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감시K] 유권자들은 알까, 이 상(賞)의 정체를?
입력 2020.01.08 (07:01)
수정 2020.02.2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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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시작한 계기는 호기심이었습니다. 총선이 다가오는 연말연시, 이메일함에 가득 쌓인 보도자료 정체가 궁금했습니다.
'김국회 의원, 모범국회의원상 수상', '박국회 의원, 우수모범국회의원상 수상', '이국회 의원, 최고우수모범국회의원상 수상'
검색해봐도 도대체 어디서, 왜 주는 상인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협회가 주는 상이라는데 실체가 확인이 안 됩니다. 한꺼번에 의원 수십 명에게 상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의라는 건, 이름만 번지르르하면 그럴듯해 보이는 법입니다. 정체가 뭔지 일일이 확인해 볼 만큼 여유있는 유권자도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아무 검증도 없이 상을 준다고 받고, 유권자들에게는 '나 몇 관왕이네' 홍보해도 괜찮은 걸까요? KBS가 시상식 현장을 찾아다니며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연관기사]
[국회감시K] 국회에 넘쳐나는 상잔치…“왜 받는지는 몰라요”
[국회감시K] 국회의원이 받는 상, 직접 받아봤습니다
국회는 난리인데 시상식은 북새통
취재진이 국회의원 시상식을 찾아다닌다는 얘기가 국회에 돌면서 여기저기서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콕 집어 '국리민복상'이란 상의 정체가 뭔지, 취재 좀 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출동했습니다. 시상식 날짜는 마침 지난해 12월 27일. 본회의에서 선거법 표결이 이뤄진 날이었습니다.
시상식에 의원들이 많이 참석할 것이라는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직접 오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는다는 주최 측 방침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현장 취재했던 대부분 시상식은 참석 의원이 많아야 2~3명. 본회의 일정이 빠듯해 주최 측에 양해를 구하고 보좌관이 대리 수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국리민복상' 시상식은 예상한 것 이상으로 '북새통'이었습니다.
수상자가 워낙 많았던 탓도 있을 겁니다. 2019년 국정감사 우수 의원이 대상이라는데 수상자가 79명. 전체 의원 4분이 1 넘습니다. 이 가운데 시상식 참석자는 72명.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한 의원이 69명, 들렀다가 떠난 의원이 2명. 뒤늦게 온 의원 1명. 이 정도면 거의 본회의 출석률입니다.
물론 본회의와 다른 점도 있었습니다. 본회의에서는 여야가 서로 고함치고 삿대질 했지만 시상식장에서는 달랐습니다. 화기애애하게 어울려 사진 찍고 사이좋게 '파이팅'까지 함께 외쳤습니다.
참석하지 못한 의원들의 '절박함'도 사뭇 달랐습니다. 한국당 당직을 맡은 한 의원 보좌진은 "의원님이 꼭 참석하려고 했는데 당 대표 병실에 가느라 못 왔다", "발을 동동 구르고 계시다, 혹시 오후라도 의원님이 직접 오시면 사진 촬영이 가능할지 궁금하다"며 주최 측에 읍소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조원진 의원, 편법 대관하고 셀프 수상까지
한 의원은 '주최자'로 이름을 올려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을 시상식장으로 대관해 주기까지 했습니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의원입니다. 조 의원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활동을 잘했다며 역시 상을 받았습니다.
국회의원의 시상식장 본인 대관과 '셀프 수상' 논란, 처음은 아닙니다.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 등이 국회 청사 회의실 등을 대관해 주고서 그 자리에서 상을 받았다고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해프닝'으로 웃고 넘길 수 없는 건, 국회 청사 강당이나 회의실은 의정 활동 지원을 위해 의원에게만 사용이 허가된 시설이기 때문입니다. 의원이 빌리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 비슷한 위치나 규모의 시설을 외부에 빌리려면 수백만 원의 대관료를 내야 합니다.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입니다.
