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감시K] 의원님의 ‘수상’한 용역 보고서
입력 2019.12.13 (07:02)
수정 2020.02.2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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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를 돌아보고 내년에 구성되는 21대 국회의 미래를 그려보는 기획 보도. 10일과 11일 보도에 이어 국회의원 세비 지출을 점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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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감시K] 의원님과 침대 매트리스
[국회감시 프로젝트K]② “편집만 해도 500만 원?” 돈 나와라, 뚝딱!
입법과 정책을 위해 의원들 연구용역 하라고 만든 제도, 바로 국회의원 용역 보고서입니다. 정보공개청구와 열람을 통해 확보한 20대 국회 800여 건의 연구용역 내역을 봤더니, 실제론 수상하거나 다소 황당한 보고서도 눈에 띄었습니다. 꼼수와 편법은 없는지 조금 더 들여다봤습니다.
안규백 의원, '60쪽 번역'…6개월에 용역비 500만 원 지출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주당 안규백 의원, 2017년 소규모 연구용역 한 건을 의뢰합니다. 영문으로 된 군 인권 관련 보고서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용역 기간은 같은 해 1월 9일부터 7월 28일까지입니다. 6개월에 20일을 더 준 건데, 얼마나 방대한 양이길래 이렇게 많은 번역 시간을 준 걸까요? 의원실의 협조를 받아 원문을 받아보니, 총 74쪽 분량이었습니다. 표지와 목차, 참고문헌 등을 빼면 실제로는 60쪽이었습니다.
"그런 적 없다"… 8분 뒤 "번역한 것 맞다"
누가 한 걸까요? 프리랜서 번역가인 20대 남성 김 모 씨였습니다. 번역했는지 물었는데 "그런 적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지역구 사무실에서 당원, 선거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면서 "그 당시엔 그 업무를 하지 않았다. 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재차 확인을 요청했더니 오히려 언제, 뭘 했는지 되물었습니다.
8분 뒤.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엔 말이 달라졌습니다. "아르바이트로 번역을 많이 했다. 5백만 원을 받고, 안규백 의원실 번역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태국 국제학교를 나왔고, 미국에서 전문대를 다니다 들어왔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불과 2년여 전 6개월이나 공을 들여 한 번역 보고서의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내용을 물었더니 "파일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 보고서의 제목인 OSCE가 뭐냐고 물었더니 "시간이 오래돼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했습니다.
번역업체 견적은 "전문 번역사 번역에 96만 원, 11일 소요"
전문 번역업체에 이 정도 난이도와 분량이면 얼마나 비용이 드는지 물어봤습니다. '금액 96만 원(부가세 포함 시 106만 원), 소요기간 11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캐나다에서 중·고·대학교를 졸업한 뒤 국내의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번역사가 번역한다고도 했습니다.
안규백 의원실은 거듭 김 씨가 번역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안 의원의 선거사무원으로 일했는데, 그 뒤 연구용역을 맡았다는 겁니다.
그런데 김 씨는 이 연구용역 직후부터 지역구 사무실에서 후원회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의원실에 '제 식구 챙기기' 아니냐, 왜 500만 원이나 주면서 6개월 넘는 시간을 줬느냐고 물었더니 "이 연구논문을 번역만 한 게 아니라 다른 자료들도 공부시켜가면서 한 것"이라면서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안규백 "문제없어"…다른 사람이 번역했나?
안규백 의원은 "시급에 맞게 6개월 동안 그 친구한테 의뢰한 것"이라면서 "한 달에 80만 원씩 계산해서 6개월 동안 480만 원, 약 5백만 원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혀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KBS가 받은 견적 결과를 전했더니, "군사 옴부즈만 제도가 우리 군 장병들의 인권과 복지에 관한 것인데, 스위스에 본부가 있다." "스위스하고 그 내용을 계속 교신했다"고 말했습니다.
안 의원이 말한 스위스에 본부가 있다는 곳은 DCAF, 민주적 군 통제센터입니다. 여기 근무하는 한국인 연구원과 접촉해 봤습니다. 연구용역 보고서의 부분 감수를 맡은 인물인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규백 의원실의 OOO 비서관님이 개인적으로 번역을 좀 하셨다고 이야기를 들은 게 있어요. 그게 아마 OSCE 관련된 건인데, 그 비서관님이 직접 하신 거로 알고 있어요. (그 번역을 어떤 학생이 한 거로 돼 있는데요?) 아 그래요? 저한테 한 번 봐달라고 요청을 하셨는데, 전반적으로만 이런 부분 고쳤으면 좋겠다 그 정도로만 참여했어요... 근데 OOO 비서관이 하신 건 제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요. 직접 확인을 해 보시는 게..."
