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제3정당 이렇게 망가질 줄은” 혼돈의 바른미래당
입력 2020.02.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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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라도 의리와 낭만이 있는 정치를 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계인 것 같습니다."
3선의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이 오늘(4일) 탈당하면서 남긴 말입니다. 이 의원은 정치에 입문한 한나라당 시절부터 '손학규 측근'으로 분류된 '원조 손학규계'로 통합니다.
2007년 손학규 대표와 함께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옮겼고, 2년여 동안의 만덕산 토담집 생활을 끝낸 손 대표가 국회에서 정계 복귀와 민주당 탈당 선언을 할 때도 곧바로 달려와 "따라가겠다"고 했습니다. 국민의당·바른미래당 합류도 마찬가지입니다.
당 소속 의원들의 손 대표 사퇴 요구로 당이 위기에 놓인 지금, 이 의원의 전격 탈당은 그래서 더욱 충격적입니다.
이 의원은 본인의 탈당으로 손 대표가 결단을 내리고, 그렇게 하면 당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 당을 나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의 상징적 인물인만큼, 주변의 강한 만류가 있었다"면서, "바른미래당 소속으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탈당을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내일(5일) 총선 후보 공모가 마감되는 한국당 입당설도 나옵니다.
'원내 교섭단체' 지위 상실…남은 의원들도 탈당 '만지작'
이 의원 탈당으로 당 소속 의원이 19명으로 줄면서, 바른미래당은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됐습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국회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3정당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해가 바뀌자마자 유승민 의원 등 8명이 새로운보수당을 만들어 나갔고 안철수 전 의원도 당을 떠나면서 그 역할과 위상은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문제는 아직 당에 남아있는 의원들마저 '탈당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겁니다.
총선에 힘을 실어주리라 기대했던 안철수 전 의원이 당을 나가면서, 물밑에서만 맴돌았던 '탈당'이라는 단어가 공개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들고 일어선 건 가칭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려는 의원들입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어제(3일) 라디오에서, "탈당과 관련해 이미 연초에 결심을 한 상태"라며 "조만간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도 오늘(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손 대표를 향해 "안철수신당 참여 비례대표 의원들을 즉각 제명해달라"며 '셀프 제명'을 요구했습니다.
일부 호남계 의원들도 시기를 노리고 있습니다. 한 호남계 의원은 탈당 결심을 굳힌 가운데 시점을 저울질하고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또다른 호남계 의원도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등 통합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고심 중입니다.
당에 희망이 남아, 당을 재건해보려는 현역 의원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손학규 대표가 물러난다면"…"제3정당 이렇게 망가질 줄은"
그렇다면 '사분오열'의 중심에 있는 손 대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요?
'최측근', '당권파'로 분류됐던 의원들과 당직자들도 당이 기능하려면 "손학규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의원들은 "오는 10일까지는 결단하라"고 했는데, 손 대표는 임재훈 사무총장과 이행자 사무부총장, 장진영 당 대표 비서실장 등 손 대표에게 결단을 촉구한 핵심 당직자들을 해임하는 것으로 답을 내놨습니다.
해임을 한 표면적인 이유는 "당무를 거부해서"로 알려졌습니다.
손 대표는 내일(5일) 원외 위원장들을 중심으로 최고위원과 당직자를 새로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되면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없는 최고위원회의가 국회에서 열리게 된 겁니다.
한 바른미래당 의원은 "손 대표 자신도, 사퇴를 안 하고 당을 어떻게 운영할 지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면서, "청년 세력, 미래 세대와 함께 당을 재건한 뒤 사퇴하겠다는데, 그 청년 세력들마저도 '손 대표 사퇴가 먼저'라고 하는 게 문제"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당을 "기능 부전"이라고 표현하며, "제3 정당이 이렇게까지 망가질 거라고 생각 못 했다"고 토로했고, 한 안철수계 의원도 "손 대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포기했다"고 했습니다.
"다시 토담집 가는 길밖에"?…바른미래당 어떻게 되나
임재훈 의원은 사무총장직에서 해임된 뒤 낸 입장문에서, "당 재건을 위해 혼신을 다해온 중진들을 내쳐서 손 대표가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은 다시 토담집으로 가는 길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당 사무처에서도 "당대표께서 살신성인으로 이루어내신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마저 당의 분열과 갈등 앞에서는 총선 승리에 기여할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하고, 타당과의 연대와 통합도, 우리의 그릇이 견고하지 못하면 허사일 것"이라며 손 대표의 결단을 호소했습니다.
2년 전 '제3지대 확립'을 꿈꾸며 화려하게 등장한 바른미래당. 다가올 미래가 당의 재건일지 토담집일지는 "손학규 대표에게 달려 있다"는데,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손 대표는 무슨 생각일까요? 손 대표는 자신의 정치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 하고 싶은 걸까요?