그래서 국회사무처는 지난해 '국회 청사 회의장 등 사용 내규'를 강화했습니다. '타인이 주관하는 회의 또는 행사를 위해 사용 신청을 대리하는 경우'와 '시상식 등 의정 활동과 직접 관련이 없는 행사인 경우' 대관을 불허하고, 이를 어기면 벌점을 부과해 해당 단체와 의원의 대관을 제한할 수 있게 제재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조원진 의원의 시상식장 대관은 내규 위반입니다. 국리민복상 시상식을 조원진 의원이 주최하지 않은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더구나 시상식은 대관이 가능한 행사도 아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개최가 가능했을까요? 주최 측은 시상식 앞에 '국정감사 평가회'라는 이름을 갖다 붙였습니다. 단순한 시상식이 아니라 의정 활동 평가회가 같이 열린다는 꼼수로 제재를 피한 겁니다.
'국리민복상'이 뭐기에…국회 사무처는 '전쟁 중'
이쯤 되면 정말 궁금해집니다. 국리민복상 주최 단체,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이름은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주최 측은 '270개 시민단체 연대 기구로 21년 전부터 국감을 밀착 모니터해왔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단체는 15대 국회 때부터 현장 모니터 활동을 시작해 초반에는 언론으로부터 반짝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잡음이 불거진 건 18대 국회 때부터입니다. 다른 상을 받으면 수상자에서 제외하겠다는 공문을 보내 '갑질' 논란에 휩싸이는가 하면, 보좌진들에게 지나치게 고압적이라거나 편파 평가를 한다는 뒷말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국회 사무처는 지난해 10월, '15대 국회 때부터 NGO 모니터단이 국감 기간 독점 사용해온 국회 본청 250호실을 모든 시민단체에 개방하겠다'는 방침을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면서 NGO 모니터단 측에 '대표성을 주장하려면 270개 소속 단체 이름을 밝혀달라'는 공문을 보냅니다.
NGO 모니터단 측은 이때부터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을 '홍위병', '조폭'이라고 지칭하면서 싸움에 나섰습니다. 정당한 시민단체 활동을 탄압한다며 소속 단체 명단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의원들에게는 '국리민복상' 수상자 선정 공문을 보내면서 국회사무처와 유인태 사무총장이 가짜뉴스, 왜곡, 위증으로 모니터단을 모욕하고 명예훼손했다면서 감사를 촉구하기까지 했습니다.
"탄압당할 수 있어 비공개"…전(前) 관계자 "많아야 18개"
취재진은 진실을 알기 위해 주최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소속 단체 수를 확인해 달라고 거듭 요구해 봤습니다. 하지만 단호하게 비공개 방침을 강조했습니다.
"국회 사무처가 소속 단체가 4곳뿐인 것 아니냐고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데, 외부로 드러난 법률연맹·여성유권자연맹·대한은퇴자협회·대학생봉사단 4곳은 공동 사무국일 뿐이에요. 모니터단은 270개가 아니라 지부까지 하면 3,000개예요. 지금 전교조나 민노총, 민변 보고 명단 달라고 하면 순순히 주나요? 우리(법률연맹)는 예전에 전자주민카드 반대 운동할 때 검찰에서 50개 단체 명단 달라고 할 때도 '압박할 것 아니냐'며 안 줬습니다." (김대인 법률연맹 총재 겸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상임단장)
그래서 최근까지 모니터단 활동을 했던 관계자를 수소문해 다시 확인해 봤습니다.
"270개는 처음 시작할 때 지역 지부 숫자를 얘기하는 것"으로 "순수한 단체 수는 많을 때 18개였는데 지금은 10여 개 될 것"이라면서 "제대로 활동하는 단체는 사무국에 소속된 4곳뿐"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의원들은 무관심…의원들 SNS 달군 사진
이 정도면 국리민복상, 공신력을 한번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논란이 된 건 단체 숫자만이 아닙니다. 이 단체, 종종 정파성도 과하게(?) 드러냅니다. 국리민복상 수상자 발표 보도자료에는 '야당보다 여당이 소속 의원 수에 비해 수상자 선정 비율이 낮다'면서 '여당과 친여 성향 당이 정부 감싸기를 노골화하는 잘못된 관행 때문'이라는 친절한(?) 해설이 실렸습니다.
주최 측 인사는 시상식 끝 무렵, 취재진 앞에서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에게 이런 발언까지 했습니다.