김종석 의원 연구용역…연구소의 명의도용?
한국당 김종석 의원, 2018년 <경제민주화 기업 정책의 쟁점과 과제>라는 연구용역을 500만 원에 맡깁니다. 경제위기관리연구소가 용역을 맡았는데, 소장이 나성린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입니다.
보고서에는 연구책임자 나성린, 연구원 신OO로 기재돼 있습니다. 그런데 OO 경제연구원 소속이라고 돼 있는 이 신 모 씨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해당 경제연구원엔 동일인이 없었고, 3년 전 비슷한 이름의 인물이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사실만 확인했습니다. 이름 한 글자가 잘못 적혀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홍길동'이란 이름을 '홍길도'로 적어 놓은 식입니다.
"제가 연구원으로 돼 있다고요? 보고서 써준 적 없어요."
신 연구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놀라운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연구원으로 돼 있다고요? 그러니까 제가 저자로 돼 있는 건가요? 나성린 전 의원님 연구단체 모임이 있어서 거기서 발표를 한 적은 있어요. 2014년인데. 그분은 제가 그냥 OO 연구원에 있는 줄 알고 아무 생각 없이 옛날 소속으로 쓰셨나 본데. 2018년에 제가 보고서를 써준 적은 전혀 없어요."
한 마디로 이 보고서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고, 써준 적도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나성린 전 의원 "세미나 한 적 있어…연구비 반납하겠다"
어떻게 된 걸까? 경제위기관리연구소를 찾아가 봤지만, 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해외 장기 출장 중인 나 전 의원은 "신 연구원이 우리 연구소에서 세미나를 한 기록이 있다"면서 "다른 보고서를 합해서 제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래와 같은 입장을 KBS에 전해왔습니다.
"국회의원실 연구과제 요청을 받으면 객원 연구원들에게 연구 리포트를 요청하고, 내부세미나를 한 후, 연구소 차원에서 취합 재정리하고, 연구소 의견을 첨부해 제출합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연구자의 견해가 많이 반영될 수 있으나, 연구보고서가 아카데믹 연구가 아니고 의원 개인에게 비공개로 보고하는 정책연구라, 표절 시비에 연루될지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연구비를 반납하고 또 이런 관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약속드리며, 새로운 의원 정책연구제도가 정착되는 방안 수립에 기여하겠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용역을 의뢰한 김종석 의원은 "국감 자료로 쓰기 위해 용역을 의뢰했는데, 이런 배경으로 만들었는지는 몰랐다. 상당히 유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규희 "도시 디자인 연구" 용역… 지역구 거래 인쇄소에 의뢰
민주당 이규희 의원이 의뢰한 연구용역. 지난해 500만 원에 맡긴 <아름답고 품격있는 도시 디자인을 위한 연구>입니다. 목차는 ▲ 한국 석조 건축 ▲ 담장 허물기 ▲ 도시공원 순으로 돼 있었습니다. 이 연구, 어느 전문가가 했을까 살펴봤더니 'OO 종합인쇄기획'이라는 한 인쇄업체가 한 거로 기재돼 있습니다.
검색해 보니, 이 업체는 이 의원 지역구에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 의원의 정책자료집을 직접 인쇄한 업체이기도 합니다. 인쇄 비용을 주고받는 거래 관계라는 뜻입니다. 지난 9일 직접 인쇄소를 찾아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선거할 때 도와줬느냐고 하니 "왔다 갔다는 했다"면서, 이 의원 관련 인쇄물도 발간하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조금 했다"는 말이 돌아옵니다. 에둘러 말했지만, 인쇄도 해줬고 선거도 도왔다는 얘깁니다.
보고서는 인쇄소 직원이 '짜깁기'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분명 용역보고서엔 인쇄소 대표의 이름이 기재돼 있었는데, 이 보고서를 쓴 게 대표가 아니라는 설명이 돌아왔습니다. 당시 근무했던 직원이 썼고, 그 직원은 지금 퇴사를 해 연결해 줄 수 없다는 겁니다. 보고서 내용 역시 여기저기 있는 논문 내용을 짜깁기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용역 수행자는 물론 내용도 문제투성이인 겁니다.
