참고 1/
한국신용데이터의 가계부 앱 <캐시 노트> 가입 자영업자는 160만 사업장에 달한다. 지난해 월 1회 이상의 신용카드 거래가 발생한 사업장이 대략 200만 개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데이터의 신뢰성은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다. 통계에 잡힌 여의도 커피 전문점은 70여 곳이었다.

참고 2/
급박했던 계엄 당일과 그 배경을 짚은 다큐 <대통령의 비상계엄-여러분 저를 믿으시죠>는 유튜브에서 시청 가능하다.
https://youtu.be/tTY0oovHk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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