"공정성을 상실한 공권력은 폭력이다, 폭력으로 나라 망치고 헌법, 국회법 위반하면 (지팡이) 이거 뒀다 뭐해요? 종아리, 아니 대갈통을 때린다든가. 그러고 나서 폭행죄로 걸리면 사형인가요, 무기징역인가요? 그거 잠깐이에요. 더군다나 불법에 대해서…. 아이고, (지팡이) 이게 필요할 때가 있어요."
취재진은 이날 상 받고 나오는 의원들을 붙잡고 "NGO 모니터단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270개 단체가 어디 어디인지 혹시 아느냐?" 질문을 계속 던져봤습니다. 의원들의 답은 녹음기처럼 똑같았습니다.
'그런 건 잘 모르고', '오늘 처음 들었고', '국회 사무처가 알아서 할 일이고', '국회의원이 단체 숫자까지 어떻게 아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날, 선거법 표결을 놓고 국회 본회의에서 몸싸움이 한창이던 때. 수상 의원들의 SNS에는 '국리민복상' 상장을 들고 활짝 웃는 사진이 일제히 올라왔습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광(?)의 시상식 사진을 올린 여야 의원은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모두 49명이었습니다.
※<국회감시 프로젝트K>는 시청자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갑니다. 전화 02-781-4319번으로나, 카카오톡에서 'KBS 제보'를 검색하셔서 친구 맺기를 하신 뒤 보내실 수 있습니다. 영상 제보는 보도에 반영되면 사례하겠습니다. KBS 뉴스는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갑니다. 많은 제보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김국회 의원, 모범국회의원상 수상', '박국회 의원, 우수모범국회의원상 수상', '이국회 의원, 최고우수모범국회의원상 수상'
검색해봐도 도대체 어디서, 왜 주는 상인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협회가 주는 상이라는데 실체가 확인이 안 됩니다. 한꺼번에 의원 수십 명에게 상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의라는 건, 이름만 번지르르하면 그럴듯해 보이는 법입니다. 정체가 뭔지 일일이 확인해 볼 만큼 여유있는 유권자도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아무 검증도 없이 상을 준다고 받고, 유권자들에게는 '나 몇 관왕이네' 홍보해도 괜찮은 걸까요? KBS가 시상식 현장을 찾아다니며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연관기사]
[국회감시K] 국회에 넘쳐나는 상잔치…“왜 받는지는 몰라요”
[국회감시K] 국회의원이 받는 상, 직접 받아봤습니다
국회는 난리인데 시상식은 북새통
취재진이 국회의원 시상식을 찾아다닌다는 얘기가 국회에 돌면서 여기저기서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콕 집어 '국리민복상'이란 상의 정체가 뭔지, 취재 좀 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출동했습니다. 시상식 날짜는 마침 지난해 12월 27일. 본회의에서 선거법 표결이 이뤄진 날이었습니다.
시상식에 의원들이 많이 참석할 것이라는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직접 오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는다는 주최 측 방침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현장 취재했던 대부분 시상식은 참석 의원이 많아야 2~3명. 본회의 일정이 빠듯해 주최 측에 양해를 구하고 보좌관이 대리 수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국리민복상' 시상식은 예상한 것 이상으로 '북새통'이었습니다.
2019년 12월 2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국리민복상 시상식
수상자가 워낙 많았던 탓도 있을 겁니다. 2019년 국정감사 우수 의원이 대상이라는데 수상자가 79명. 전체 의원 4분이 1 넘습니다. 이 가운데 시상식 참석자는 72명.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한 의원이 69명, 들렀다가 떠난 의원이 2명. 뒤늦게 온 의원 1명. 이 정도면 거의 본회의 출석률입니다.
물론 본회의와 다른 점도 있었습니다. 본회의에서는 여야가 서로 고함치고 삿대질 했지만 시상식장에서는 달랐습니다. 화기애애하게 어울려 사진 찍고 사이좋게 '파이팅'까지 함께 외쳤습니다.