이규희 의원 측은 11일 용역비 500만 원을 국회 사무처에 반납했습니다.
"주제나 용역 수행자 검증 과정 전혀 없어"
왜 이런 일들이 생긴 걸까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국회의원실에서 500만 원 이하 연구용역 수행자를 정해 지급 신청서를 내면, 주제나 내용의 적절성에 대한 국회 사무처의 검증 과정이 전혀 없다"면서, "서류만 갖추면 되는 방식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하 위원장은 특히 "용역수행자 가운데 프리랜서, 대학생까지 포함돼 있는 경우도 있다"면서,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데 용역 수행자에 대한 검증도 전혀 없는 것이 굉장히 심각한 허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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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의원, '60쪽 번역'…6개월에 용역비 500만 원 지출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주당 안규백 의원, 2017년 소규모 연구용역 한 건을 의뢰합니다. 영문으로 된 군 인권 관련 보고서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용역 기간은 같은 해 1월 9일부터 7월 28일까지입니다. 6개월에 20일을 더 준 건데, 얼마나 방대한 양이길래 이렇게 많은 번역 시간을 준 걸까요? 의원실의 협조를 받아 원문을 받아보니, 총 74쪽 분량이었습니다. 표지와 목차, 참고문헌 등을 빼면 실제로는 60쪽이었습니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2017년 번역 용역을 맡긴 군 옴부즈 기관 관련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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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한 걸까요? 프리랜서 번역가인 20대 남성 김 모 씨였습니다. 번역했는지 물었는데 "그런 적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지역구 사무실에서 당원, 선거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면서 "그 당시엔 그 업무를 하지 않았다. 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재차 확인을 요청했더니 오히려 언제, 뭘 했는지 되물었습니다.
8분 뒤.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엔 말이 달라졌습니다. "아르바이트로 번역을 많이 했다. 5백만 원을 받고, 안규백 의원실 번역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태국 국제학교를 나왔고, 미국에서 전문대를 다니다 들어왔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불과 2년여 전 6개월이나 공을 들여 한 번역 보고서의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내용을 물었더니 "파일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 보고서의 제목인 OSCE가 뭐냐고 물었더니 "시간이 오래돼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했습니다.
번역업체 견적은 "전문 번역사 번역에 96만 원, 11일 소요"
전문 번역업체에 이 정도 난이도와 분량이면 얼마나 비용이 드는지 물어봤습니다. '금액 96만 원(부가세 포함 시 106만 원), 소요기간 11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캐나다에서 중·고·대학교를 졸업한 뒤 국내의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번역사가 번역한다고도 했습니다.
KBS 취재진이 전문업체에 직접 번역 의뢰를 해보니 96만 원 견적이 나왔다.
안규백 의원실은 거듭 김 씨가 번역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안 의원의 선거사무원으로 일했는데, 그 뒤 연구용역을 맡았다는 겁니다.
그런데 김 씨는 이 연구용역 직후부터 지역구 사무실에서 후원회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의원실에 '제 식구 챙기기' 아니냐, 왜 500만 원이나 주면서 6개월 넘는 시간을 줬느냐고 물었더니 "이 연구논문을 번역만 한 게 아니라 다른 자료들도 공부시켜가면서 한 것"이라면서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안규백 "문제없어"…다른 사람이 번역했나?
안규백 의원은 "시급에 맞게 6개월 동안 그 친구한테 의뢰한 것"이라면서 "한 달에 80만 원씩 계산해서 6개월 동안 480만 원, 약 5백만 원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혀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KBS가 받은 견적 결과를 전했더니, "군사 옴부즈만 제도가 우리 군 장병들의 인권과 복지에 관한 것인데, 스위스에 본부가 있다." "스위스하고 그 내용을 계속 교신했다"고 말했습니다.
안 의원이 말한 스위스에 본부가 있다는 곳은 DCAF, 민주적 군 통제센터입니다. 여기 근무하는 한국인 연구원과 접촉해 봤습니다. 연구용역 보고서의 부분 감수를 맡은 인물인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규백 의원실의 OOO 비서관님이 개인적으로 번역을 좀 하셨다고 이야기를 들은 게 있어요. 그게 아마 OSCE 관련된 건인데, 그 비서관님이 직접 하신 거로 알고 있어요. (그 번역을 어떤 학생이 한 거로 돼 있는데요?) 아 그래요? 저한테 한 번 봐달라고 요청을 하셨는데, 전반적으로만 이런 부분 고쳤으면 좋겠다 그 정도로만 참여했어요... 근데 OOO 비서관이 하신 건 제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요. 직접 확인을 해 보시는 게..."