3선의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이 오늘(4일) 탈당하면서 남긴 말입니다. 이 의원은 정치에 입문한 한나라당 시절부터 '손학규 측근'으로 분류된 '원조 손학규계'로 통합니다.
2007년 손학규 대표와 함께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옮겼고, 2년여 동안의 만덕산 토담집 생활을 끝낸 손 대표가 국회에서 정계 복귀와 민주당 탈당 선언을 할 때도 곧바로 달려와 "따라가겠다"고 했습니다. 국민의당·바른미래당 합류도 마찬가지입니다.
당 소속 의원들의 손 대표 사퇴 요구로 당이 위기에 놓인 지금, 이 의원의 전격 탈당은 그래서 더욱 충격적입니다.
이 의원은 본인의 탈당으로 손 대표가 결단을 내리고, 그렇게 하면 당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 당을 나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의 상징적 인물인만큼, 주변의 강한 만류가 있었다"면서, "바른미래당 소속으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탈당을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내일(5일) 총선 후보 공모가 마감되는 한국당 입당설도 나옵니다.
지난해 12월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영결식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운데)와 함께 찬석한 이찬열 의원(오른쪽)
'원내 교섭단체' 지위 상실…남은 의원들도 탈당 '만지작'
이 의원 탈당으로 당 소속 의원이 19명으로 줄면서, 바른미래당은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됐습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국회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3정당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해가 바뀌자마자 유승민 의원 등 8명이 새로운보수당을 만들어 나갔고 안철수 전 의원도 당을 떠나면서 그 역할과 위상은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지난달, 유승민 의원 등의 바른미래당 탈당 기자회견
문제는 아직 당에 남아있는 의원들마저 '탈당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겁니다.
총선에 힘을 실어주리라 기대했던 안철수 전 의원이 당을 나가면서, 물밑에서만 맴돌았던 '탈당'이라는 단어가 공개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들고 일어선 건 가칭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려는 의원들입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어제(3일) 라디오에서, "탈당과 관련해 이미 연초에 결심을 한 상태"라며 "조만간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도 오늘(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손 대표를 향해 "안철수신당 참여 비례대표 의원들을 즉각 제명해달라"며 '셀프 제명'을 요구했습니다.
일부 호남계 의원들도 시기를 노리고 있습니다. 한 호남계 의원은 탈당 결심을 굳힌 가운데 시점을 저울질하고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또다른 호남계 의원도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등 통합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고심 중입니다.
당에 희망이 남아, 당을 재건해보려는 현역 의원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손학규 대표가 물러난다면"…"제3정당 이렇게 망가질 줄은"
그렇다면 '사분오열'의 중심에 있는 손 대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요?
'최측근', '당권파'로 분류됐던 의원들과 당직자들도 당이 기능하려면 "손학규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의원들은 "오는 10일까지는 결단하라"고 했는데, 손 대표는 임재훈 사무총장과 이행자 사무부총장, 장진영 당 대표 비서실장 등 손 대표에게 결단을 촉구한 핵심 당직자들을 해임하는 것으로 답을 내놨습니다.
해임을 한 표면적인 이유는 "당무를 거부해서"로 알려졌습니다.
손 대표는 내일(5일) 원외 위원장들을 중심으로 최고위원과 당직자를 새로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되면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없는 최고위원회의가 국회에서 열리게 된 겁니다.
한 바른미래당 의원은 "손 대표 자신도, 사퇴를 안 하고 당을 어떻게 운영할 지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면서, "청년 세력, 미래 세대와 함께 당을 재건한 뒤 사퇴하겠다는데, 그 청년 세력들마저도 '손 대표 사퇴가 먼저'라고 하는 게 문제"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당을 "기능 부전"이라고 표현하며, "제3 정당이 이렇게까지 망가질 거라고 생각 못 했다"고 토로했고, 한 안철수계 의원도 "손 대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포기했다"고 했습니다.
"다시 토담집 가는 길밖에"?…바른미래당 어떻게 되나
임재훈 의원은 사무총장직에서 해임된 뒤 낸 입장문에서, "당 재건을 위해 혼신을 다해온 중진들을 내쳐서 손 대표가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은 다시 토담집으로 가는 길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당 사무처에서도 "당대표께서 살신성인으로 이루어내신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마저 당의 분열과 갈등 앞에서는 총선 승리에 기여할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하고, 타당과의 연대와 통합도, 우리의 그릇이 견고하지 못하면 허사일 것"이라며 손 대표의 결단을 호소했습니다.