참석하지 못한 의원들의 '절박함'도 사뭇 달랐습니다. 한국당 당직을 맡은 한 의원 보좌진은 "의원님이 꼭 참석하려고 했는데 당 대표 병실에 가느라 못 왔다", "발을 동동 구르고 계시다, 혹시 오후라도 의원님이 직접 오시면 사진 촬영이 가능할지 궁금하다"며 주최 측에 읍소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국리민복상 수상자 79명 중 시상식 참석자는 72명, 불참자는 7명이었다.
조원진 의원, 편법 대관하고 셀프 수상까지
한 의원은 '주최자'로 이름을 올려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을 시상식장으로 대관해 주기까지 했습니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의원입니다. 조 의원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활동을 잘했다며 역시 상을 받았습니다.
국회의원의 시상식장 본인 대관과 '셀프 수상' 논란, 처음은 아닙니다.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 등이 국회 청사 회의실 등을 대관해 주고서 그 자리에서 상을 받았다고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해프닝'으로 웃고 넘길 수 없는 건, 국회 청사 강당이나 회의실은 의정 활동 지원을 위해 의원에게만 사용이 허가된 시설이기 때문입니다. 의원이 빌리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 비슷한 위치나 규모의 시설을 외부에 빌리려면 수백만 원의 대관료를 내야 합니다.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입니다.
그래서 국회사무처는 지난해 '국회 청사 회의장 등 사용 내규'를 강화했습니다. '타인이 주관하는 회의 또는 행사를 위해 사용 신청을 대리하는 경우'와 '시상식 등 의정 활동과 직접 관련이 없는 행사인 경우' 대관을 불허하고, 이를 어기면 벌점을 부과해 해당 단체와 의원의 대관을 제한할 수 있게 제재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국회 청사 회의장 등 사용 내규 관련 조항
이에 따르면 조원진 의원의 시상식장 대관은 내규 위반입니다. 국리민복상 시상식을 조원진 의원이 주최하지 않은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더구나 시상식은 대관이 가능한 행사도 아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개최가 가능했을까요? 주최 측은 시상식 앞에 '국정감사 평가회'라는 이름을 갖다 붙였습니다. 단순한 시상식이 아니라 의정 활동 평가회가 같이 열린다는 꼼수로 제재를 피한 겁니다.
'국리민복상'이 뭐기에…국회 사무처는 '전쟁 중'
이쯤 되면 정말 궁금해집니다. 국리민복상 주최 단체,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이름은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주최 측은 '270개 시민단체 연대 기구로 21년 전부터 국감을 밀착 모니터해왔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단체는 15대 국회 때부터 현장 모니터 활동을 시작해 초반에는 언론으로부터 반짝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잡음이 불거진 건 18대 국회 때부터입니다. 다른 상을 받으면 수상자에서 제외하겠다는 공문을 보내 '갑질' 논란에 휩싸이는가 하면, 보좌진들에게 지나치게 고압적이라거나 편파 평가를 한다는 뒷말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국회 사무처는 지난해 10월, '15대 국회 때부터 NGO 모니터단이 국감 기간 독점 사용해온 국회 본청 250호실을 모든 시민단체에 개방하겠다'는 방침을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면서 NGO 모니터단 측에 '대표성을 주장하려면 270개 소속 단체 이름을 밝혀달라'는 공문을 보냅니다.
NGO 모니터단 측은 이때부터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을 '홍위병', '조폭'이라고 지칭하면서 싸움에 나섰습니다. 정당한 시민단체 활동을 탄압한다며 소속 단체 명단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의원들에게는 '국리민복상' 수상자 선정 공문을 보내면서 국회사무처와 유인태 사무총장이 가짜뉴스, 왜곡, 위증으로 모니터단을 모욕하고 명예훼손했다면서 감사를 촉구하기까지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국회 사무처가 NGO 모니터단에 보낸 공문
지난해 12월 NGO 모니터단이 국리민복상 수상 의원들에게 보낸 공문
"탄압당할 수 있어 비공개"…전(前) 관계자 "많아야 18개"
취재진은 진실을 알기 위해 주최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소속 단체 수를 확인해 달라고 거듭 요구해 봤습니다. 하지만 단호하게 비공개 방침을 강조했습니다.