김종석 의원 연구용역…연구소의 명의도용?
한국당 김종석 의원, 2018년 <경제민주화 기업 정책의 쟁점과 과제>라는 연구용역을 500만 원에 맡깁니다. 경제위기관리연구소가 용역을 맡았는데, 소장이 나성린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입니다.
김종석 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연구 용역을 맡긴 ‘경제 민주화 기업 정책’ 보고서
보고서에는 연구책임자 나성린, 연구원 신OO로 기재돼 있습니다. 그런데 OO 경제연구원 소속이라고 돼 있는 이 신 모 씨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해당 경제연구원엔 동일인이 없었고, 3년 전 비슷한 이름의 인물이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사실만 확인했습니다. 이름 한 글자가 잘못 적혀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홍길동'이란 이름을 '홍길도'로 적어 놓은 식입니다.
"제가 연구원으로 돼 있다고요? 보고서 써준 적 없어요."
신 연구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놀라운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연구원으로 돼 있다고요? 그러니까 제가 저자로 돼 있는 건가요? 나성린 전 의원님 연구단체 모임이 있어서 거기서 발표를 한 적은 있어요. 2014년인데. 그분은 제가 그냥 OO 연구원에 있는 줄 알고 아무 생각 없이 옛날 소속으로 쓰셨나 본데. 2018년에 제가 보고서를 써준 적은 전혀 없어요."
한 마디로 이 보고서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고, 써준 적도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나성린 전 의원 "세미나 한 적 있어…연구비 반납하겠다"
어떻게 된 걸까? 경제위기관리연구소를 찾아가 봤지만, 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해외 장기 출장 중인 나 전 의원은 "신 연구원이 우리 연구소에서 세미나를 한 기록이 있다"면서 "다른 보고서를 합해서 제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래와 같은 입장을 KBS에 전해왔습니다.
경제위기관리연구소 측은 과거 세미나 자료를 활용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KBS에 밝혔다.
"국회의원실 연구과제 요청을 받으면 객원 연구원들에게 연구 리포트를 요청하고, 내부세미나를 한 후, 연구소 차원에서 취합 재정리하고, 연구소 의견을 첨부해 제출합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연구자의 견해가 많이 반영될 수 있으나, 연구보고서가 아카데믹 연구가 아니고 의원 개인에게 비공개로 보고하는 정책연구라, 표절 시비에 연루될지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연구비를 반납하고 또 이런 관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약속드리며, 새로운 의원 정책연구제도가 정착되는 방안 수립에 기여하겠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용역을 의뢰한 김종석 의원은 "국감 자료로 쓰기 위해 용역을 의뢰했는데, 이런 배경으로 만들었는지는 몰랐다. 상당히 유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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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인쇄소 직원이 '짜깁기'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분명 용역보고서엔 인쇄소 대표의 이름이 기재돼 있었는데, 이 보고서를 쓴 게 대표가 아니라는 설명이 돌아왔습니다. 당시 근무했던 직원이 썼고, 그 직원은 지금 퇴사를 해 연결해 줄 수 없다는 겁니다. 보고서 내용 역시 여기저기 있는 논문 내용을 짜깁기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용역 수행자는 물론 내용도 문제투성이인 겁니다.
이규희 의원 측은 11일 용역비 500만 원을 국회 사무처에 반납했습니다.
"주제나 용역 수행자 검증 과정 전혀 없어"
왜 이런 일들이 생긴 걸까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국회의원실에서 500만 원 이하 연구용역 수행자를 정해 지급 신청서를 내면, 주제나 내용의 적절성에 대한 국회 사무처의 검증 과정이 전혀 없다"면서, "서류만 갖추면 되는 방식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하 위원장은 특히 "용역수행자 가운데 프리랜서, 대학생까지 포함돼 있는 경우도 있다"면서,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데 용역 수행자에 대한 검증도 전혀 없는 것이 굉장히 심각한 허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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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를 돌아보고 내년에 구성되는 21대 국회의 미래를 그려보는 기획 보도. 10일과 11일 보도에 이어 국회의원 세비 지출을 점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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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감시 프로젝트K]② “편집만 해도 500만 원?” 돈 나와라, 뚝딱!