2년 전 '제3지대 확립'을 꿈꾸며 화려하게 등장한 바른미래당. 다가올 미래가 당의 재건일지 토담집일지는 "손학규 대표에게 달려 있다"는데,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손 대표는 무슨 생각일까요? 손 대표는 자신의 정치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 하고 싶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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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심야심] “제3정당 이렇게 망가질 줄은” 혼돈의 바른미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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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2-04 20:00:06
"저라도 의리와 낭만이 있는 정치를 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계인 것 같습니다."
3선의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이 오늘(4일) 탈당하면서 남긴 말입니다. 이 의원은 정치에 입문한 한나라당 시절부터 '손학규 측근'으로 분류된 '원조 손학규계'로 통합니다.
2007년 손학규 대표와 함께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옮겼고, 2년여 동안의 만덕산 토담집 생활을 끝낸 손 대표가 국회에서 정계 복귀와 민주당 탈당 선언을 할 때도 곧바로 달려와 "따라가겠다"고 했습니다. 국민의당·바른미래당 합류도 마찬가지입니다.
당 소속 의원들의 손 대표 사퇴 요구로 당이 위기에 놓인 지금, 이 의원의 전격 탈당은 그래서 더욱 충격적입니다.
이 의원은 본인의 탈당으로 손 대표가 결단을 내리고, 그렇게 하면 당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 당을 나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의 상징적 인물인만큼, 주변의 강한 만류가 있었다"면서, "바른미래당 소속으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탈당을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내일(5일) 총선 후보 공모가 마감되는 한국당 입당설도 나옵니다.
'원내 교섭단체' 지위 상실…남은 의원들도 탈당 '만지작'
이 의원 탈당으로 당 소속 의원이 19명으로 줄면서, 바른미래당은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됐습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국회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3정당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해가 바뀌자마자 유승민 의원 등 8명이 새로운보수당을 만들어 나갔고 안철수 전 의원도 당을 떠나면서 그 역할과 위상은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문제는 아직 당에 남아있는 의원들마저 '탈당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겁니다.
총선에 힘을 실어주리라 기대했던 안철수 전 의원이 당을 나가면서, 물밑에서만 맴돌았던 '탈당'이라는 단어가 공개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들고 일어선 건 가칭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려는 의원들입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어제(3일) 라디오에서, "탈당과 관련해 이미 연초에 결심을 한 상태"라며 "조만간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도 오늘(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손 대표를 향해 "안철수신당 참여 비례대표 의원들을 즉각 제명해달라"며 '셀프 제명'을 요구했습니다.
일부 호남계 의원들도 시기를 노리고 있습니다. 한 호남계 의원은 탈당 결심을 굳힌 가운데 시점을 저울질하고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또다른 호남계 의원도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등 통합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고심 중입니다.
당에 희망이 남아, 당을 재건해보려는 현역 의원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손학규 대표가 물러난다면"…"제3정당 이렇게 망가질 줄은"
그렇다면 '사분오열'의 중심에 있는 손 대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요?
'최측근', '당권파'로 분류됐던 의원들과 당직자들도 당이 기능하려면 "손학규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의원들은 "오는 10일까지는 결단하라"고 했는데, 손 대표는 임재훈 사무총장과 이행자 사무부총장, 장진영 당 대표 비서실장 등 손 대표에게 결단을 촉구한 핵심 당직자들을 해임하는 것으로 답을 내놨습니다.
해임을 한 표면적인 이유는 "당무를 거부해서"로 알려졌습니다.
손 대표는 내일(5일) 원외 위원장들을 중심으로 최고위원과 당직자를 새로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되면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없는 최고위원회의가 국회에서 열리게 된 겁니다.
한 바른미래당 의원은 "손 대표 자신도, 사퇴를 안 하고 당을 어떻게 운영할 지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면서, "청년 세력, 미래 세대와 함께 당을 재건한 뒤 사퇴하겠다는데, 그 청년 세력들마저도 '손 대표 사퇴가 먼저'라고 하는 게 문제"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당을 "기능 부전"이라고 표현하며, "제3 정당이 이렇게까지 망가질 거라고 생각 못 했다"고 토로했고, 한 안철수계 의원도 "손 대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포기했다"고 했습니다.
"다시 토담집 가는 길밖에"?…바른미래당 어떻게 되나
임재훈 의원은 사무총장직에서 해임된 뒤 낸 입장문에서, "당 재건을 위해 혼신을 다해온 중진들을 내쳐서 손 대표가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은 다시 토담집으로 가는 길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당 사무처에서도 "당대표께서 살신성인으로 이루어내신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마저 당의 분열과 갈등 앞에서는 총선 승리에 기여할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하고, 타당과의 연대와 통합도, 우리의 그릇이 견고하지 못하면 허사일 것"이라며 손 대표의 결단을 호소했습니다.
2년 전 '제3지대 확립'을 꿈꾸며 화려하게 등장한 바른미래당. 다가올 미래가 당의 재건일지 토담집일지는 "손학규 대표에게 달려 있다"는데,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손 대표는 무슨 생각일까요? 손 대표는 자신의 정치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 하고 싶은 걸까요?