"국회 사무처가 소속 단체가 4곳뿐인 것 아니냐고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데, 외부로 드러난 법률연맹·여성유권자연맹·대한은퇴자협회·대학생봉사단 4곳은 공동 사무국일 뿐이에요. 모니터단은 270개가 아니라 지부까지 하면 3,000개예요. 지금 전교조나 민노총, 민변 보고 명단 달라고 하면 순순히 주나요? 우리(법률연맹)는 예전에 전자주민카드 반대 운동할 때 검찰에서 50개 단체 명단 달라고 할 때도 '압박할 것 아니냐'며 안 줬습니다." (김대인 법률연맹 총재 겸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상임단장)
그래서 최근까지 모니터단 활동을 했던 관계자를 수소문해 다시 확인해 봤습니다.
"270개는 처음 시작할 때 지역 지부 숫자를 얘기하는 것"으로 "순수한 단체 수는 많을 때 18개였는데 지금은 10여 개 될 것"이라면서 "제대로 활동하는 단체는 사무국에 소속된 4곳뿐"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의원들은 무관심…의원들 SNS 달군 사진
이 정도면 국리민복상, 공신력을 한번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논란이 된 건 단체 숫자만이 아닙니다. 이 단체, 종종 정파성도 과하게(?) 드러냅니다. 국리민복상 수상자 발표 보도자료에는 '야당보다 여당이 소속 의원 수에 비해 수상자 선정 비율이 낮다'면서 '여당과 친여 성향 당이 정부 감싸기를 노골화하는 잘못된 관행 때문'이라는 친절한(?) 해설이 실렸습니다.
주최 측 인사는 시상식 끝 무렵, 취재진 앞에서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에게 이런 발언까지 했습니다.
"공정성을 상실한 공권력은 폭력이다, 폭력으로 나라 망치고 헌법, 국회법 위반하면 (지팡이) 이거 뒀다 뭐해요? 종아리, 아니 대갈통을 때린다든가. 그러고 나서 폭행죄로 걸리면 사형인가요, 무기징역인가요? 그거 잠깐이에요. 더군다나 불법에 대해서…. 아이고, (지팡이) 이게 필요할 때가 있어요."
국리민복상을 수상하는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
취재진은 이날 상 받고 나오는 의원들을 붙잡고 "NGO 모니터단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270개 단체가 어디 어디인지 혹시 아느냐?" 질문을 계속 던져봤습니다. 의원들의 답은 녹음기처럼 똑같았습니다.
'그런 건 잘 모르고', '오늘 처음 들었고', '국회 사무처가 알아서 할 일이고', '국회의원이 단체 숫자까지 어떻게 아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날, 선거법 표결을 놓고 국회 본회의에서 몸싸움이 한창이던 때. 수상 의원들의 SNS에는 '국리민복상' 상장을 들고 활짝 웃는 사진이 일제히 올라왔습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광(?)의 시상식 사진을 올린 여야 의원은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모두 49명이었습니다.
의원들 페이스북에 올라온 시상식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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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감시K] 유권자들은 알까, 이 상(賞)의 정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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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1-08 07:01:13
- 수정2020-02-28 13:43:45
취재를 시작한 계기는 호기심이었습니다. 총선이 다가오는 연말연시, 이메일함에 가득 쌓인 보도자료 정체가 궁금했습니다.
'김국회 의원, 모범국회의원상 수상', '박국회 의원, 우수모범국회의원상 수상', '이국회 의원, 최고우수모범국회의원상 수상'
검색해봐도 도대체 어디서, 왜 주는 상인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협회가 주는 상이라는데 실체가 확인이 안 됩니다. 한꺼번에 의원 수십 명에게 상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의라는 건, 이름만 번지르르하면 그럴듯해 보이는 법입니다. 정체가 뭔지 일일이 확인해 볼 만큼 여유있는 유권자도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아무 검증도 없이 상을 준다고 받고, 유권자들에게는 '나 몇 관왕이네' 홍보해도 괜찮은 걸까요? KBS가 시상식 현장을 찾아다니며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연관기사]
[국회감시K] 국회에 넘쳐나는 상잔치…“왜 받는지는 몰라요”
[국회감시K] 국회의원이 받는 상, 직접 받아봤습니다
국회는 난리인데 시상식은 북새통
취재진이 국회의원 시상식을 찾아다닌다는 얘기가 국회에 돌면서 여기저기서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콕 집어 '국리민복상'이란 상의 정체가 뭔지, 취재 좀 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출동했습니다. 시상식 날짜는 마침 지난해 12월 27일. 본회의에서 선거법 표결이 이뤄진 날이었습니다.
