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비례제 “취지 훼손” 67%·“향후 폐지” 70%…책임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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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세 명 가운데 두 명 이상이 이번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향후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KBS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번 총선에 처음 도입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전반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가 훼손돼 향후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나' 묻는 질문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69.8%,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0.2%로 폐지 의견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폐지에 동의한다는 답은 성별이나 나이,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모든 계층에서 과반수로 많았다.
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다양한 정당들의 국회 진출 기회를 확대한다는 도입 취지를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묻는 질문에도 '잘할 것'이라는 답이 32.9%, '못할 것'이라는 답이 67.1%로 역시 모든 계층에서 부정적 전망이 높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취지가 훼손됐는지 묻는 질문에는 67.2%가 동의했고, 32.8%가 동의하지 않았다. 21대 총선 시작 전부터 처음 도입되는 비례대표제도에 대한 불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 더불어시민당·미래한국당 창당 적절한가?…지지층 따라 갈려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 창당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오차범위 안에서 각각 진보·보수 지지층에 따라 상반된 판단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창당을 주도한 것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적절하다' 51.8%, '부적절하다' 48.2%로 오차범위 안에서 적절하다는 의견이 높았다.
진보층에서는 68.3%가 적절하다고 답한 반면 보수층에서는 65.1%가 '부적절하다'고 답해, 지지층에 따라 답변이 다르게 나타났다. 미래통합당이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 창당을 주도한 것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적절하다' 48.7% '부적절하다' 51.3%로 역시 오차범위 안에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높았다. 보수층에서 61.1%가 '적절하다'고 답했고 진보층에서 63.6%가 '부적절하다'고 답해 역시 당파적 배열에 따라 미세하게 갈렸다.
하지만 비례대표 투표용지에서 상위 순번으로 이동하기 위해 민주당과 통합당이 현역의원들에게 당적 이동을 옮기도록 하는 이른바 '의원 꿔 주기'에 대해선 70.1%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남녀노소, 진보와 보수층 등 대부분의 응답 계층에서 60% 이상이 '부적절하다'고 봤다. 21대 총선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어느 정당을 투표할지 정했다는 응답은 72.5%로 어느 지역구 후보를 투표할지 정했다는 응답 65.7%보다 높았다.
# 제도 훼손 책임은? …'민주당 책임' 35.3% '통합당 책임' 45.3%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비례제도 도입 취지가 훼손된 책임을 어디에 있다고 보고 있을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훼손됐다고 답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비례 정당을 창당한 거대 양당의책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도입 취지 훼손의 책임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가운데 어느 정당이 더 크다고 생각하나' 라는 질문이다.
'민주당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은 35.3%, '통합당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은 45.3%로 통합당에 책임을 묻는 응답이 오차범위를 넘어 더 많았다. '두 정당 모두에게 비슷한 책임이 있다'는 응답은 19.4%였다. 민주당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은 60대 이상과 보수층에서, 통합당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은 50대 이하 진보층에서 두드러졌다.
# 캐스팅 보터(casting voter) '인지적 무당층' 분리
그런데 응답자 유형을 세분화해 분석했을 때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KBS는 1,000명의 응답자 가운데 뚜렷한 지지 정당이 있는지의 여부를 한 축으로, 정치적 관심이나 지식수준을 또 다른 축으로 구분해 모두 4개의 유권자 집단으로 나눴다. 특히 4개의 집단 가운데, 비례정당을 아직 정하지 않은 무당층, 그 중에서도 정치적 지식과 관심이 높은 '인지적 무당층'에 초점을 맞췄다.
'인지적 무당층'은 투표할 정당을 확실하게 정하지 않았지만, 투표 의사는 높아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캐스팅 보터(casting voter)다.
'인지적 무당층'은 전체 응답자 가운데 10.8% 였으며, 최종학력은 4년제 대학 재학·졸업생이 연령은 20대가 가장 많았다.
# '인지적 무당층'이 바라보는 비례제도 훼손 책임은?
'인지적 무당층', 그들은 어느 당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할까?
'인지적 무당층'은 '민주당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이 38.8%로 '미래통합당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 33.8%에 비해 오차범위 내에서 더 많았다.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통합당에 제도 훼손 책임이 더 크다고 나타난 것과 상반된 결과다. 이런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역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한 주체라는 점에서 '인지적 무당층'이 다른 유권자 층들에 비해 그 책임을 보다 크게 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인지적 무당층은 누구인가?...이론적 배경과 특징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권자를 단순히 연령이나 정치적 성향으로 구분하는 것에서 나아가 정치적 세련도와 지지정당 여부에 따라 재유형화해 살펴보았다. 이러한 구분은 정치학자인 달튼(Dalton)이 제시한 틀을 적용한 것이다. 기존에 무당파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층’으로 구분돼 투표행태 분석에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달튼은 지지정당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정치에 무관심해서일 수도 있지만, 그 자체가 하나의 정치적 의사 표현일 수도 있다고 봤다. 그리고 이를 보다 정교하게 구분했다.