입법과 정책을 위해 의원들 연구용역 하라고 만든 제도, 바로 국회의원 용역 보고서입니다. 정보공개청구와 열람을 통해 확보한 20대 국회 800여 건의 연구용역 내역을 봤더니, 실제론 수상하거나 다소 황당한 보고서도 눈에 띄었습니다. 꼼수와 편법은 없는지 조금 더 들여다봤습니다.
안규백 의원, '60쪽 번역'…6개월에 용역비 500만 원 지출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주당 안규백 의원, 2017년 소규모 연구용역 한 건을 의뢰합니다. 영문으로 된 군 인권 관련 보고서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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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적 없다"… 8분 뒤 "번역한 것 맞다"
누가 한 걸까요? 프리랜서 번역가인 20대 남성 김 모 씨였습니다. 번역했는지 물었는데 "그런 적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지역구 사무실에서 당원, 선거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면서 "그 당시엔 그 업무를 하지 않았다. 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재차 확인을 요청했더니 오히려 언제, 뭘 했는지 되물었습니다.
8분 뒤.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엔 말이 달라졌습니다. "아르바이트로 번역을 많이 했다. 5백만 원을 받고, 안규백 의원실 번역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태국 국제학교를 나왔고, 미국에서 전문대를 다니다 들어왔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불과 2년여 전 6개월이나 공을 들여 한 번역 보고서의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내용을 물었더니 "파일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 보고서의 제목인 OSCE가 뭐냐고 물었더니 "시간이 오래돼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했습니다.
번역업체 견적은 "전문 번역사 번역에 96만 원, 11일 소요"
전문 번역업체에 이 정도 난이도와 분량이면 얼마나 비용이 드는지 물어봤습니다. '금액 96만 원(부가세 포함 시 106만 원), 소요기간 11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캐나다에서 중·고·대학교를 졸업한 뒤 국내의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번역사가 번역한다고도 했습니다.
안규백 의원실은 거듭 김 씨가 번역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안 의원의 선거사무원으로 일했는데, 그 뒤 연구용역을 맡았다는 겁니다.
그런데 김 씨는 이 연구용역 직후부터 지역구 사무실에서 후원회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의원실에 '제 식구 챙기기' 아니냐, 왜 500만 원이나 주면서 6개월 넘는 시간을 줬느냐고 물었더니 "이 연구논문을 번역만 한 게 아니라 다른 자료들도 공부시켜가면서 한 것"이라면서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안규백 "문제없어"…다른 사람이 번역했나?
안규백 의원은 "시급에 맞게 6개월 동안 그 친구한테 의뢰한 것"이라면서 "한 달에 80만 원씩 계산해서 6개월 동안 480만 원, 약 5백만 원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혀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KBS가 받은 견적 결과를 전했더니, "군사 옴부즈만 제도가 우리 군 장병들의 인권과 복지에 관한 것인데, 스위스에 본부가 있다." "스위스하고 그 내용을 계속 교신했다"고 말했습니다.
안 의원이 말한 스위스에 본부가 있다는 곳은 DCAF, 민주적 군 통제센터입니다. 여기 근무하는 한국인 연구원과 접촉해 봤습니다. 연구용역 보고서의 부분 감수를 맡은 인물인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규백 의원실의 OOO 비서관님이 개인적으로 번역을 좀 하셨다고 이야기를 들은 게 있어요. 그게 아마 OSCE 관련된 건인데, 그 비서관님이 직접 하신 거로 알고 있어요. (그 번역을 어떤 학생이 한 거로 돼 있는데요?) 아 그래요? 저한테 한 번 봐달라고 요청을 하셨는데, 전반적으로만 이런 부분 고쳤으면 좋겠다 그 정도로만 참여했어요... 근데 OOO 비서관이 하신 건 제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요. 직접 확인을 해 보시는 게..."
김종석 의원 연구용역…연구소의 명의도용?
한국당 김종석 의원, 2018년 <경제민주화 기업 정책의 쟁점과 과제>라는 연구용역을 500만 원에 맡깁니다. 경제위기관리연구소가 용역을 맡았는데, 소장이 나성린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입니다.
