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심상정의 긴 하루, 정의당의 깊은 한숨

입력 2020.03.3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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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여인'과 '심블리'란 상반된 별명을 가진 정의당 심상정 대표, 오늘(31일)만큼은 철의 여인이란 별명이 더 어울렸습니다.

심 대표는 오늘 아침 라디오 인터뷰 두 개를 소화했다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찾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을 만났습니다. 이어 국회로 와서 'n번방 사건' 근절 입법 촉구 1인 시위를 했습니다.

오후에는 삼성 해고자 김용희 씨가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강남역 철탑 농성장을 찾아, 직접 크레인을 타고 농성장에 올라가 김 씨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저녁 퇴근 시간대에는 본인이 출마한 경기 고양갑으로 이동해 유권자들에게 인사했습니다.


선거를 보름 앞둔 정당 대표의 빡빡한 일정이 물론 새삼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심 대표의 분주한 움직임은 당이 처한 위기 상황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합니다.

지역구·비례 모두 '먹구름'

정의당의 총선 전망엔 먹구름이 끼었습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을 때만 해도 정의당은 비례대표 최대 15석 이상을 기대하며 '최고 수혜자'로 전망됐지만, 민주당과 통합당이 비례 정당을 만들면서 예상 비례대표 의석수는 5석 미만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정당 지지도가 4.6%(3월 21일~23일,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로 나타났는데, 최근 2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지역구 선거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심상정 대표가 4선을 노리는 경기 고양갑에선 민주당 문명순 후보(33.5%)가 심 대표(34.5%)와 접전인 KBS 여론조사가 오늘 발표됐습니다.

故 노회찬 의원의 '진보 성지' 창원 성산(여영국 의원)이나, 전남 목포에 출마한 윤소하 원내대표, 인천 연수을에 출마한 이정미 전 대표 등도 쉽지 않은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게 정의당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민주당과 차별화…"적자 논쟁, 눈꼴 사납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득표율을 높이려면 '민주당 2중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책·공약 면에서 민주당과 차별화되는 '진보 선명성'을 강조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심 대표는 오늘 'n번방 사건' 재발 방지 입법촉구 1인 시위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법안을 '총선 전'에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같은 날 민주당 디지털성범죄근절대책단은 관련 법안을 총선 후에 처리하자고 밝혔는데, 이보다 앞서 나간 주장입니다.

심상정 대표는 "선거 운동 하루를 중단하더라도 국민의 분노에 응답해야 한다"며 "민주당과 통합당은 총선 후 처리를 주장하지만, 정의당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의당의 '라이벌'인 범여권의 비례정당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김종철 선대위 대변인은 오늘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의 적자-서자 논쟁은 눈꼴 사납다"고 논평했습니다. "열린민주당은 다른 당의 자식이라는 게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이냐"고도 꼬집었습니다.


문제는 단일화…남은 시간 일주일

이렇게 민주당과 거리를 둘 수는 있지만, 문제는 지역구입니다. 전략 지역구에서 승리를 거두려면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가 필수적입니다.

여영국 의원은 민주당 이흥석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이 의원 측은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후보 단일화가 효과 있으려면, 투표용지에 사퇴 후보 표기 등 단일화 내용이 반영되는 게 최선입니다.

투표용지의 인쇄일이 다음 달 6일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닷새 정도의 시간이 남은 셈입니다.

심상정 대표의 오늘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정의당의 고민이 그대로 읽혀집니다.

심 대표는 당 대 당 후보 단일화는 없다고 연일 선을 긋고 있지만, 오늘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는 "영남 지역같이 노동조합 후보의 특수성을 감안한, 작은 규모의 단일화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여 의원과 이 후보,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민중당의 석영철 후보 모두 민주노총 간부 출신인데, 창원 성산의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둔 발언입니다.

심상정 "지지율 오름세"…유권자 판단은?

심 대표는 모레 이정미 전 대표가 출마한 인천 연수을에서 열리는 선거운동 출정식에 참석합니다. 이후 전국을 돌며 지역구 후보들에게 더욱 힘을 싣는다는 계획입니다.

심 대표는 오늘 1인 시위가 끝나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이) 이제 오름세를 탔다고 생각한다"며 "(꼼수정당으로) 망연자실한 시간을 보냈지만, 국민이 판단하기 시작했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그 믿음은 총선에서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분명한 건 오늘 같은 심 대표의 '긴 하루'는 총선 전까지 계속될 거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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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심상정의 긴 하루, 정의당의 깊은 한숨
    • 입력 2020-03-31 18:03:07
    여심야심
'철의 여인'과 '심블리'란 상반된 별명을 가진 정의당 심상정 대표, 오늘(31일)만큼은 철의 여인이란 별명이 더 어울렸습니다.

