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짜고 나를 셋업”…“인천 총기범, ‘소외감’에 범행”

입력 2025.07.2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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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저녁,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총성 3발이 울렸습니다.

총을 쏜 사람은 60대 남성. 2발은 자기 아들을, 나머지 1발은 문을 향해 발사했습니다.

남성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아들과 며느리, 손주 2명, 그리고 외국인 가정교사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남성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했습니다. 자신의 생일파티에, 며느리와 손주까지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왜 그랬을까요?

'가정불화'라고만 답하고 입을 다물었던 남성. 경찰에서 밝힌 그의 진술이 공개됐습니다.

■ 경찰에 "자기들끼리 짜고 나를 셋업했다"고 진술…"반성은 없어"

인천경찰청은 오늘(29일) 오후 기자 브리핑을 열었습니다. 조사를 마치고 남성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날입니다.

60대 남성은 가족들이 자신을 소외시켰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피의자 스스로 점차 외톨이라는 고립감에, 자존감을 상실한 채 심리적으로 위축돼 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피의자는 1998년 본인의 성범죄 전과로 인해 피해자인 아들의 어머니, 즉 자신의 전 부인과 이혼했음에도 2015년까지 정상적인 가족 관계를 이어왔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피해자를 배려해 이혼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세 식구가 함께 지내왔던 건데, 피해자가 결혼하며 전 부인이 집을 나가자 가족들이 본인을 소외시켰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겁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정확히는 '자기들끼리 짜고 나를 셋업했다'고 진술했다"며 "'셋업'은 '함정에 빠뜨렸다'는 뜻인데, 피의자가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사실과 달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는 2015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내왔고, 가족들은 피의자에게 생활비와 대학원 등록금, 통신비, 생일축하금, 아파트 공과금, 수리비 등을 지원해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피해자인 아들이 경제적 지원을 끊으면서 범행이 계획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피의자가 범행을 계획한 지난해 8월 이후에도 가족들은 경제적 지원을 이어왔습니다.

특히 2년 전 피의자의 회갑 잔치에는 피해자의 어머니도 참석해 큰 파티를 열 만큼, 가족들은 피의자와 외견상 갈등이 없었다고 경찰은 덧붙였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말하는 건 전부 '(가족이) 본인을 그렇게 만들었다'와 같은 다른 가족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들"이라며 "본인의 사정과 현실을 다르게 인식하면서 착각이 누적돼 망상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피의자가 아들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거나 반성을 하진 않는지 묻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습니다.

■ 살인미수 혐의도 적용…"아들 아닌 며느리와 손주들까지 살해 시도"

경찰은 피의자에게 살인·살인미수·현주건조물방화예비·총포화약법을 적용해 내일(30일) 오전 검찰에 구속 송치할 예정입니다.

피의자는 아들만 죽이려고 했다며 살인미수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피의자가 현장에 있던 다른 가족과 가정교사까지 살해하려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피의자는 아들을 살해한 뒤, 방으로 도망친 며느리와 아이들을 쫓아갔습니다.

"너희들 다 이리 와라, 조용히 해라"라며 위협했고, 이 과정에서 총알을 재장전했습니다.

총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온 가정교사가 도망치는 것을 추격하기도 했습니다.

가정교사를 향해서는 실제로 총을 쏘기도 했지만, 한 발은 도어락을 맞아 미수에 그쳤고 한 발은 불발됐습니다.

피의자는 이와 관련해 "몸을 돌리다가 실수로 총을 쏜 것이지, 가정교사를 향해 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피의자가 총열을 여러 개 준비한 점과 피해자를 살해하고도 피해자 가족과 가정교사를 쫓은 점, 그 과정에서 총을 실제로 쏘거나 재장전한 점 등을 고려해 신고를 못 하게 할 목적으로 살해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특공대 지연 투입·상황관리관 현장 지연 도착·뒤늦은 위치 조회…"감찰 결과 존중할 것"

사건 당시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경찰은 당시 총기를 든 피의자가 현장에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거듭 해명했습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신고 내용만으로는 피의자가 집 안에 있는 것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며 "피의자가 안에 있다고 보고, 특공대 진입 전 구조가 동일한 앞집을 섭외해 내부 구조물을 확인하며 작전을 수립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지난 20일 밤 9시 31분쯤 신고를 접수했고, 70여 분이 지난 뒤 피의자의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밤 10시 16분쯤 현장에 도착한 경찰 특공대는 밤 10시 43분쯤 내부에 진입했으나 피의자는 이미 달아난 뒤였습니다.

인천경찰청은 당시 일선 경찰관들을 지휘해야 할 연수경찰서 상황관리관이 현장에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상황관리관이 현장에 나가 있는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사회적 이목을 끌 수 있는 사건이나 강력 사건이 발생한 경우 상황관리관은 초동대응팀과 함께 현장에 출동해 지휘관 역할을 수행하다가 주무과장이 도착하면 지휘권을 이양해야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이런 지침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오후 10시 29분에 상황관리관이 상황실에 있는 것으로 보고 현장에 출동하도록 했다"며 "현재 (본청이) 관련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피의자 위치추적 지령이 신고 접수 98분 만에야 내려졌다는 지적에는 "위치조회는 법에 의해 긴급 구조를 요하는 부분에 있어 실종노인과 실종아동, 조난자 등 한정적인 대상에게 적용된다"며 "이번 건과 관련해 피의자는 위치조회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피의자가 현장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고 피해자 측과 접촉한 뒤 자살 우려가 있다고 해서 신속하게 위치조회를 요청했던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초동 대처의 적절성 여부를 묻는 말에는 "평가는 현장에서 파악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본청에서 감찰이 진행 중인 만큼 섣불리 언급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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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들이 짜고 나를 셋업”…“인천 총기범, ‘소외감’에 범행”
    • 입력 2025-07-29 18: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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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저녁,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총성 3발이 울렸습니다.