3선의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이 오늘(4일) 탈당하면서 남긴 말입니다. 이 의원은 정치에 입문한 한나라당 시절부터 '손학규 측근'으로 분류된 '원조 손학규계'로 통합니다.
2007년 손학규 대표와 함께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옮겼고, 2년여 동안의 만덕산 토담집 생활을 끝낸 손 대표가 국회에서 정계 복귀와 민주당 탈당 선언을 할 때도 곧바로 달려와 "따라가겠다"고 했습니다. 국민의당·바른미래당 합류도 마찬가지입니다.
당 소속 의원들의 손 대표 사퇴 요구로 당이 위기에 놓인 지금, 이 의원의 전격 탈당은 그래서 더욱 충격적입니다.
이 의원은 본인의 탈당으로 손 대표가 결단을 내리고, 그렇게 하면 당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 당을 나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의 상징적 인물인만큼, 주변의 강한 만류가 있었다"면서, "바른미래당 소속으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탈당을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내일(5일) 총선 후보 공모가 마감되는 한국당 입당설도 나옵니다.
'원내 교섭단체' 지위 상실…남은 의원들도 탈당 '만지작'
이 의원 탈당으로 당 소속 의원이 19명으로 줄면서, 바른미래당은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됐습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국회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3정당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해가 바뀌자마자 유승민 의원 등 8명이 새로운보수당을 만들어 나갔고 안철수 전 의원도 당을 떠나면서 그 역할과 위상은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문제는 아직 당에 남아있는 의원들마저 '탈당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겁니다.
총선에 힘을 실어주리라 기대했던 안철수 전 의원이 당을 나가면서, 물밑에서만 맴돌았던 '탈당'이라는 단어가 공개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들고 일어선 건 가칭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려는 의원들입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어제(3일) 라디오에서, "탈당과 관련해 이미 연초에 결심을 한 상태"라며 "조만간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도 오늘(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손 대표를 향해 "안철수신당 참여 비례대표 의원들을 즉각 제명해달라"며 '셀프 제명'을 요구했습니다.
일부 호남계 의원들도 시기를 노리고 있습니다. 한 호남계 의원은 탈당 결심을 굳힌 가운데 시점을 저울질하고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또다른 호남계 의원도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등 통합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고심 중입니다.
당에 희망이 남아, 당을 재건해보려는 현역 의원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손학규 대표가 물러난다면"…"제3정당 이렇게 망가질 줄은"
그렇다면 '사분오열'의 중심에 있는 손 대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요?
'최측근', '당권파'로 분류됐던 의원들과 당직자들도 당이 기능하려면 "손학규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의원들은 "오는 10일까지는 결단하라"고 했는데, 손 대표는 임재훈 사무총장과 이행자 사무부총장, 장진영 당 대표 비서실장 등 손 대표에게 결단을 촉구한 핵심 당직자들을 해임하는 것으로 답을 내놨습니다.
해임을 한 표면적인 이유는 "당무를 거부해서"로 알려졌습니다.
손 대표는 내일(5일) 원외 위원장들을 중심으로 최고위원과 당직자를 새로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되면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없는 최고위원회의가 국회에서 열리게 된 겁니다.
한 바른미래당 의원은 "손 대표 자신도, 사퇴를 안 하고 당을 어떻게 운영할 지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면서, "청년 세력, 미래 세대와 함께 당을 재건한 뒤 사퇴하겠다는데, 그 청년 세력들마저도 '손 대표 사퇴가 먼저'라고 하는 게 문제"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당을 "기능 부전"이라고 표현하며, "제3 정당이 이렇게까지 망가질 거라고 생각 못 했다"고 토로했고, 한 안철수계 의원도 "손 대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포기했다"고 했습니다.
"다시 토담집 가는 길밖에"?…바른미래당 어떻게 되나
임재훈 의원은 사무총장직에서 해임된 뒤 낸 입장문에서, "당 재건을 위해 혼신을 다해온 중진들을 내쳐서 손 대표가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은 다시 토담집으로 가는 길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당 사무처에서도 "당대표께서 살신성인으로 이루어내신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마저 당의 분열과 갈등 앞에서는 총선 승리에 기여할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하고, 타당과의 연대와 통합도, 우리의 그릇이 견고하지 못하면 허사일 것"이라며 손 대표의 결단을 호소했습니다.
2년 전 '제3지대 확립'을 꿈꾸며 화려하게 등장한 바른미래당. 다가올 미래가 당의 재건일지 토담집일지는 "손학규 대표에게 달려 있다"는데,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손 대표는 무슨 생각일까요? 손 대표는 자신의 정치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 하고 싶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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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연 기자 s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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