보고서에는 연구책임자 나성린, 연구원 신OO로 기재돼 있습니다. 그런데 OO 경제연구원 소속이라고 돼 있는 이 신 모 씨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해당 경제연구원엔 동일인이 없었고, 3년 전 비슷한 이름의 인물이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사실만 확인했습니다. 이름 한 글자가 잘못 적혀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홍길동'이란 이름을 '홍길도'로 적어 놓은 식입니다.
"제가 연구원으로 돼 있다고요? 보고서 써준 적 없어요."
신 연구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놀라운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연구원으로 돼 있다고요? 그러니까 제가 저자로 돼 있는 건가요? 나성린 전 의원님 연구단체 모임이 있어서 거기서 발표를 한 적은 있어요. 2014년인데. 그분은 제가 그냥 OO 연구원에 있는 줄 알고 아무 생각 없이 옛날 소속으로 쓰셨나 본데. 2018년에 제가 보고서를 써준 적은 전혀 없어요."
한 마디로 이 보고서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고, 써준 적도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나성린 전 의원 "세미나 한 적 있어…연구비 반납하겠다"
어떻게 된 걸까? 경제위기관리연구소를 찾아가 봤지만, 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해외 장기 출장 중인 나 전 의원은 "신 연구원이 우리 연구소에서 세미나를 한 기록이 있다"면서 "다른 보고서를 합해서 제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래와 같은 입장을 KBS에 전해왔습니다.
"국회의원실 연구과제 요청을 받으면 객원 연구원들에게 연구 리포트를 요청하고, 내부세미나를 한 후, 연구소 차원에서 취합 재정리하고, 연구소 의견을 첨부해 제출합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연구자의 견해가 많이 반영될 수 있으나, 연구보고서가 아카데믹 연구가 아니고 의원 개인에게 비공개로 보고하는 정책연구라, 표절 시비에 연루될지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연구비를 반납하고 또 이런 관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약속드리며, 새로운 의원 정책연구제도가 정착되는 방안 수립에 기여하겠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용역을 의뢰한 김종석 의원은 "국감 자료로 쓰기 위해 용역을 의뢰했는데, 이런 배경으로 만들었는지는 몰랐다. 상당히 유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규희 "도시 디자인 연구" 용역… 지역구 거래 인쇄소에 의뢰
민주당 이규희 의원이 의뢰한 연구용역. 지난해 500만 원에 맡긴 <아름답고 품격있는 도시 디자인을 위한 연구>입니다. 목차는 ▲ 한국 석조 건축 ▲ 담장 허물기 ▲ 도시공원 순으로 돼 있었습니다. 이 연구, 어느 전문가가 했을까 살펴봤더니 'OO 종합인쇄기획'이라는 한 인쇄업체가 한 거로 기재돼 있습니다.
검색해 보니, 이 업체는 이 의원 지역구에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 의원의 정책자료집을 직접 인쇄한 업체이기도 합니다. 인쇄 비용을 주고받는 거래 관계라는 뜻입니다. 지난 9일 직접 인쇄소를 찾아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선거할 때 도와줬느냐고 하니 "왔다 갔다는 했다"면서, 이 의원 관련 인쇄물도 발간하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조금 했다"는 말이 돌아옵니다. 에둘러 말했지만, 인쇄도 해줬고 선거도 도왔다는 얘깁니다.
보고서는 인쇄소 직원이 '짜깁기'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분명 용역보고서엔 인쇄소 대표의 이름이 기재돼 있었는데, 이 보고서를 쓴 게 대표가 아니라는 설명이 돌아왔습니다. 당시 근무했던 직원이 썼고, 그 직원은 지금 퇴사를 해 연결해 줄 수 없다는 겁니다. 보고서 내용 역시 여기저기 있는 논문 내용을 짜깁기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용역 수행자는 물론 내용도 문제투성이인 겁니다.
이규희 의원 측은 11일 용역비 500만 원을 국회 사무처에 반납했습니다.
"주제나 용역 수행자 검증 과정 전혀 없어"
왜 이런 일들이 생긴 걸까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국회의원실에서 500만 원 이하 연구용역 수행자를 정해 지급 신청서를 내면, 주제나 내용의 적절성에 대한 국회 사무처의 검증 과정이 전혀 없다"면서, "서류만 갖추면 되는 방식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하 위원장은 특히 "용역수행자 가운데 프리랜서, 대학생까지 포함돼 있는 경우도 있다"면서,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데 용역 수행자에 대한 검증도 전혀 없는 것이 굉장히 심각한 허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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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기자 andrea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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