뚜렷한 지지 정당이 있는 지를 한 축으로, 정치적 관심이나 지식 수준을 한 축으로 총 4개의 유권자 집단으로 구분했다. 뚜렷한 지지정당이 있는 경우에도 정치적 관심이나 지식의 수준,(이를 인지적 동원이나 정치적 세련도라고 표현했다) 정치적 세련도에 따라 관습적 지지층과 인지적 정당 지지층으로 나눴다. 정치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경우인 정치 무관심층과 정치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 수준은 높지만 지지정당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인지적 무당파’로 나눈 것이다.
# 더 비판적인 '인지적 무당층'...투표 성향은?
‘인지적 무당층’의 경우 특정한 정당에 대한 소속감이나 애착이 없는 편이고, 정당보다는 정책적 대안들을 통해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때문에 선거투표에서 보다 유동성이 높다. 또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새롭게 등장한 제 3 정당이 돌풍을 일으킨 선거 때마다 '인지적 무당층'의 표심이 중요하게 작용한 사례들이 종종 발견된다. 예를 들면 지난 14대 총선 때 통일국민당이나 20대 총선때 국민의 당이 일으킨 돌풍에는 '인지적 무당층'의 움직임이 상당히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들이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인지적 무당층'은 기본적으로 비례정당 창당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보고 있었다. 더불어시민당이나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 창당이 적절했느냐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결과는 적절하다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오차범위 안에서 서로 엇비슷했다. 하지만 '인지적 무당층'만을 놓고 보면 두 당 모두에서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뚜렷하게 많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가 훼손되었다는 의견도 '인지적 무당층'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그만큼 '인지적 무당층'에서 비례정당 창당에 대해 보다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정치성향에 관계없이 '인지적 무당층'이 공유하고 있는 인식이다.
# '인지적 무당층' 어떤 기준으로 나눴나?
이번 선거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으로 정당 투표의 위력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지적 무당층'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KBS 탐사보도부는 정치적 세련도의 경우 달톤의 모형을 적용한 관련 연구 문헌들(고승연, 2004; 김도경, 2008; 장승진·서정규, 2019)을 참조해 정치 지식과 교육수준을 통해 측정했다. 우선 정치 지식의 경우 정치 제도와 정치인에 대한 5가지 질문을 5지 선다형으로 하여 이 중 올바른 대답을 한 개수로 측정했다. (Delli carpini & Keeter(1996)는 정치 지식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5항목의 지수로 충분하다고 했다.) 응답자의 집중도를 고려하여 5가지 문항으로 질문했고, 각 질문들은 정치부 기자, 여론조사 분석가 등 관련 전문가들의 논의를 통해 타당도와 변별도를 고려하여 선별했다. 설문에서 사용된 5가지 질문은 ‘국회의원 정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름’,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이름’, ‘대법원장 이름’, ‘연동형 캡이 적용되는 의석수’ 였다.
여기에 본인의 정치적 지식 수준에 대한 주관적 판단을 묻는 질문 1문항과 교육 수준을 추가적으로 사용했다. 기존 연구들에 의하면 주관적 판단 역시 정치적 지식을 측정하는데 타당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Delli carpini & Keeter, 1993; Zaller, 1992). 교육수준은 달톤이 제시한 모형에서 사용된 변수였다. 5개의 정치 지식 측정 문항과, 주관적 판단을 묻는 1개 문항, 그리고 교육수준을 묻는 1개 문항의 세 가지 변수를 통합해 정치 지식을 측정했다. 그 결과 정치 지식은 최소값이 1, 최대값이 5, 평균이 2.99점으로 비교적 종모양에 가까운 분포를 나타냈다. 질문 문항이 비교적 잘 선별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바로가기] 여론조사 조사방법표
이번 조사결과는 오늘 방송되는 KBS 뉴스9과 내일(4일) 방송되는 시사기획 창을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 참고문헌 >
1. 김도경(2007), 정치적 세련됨과 당파적 단서: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중심으로, 한국과 국제정치, 통권59호, 33~64쪽.
2. 김도경(2008), 성차 그리고 여성 내에서 정치적 세련됨의 차이, 21세기정치학회보 18(2), 93~116쪽.
3. 고승연(2004), 16대 대선에서의 무당파층 특성 및 행태연구, 사회연구 2004년 제2호, 97~127쪽.
4. 장승진, 서정규(2019), 당파적 양극화의 이원적 구조: 정치적 정체성, 정책선호, 그리고 정치적 세련도, 한국정당학회보 18(3), 5~29쪽.
5. 양응석(2018), 정당 선호와 정치적 세련도: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6. Delli Carpini, Michael X., & Scott Keeter(1993), “Measuring Political Knowledge: Putting First Things First." 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37(4), pp 179-206.(재인용)
7. Delli Carpini, Michael X., & Scott Keeter(1996), What Americans Know About Politics and Why It Matters. New Haven, CT: Yale University Press (재인용)
8. Zaller, John(1992), The Nature and Origin of Mass Opinion, Cambridge, UK: Cambridge University Press.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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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조사] 비례제 “취지 훼손” 67%·“향후 폐지” 70%…책임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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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4-03 13:53:05
- 수정2020-04-14 08: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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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 기자 wh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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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기자 ss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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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현 h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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