시상식에 의원들이 많이 참석할 것이라는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직접 오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는다는 주최 측 방침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현장 취재했던 대부분 시상식은 참석 의원이 많아야 2~3명. 본회의 일정이 빠듯해 주최 측에 양해를 구하고 보좌관이 대리 수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국리민복상' 시상식은 예상한 것 이상으로 '북새통'이었습니다.
수상자가 워낙 많았던 탓도 있을 겁니다. 2019년 국정감사 우수 의원이 대상이라는데 수상자가 79명. 전체 의원 4분이 1 넘습니다. 이 가운데 시상식 참석자는 72명.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한 의원이 69명, 들렀다가 떠난 의원이 2명. 뒤늦게 온 의원 1명. 이 정도면 거의 본회의 출석률입니다.
물론 본회의와 다른 점도 있었습니다. 본회의에서는 여야가 서로 고함치고 삿대질 했지만 시상식장에서는 달랐습니다. 화기애애하게 어울려 사진 찍고 사이좋게 '파이팅'까지 함께 외쳤습니다.
참석하지 못한 의원들의 '절박함'도 사뭇 달랐습니다. 한국당 당직을 맡은 한 의원 보좌진은 "의원님이 꼭 참석하려고 했는데 당 대표 병실에 가느라 못 왔다", "발을 동동 구르고 계시다, 혹시 오후라도 의원님이 직접 오시면 사진 촬영이 가능할지 궁금하다"며 주최 측에 읍소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조원진 의원, 편법 대관하고 셀프 수상까지
한 의원은 '주최자'로 이름을 올려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을 시상식장으로 대관해 주기까지 했습니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의원입니다. 조 의원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활동을 잘했다며 역시 상을 받았습니다.
국회의원의 시상식장 본인 대관과 '셀프 수상' 논란, 처음은 아닙니다.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 등이 국회 청사 회의실 등을 대관해 주고서 그 자리에서 상을 받았다고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해프닝'으로 웃고 넘길 수 없는 건, 국회 청사 강당이나 회의실은 의정 활동 지원을 위해 의원에게만 사용이 허가된 시설이기 때문입니다. 의원이 빌리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 비슷한 위치나 규모의 시설을 외부에 빌리려면 수백만 원의 대관료를 내야 합니다.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입니다.
그래서 국회사무처는 지난해 '국회 청사 회의장 등 사용 내규'를 강화했습니다. '타인이 주관하는 회의 또는 행사를 위해 사용 신청을 대리하는 경우'와 '시상식 등 의정 활동과 직접 관련이 없는 행사인 경우' 대관을 불허하고, 이를 어기면 벌점을 부과해 해당 단체와 의원의 대관을 제한할 수 있게 제재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조원진 의원의 시상식장 대관은 내규 위반입니다. 국리민복상 시상식을 조원진 의원이 주최하지 않은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더구나 시상식은 대관이 가능한 행사도 아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개최가 가능했을까요? 주최 측은 시상식 앞에 '국정감사 평가회'라는 이름을 갖다 붙였습니다. 단순한 시상식이 아니라 의정 활동 평가회가 같이 열린다는 꼼수로 제재를 피한 겁니다.
'국리민복상'이 뭐기에…국회 사무처는 '전쟁 중'
이쯤 되면 정말 궁금해집니다. 국리민복상 주최 단체,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이름은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주최 측은 '270개 시민단체 연대 기구로 21년 전부터 국감을 밀착 모니터해왔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단체는 15대 국회 때부터 현장 모니터 활동을 시작해 초반에는 언론으로부터 반짝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잡음이 불거진 건 18대 국회 때부터입니다. 다른 상을 받으면 수상자에서 제외하겠다는 공문을 보내 '갑질' 논란에 휩싸이는가 하면, 보좌진들에게 지나치게 고압적이라거나 편파 평가를 한다는 뒷말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국회 사무처는 지난해 10월, '15대 국회 때부터 NGO 모니터단이 국감 기간 독점 사용해온 국회 본청 250호실을 모든 시민단체에 개방하겠다'는 방침을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면서 NGO 모니터단 측에 '대표성을 주장하려면 270개 소속 단체 이름을 밝혀달라'는 공문을 보냅니다.