심 대표는 오늘 아침 라디오 인터뷰 두 개를 소화했다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찾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을 만났습니다. 이어 국회로 와서 'n번방 사건' 근절 입법 촉구 1인 시위를 했습니다.

오후에는 삼성 해고자 김용희 씨가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강남역 철탑 농성장을 찾아, 직접 크레인을 타고 농성장에 올라가 김 씨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저녁 퇴근 시간대에는 본인이 출마한 경기 고양갑으로 이동해 유권자들에게 인사했습니다.


선거를 보름 앞둔 정당 대표의 빡빡한 일정이 물론 새삼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심 대표의 분주한 움직임은 당이 처한 위기 상황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합니다.

지역구·비례 모두 '먹구름'

정의당의 총선 전망엔 먹구름이 끼었습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을 때만 해도 정의당은 비례대표 최대 15석 이상을 기대하며 '최고 수혜자'로 전망됐지만, 민주당과 통합당이 비례 정당을 만들면서 예상 비례대표 의석수는 5석 미만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정당 지지도가 4.6%(3월 21일~23일,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로 나타났는데, 최근 2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지역구 선거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심상정 대표가 4선을 노리는 경기 고양갑에선 민주당 문명순 후보(33.5%)가 심 대표(34.5%)와 접전인 KBS 여론조사가 오늘 발표됐습니다.

故 노회찬 의원의 '진보 성지' 창원 성산(여영국 의원)이나, 전남 목포에 출마한 윤소하 원내대표, 인천 연수을에 출마한 이정미 전 대표 등도 쉽지 않은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게 정의당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민주당과 차별화…"적자 논쟁, 눈꼴 사납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득표율을 높이려면 '민주당 2중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책·공약 면에서 민주당과 차별화되는 '진보 선명성'을 강조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심 대표는 오늘 'n번방 사건' 재발 방지 입법촉구 1인 시위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법안을 '총선 전'에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같은 날 민주당 디지털성범죄근절대책단은 관련 법안을 총선 후에 처리하자고 밝혔는데, 이보다 앞서 나간 주장입니다.

심상정 대표는 "선거 운동 하루를 중단하더라도 국민의 분노에 응답해야 한다"며 "민주당과 통합당은 총선 후 처리를 주장하지만, 정의당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의당의 '라이벌'인 범여권의 비례정당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김종철 선대위 대변인은 오늘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의 적자-서자 논쟁은 눈꼴 사납다"고 논평했습니다. "열린민주당은 다른 당의 자식이라는 게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이냐"고도 꼬집었습니다.


문제는 단일화…남은 시간 일주일

이렇게 민주당과 거리를 둘 수는 있지만, 문제는 지역구입니다. 전략 지역구에서 승리를 거두려면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가 필수적입니다.

여영국 의원은 민주당 이흥석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이 의원 측은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후보 단일화가 효과 있으려면, 투표용지에 사퇴 후보 표기 등 단일화 내용이 반영되는 게 최선입니다.

투표용지의 인쇄일이 다음 달 6일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닷새 정도의 시간이 남은 셈입니다.

심상정 대표의 오늘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정의당의 고민이 그대로 읽혀집니다.

심 대표는 당 대 당 후보 단일화는 없다고 연일 선을 긋고 있지만, 오늘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는 "영남 지역같이 노동조합 후보의 특수성을 감안한, 작은 규모의 단일화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여 의원과 이 후보,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민중당의 석영철 후보 모두 민주노총 간부 출신인데, 창원 성산의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둔 발언입니다.

심상정 "지지율 오름세"…유권자 판단은?

심 대표는 모레 이정미 전 대표가 출마한 인천 연수을에서 열리는 선거운동 출정식에 참석합니다. 이후 전국을 돌며 지역구 후보들에게 더욱 힘을 싣는다는 계획입니다.

심 대표는 오늘 1인 시위가 끝나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이) 이제 오름세를 탔다고 생각한다"며 "(꼼수정당으로) 망연자실한 시간을 보냈지만, 국민이 판단하기 시작했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그 믿음은 총선에서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분명한 건 오늘 같은 심 대표의 '긴 하루'는 총선 전까지 계속될 거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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