NGO 모니터단 측은 이때부터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을 '홍위병', '조폭'이라고 지칭하면서 싸움에 나섰습니다. 정당한 시민단체 활동을 탄압한다며 소속 단체 명단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의원들에게는 '국리민복상' 수상자 선정 공문을 보내면서 국회사무처와 유인태 사무총장이 가짜뉴스, 왜곡, 위증으로 모니터단을 모욕하고 명예훼손했다면서 감사를 촉구하기까지 했습니다.
"탄압당할 수 있어 비공개"…전(前) 관계자 "많아야 18개"
취재진은 진실을 알기 위해 주최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소속 단체 수를 확인해 달라고 거듭 요구해 봤습니다. 하지만 단호하게 비공개 방침을 강조했습니다.
"국회 사무처가 소속 단체가 4곳뿐인 것 아니냐고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데, 외부로 드러난 법률연맹·여성유권자연맹·대한은퇴자협회·대학생봉사단 4곳은 공동 사무국일 뿐이에요. 모니터단은 270개가 아니라 지부까지 하면 3,000개예요. 지금 전교조나 민노총, 민변 보고 명단 달라고 하면 순순히 주나요? 우리(법률연맹)는 예전에 전자주민카드 반대 운동할 때 검찰에서 50개 단체 명단 달라고 할 때도 '압박할 것 아니냐'며 안 줬습니다." (김대인 법률연맹 총재 겸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상임단장)
그래서 최근까지 모니터단 활동을 했던 관계자를 수소문해 다시 확인해 봤습니다.
"270개는 처음 시작할 때 지역 지부 숫자를 얘기하는 것"으로 "순수한 단체 수는 많을 때 18개였는데 지금은 10여 개 될 것"이라면서 "제대로 활동하는 단체는 사무국에 소속된 4곳뿐"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의원들은 무관심…의원들 SNS 달군 사진
이 정도면 국리민복상, 공신력을 한번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논란이 된 건 단체 숫자만이 아닙니다. 이 단체, 종종 정파성도 과하게(?) 드러냅니다. 국리민복상 수상자 발표 보도자료에는 '야당보다 여당이 소속 의원 수에 비해 수상자 선정 비율이 낮다'면서 '여당과 친여 성향 당이 정부 감싸기를 노골화하는 잘못된 관행 때문'이라는 친절한(?) 해설이 실렸습니다.
주최 측 인사는 시상식 끝 무렵, 취재진 앞에서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에게 이런 발언까지 했습니다.
"공정성을 상실한 공권력은 폭력이다, 폭력으로 나라 망치고 헌법, 국회법 위반하면 (지팡이) 이거 뒀다 뭐해요? 종아리, 아니 대갈통을 때린다든가. 그러고 나서 폭행죄로 걸리면 사형인가요, 무기징역인가요? 그거 잠깐이에요. 더군다나 불법에 대해서…. 아이고, (지팡이) 이게 필요할 때가 있어요."
취재진은 이날 상 받고 나오는 의원들을 붙잡고 "NGO 모니터단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270개 단체가 어디 어디인지 혹시 아느냐?" 질문을 계속 던져봤습니다. 의원들의 답은 녹음기처럼 똑같았습니다.
'그런 건 잘 모르고', '오늘 처음 들었고', '국회 사무처가 알아서 할 일이고', '국회의원이 단체 숫자까지 어떻게 아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날, 선거법 표결을 놓고 국회 본회의에서 몸싸움이 한창이던 때. 수상 의원들의 SNS에는 '국리민복상' 상장을 들고 활짝 웃는 사진이 일제히 올라왔습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광(?)의 시상식 사진을 올린 여야 의원은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모두 49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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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정 기자 watchdo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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