총을 쏜 사람은 60대 남성. 2발은 자기 아들을, 나머지 1발은 문을 향해 발사했습니다.

남성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아들과 며느리, 손주 2명, 그리고 외국인 가정교사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남성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했습니다. 자신의 생일파티에, 며느리와 손주까지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왜 그랬을까요?

'가정불화'라고만 답하고 입을 다물었던 남성. 경찰에서 밝힌 그의 진술이 공개됐습니다.

■ 경찰에 "자기들끼리 짜고 나를 셋업했다"고 진술…"반성은 없어"

인천경찰청은 오늘(29일) 오후 기자 브리핑을 열었습니다. 조사를 마치고 남성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날입니다.

60대 남성은 가족들이 자신을 소외시켰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피의자 스스로 점차 외톨이라는 고립감에, 자존감을 상실한 채 심리적으로 위축돼 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피의자는 1998년 본인의 성범죄 전과로 인해 피해자인 아들의 어머니, 즉 자신의 전 부인과 이혼했음에도 2015년까지 정상적인 가족 관계를 이어왔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피해자를 배려해 이혼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세 식구가 함께 지내왔던 건데, 피해자가 결혼하며 전 부인이 집을 나가자 가족들이 본인을 소외시켰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겁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정확히는 '자기들끼리 짜고 나를 셋업했다'고 진술했다"며 "'셋업'은 '함정에 빠뜨렸다'는 뜻인데, 피의자가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사실과 달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는 2015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내왔고, 가족들은 피의자에게 생활비와 대학원 등록금, 통신비, 생일축하금, 아파트 공과금, 수리비 등을 지원해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피해자인 아들이 경제적 지원을 끊으면서 범행이 계획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피의자가 범행을 계획한 지난해 8월 이후에도 가족들은 경제적 지원을 이어왔습니다.

특히 2년 전 피의자의 회갑 잔치에는 피해자의 어머니도 참석해 큰 파티를 열 만큼, 가족들은 피의자와 외견상 갈등이 없었다고 경찰은 덧붙였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말하는 건 전부 '(가족이) 본인을 그렇게 만들었다'와 같은 다른 가족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들"이라며 "본인의 사정과 현실을 다르게 인식하면서 착각이 누적돼 망상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피의자가 아들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거나 반성을 하진 않는지 묻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습니다.

■ 살인미수 혐의도 적용…"아들 아닌 며느리와 손주들까지 살해 시도"

경찰은 피의자에게 살인·살인미수·현주건조물방화예비·총포화약법을 적용해 내일(30일) 오전 검찰에 구속 송치할 예정입니다.

피의자는 아들만 죽이려고 했다며 살인미수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피의자가 현장에 있던 다른 가족과 가정교사까지 살해하려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피의자는 아들을 살해한 뒤, 방으로 도망친 며느리와 아이들을 쫓아갔습니다.

"너희들 다 이리 와라, 조용히 해라"라며 위협했고, 이 과정에서 총알을 재장전했습니다.

총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온 가정교사가 도망치는 것을 추격하기도 했습니다.

가정교사를 향해서는 실제로 총을 쏘기도 했지만, 한 발은 도어락을 맞아 미수에 그쳤고 한 발은 불발됐습니다.

피의자는 이와 관련해 "몸을 돌리다가 실수로 총을 쏜 것이지, 가정교사를 향해 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피의자가 총열을 여러 개 준비한 점과 피해자를 살해하고도 피해자 가족과 가정교사를 쫓은 점, 그 과정에서 총을 실제로 쏘거나 재장전한 점 등을 고려해 신고를 못 하게 할 목적으로 살해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특공대 지연 투입·상황관리관 현장 지연 도착·뒤늦은 위치 조회…"감찰 결과 존중할 것"

사건 당시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경찰은 당시 총기를 든 피의자가 현장에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거듭 해명했습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신고 내용만으로는 피의자가 집 안에 있는 것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며 "피의자가 안에 있다고 보고, 특공대 진입 전 구조가 동일한 앞집을 섭외해 내부 구조물을 확인하며 작전을 수립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지난 20일 밤 9시 31분쯤 신고를 접수했고, 70여 분이 지난 뒤 피의자의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밤 10시 16분쯤 현장에 도착한 경찰 특공대는 밤 10시 43분쯤 내부에 진입했으나 피의자는 이미 달아난 뒤였습니다.

인천경찰청은 당시 일선 경찰관들을 지휘해야 할 연수경찰서 상황관리관이 현장에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상황관리관이 현장에 나가 있는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사회적 이목을 끌 수 있는 사건이나 강력 사건이 발생한 경우 상황관리관은 초동대응팀과 함께 현장에 출동해 지휘관 역할을 수행하다가 주무과장이 도착하면 지휘권을 이양해야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이런 지침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오후 10시 29분에 상황관리관이 상황실에 있는 것으로 보고 현장에 출동하도록 했다"며 "현재 (본청이) 관련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피의자 위치추적 지령이 신고 접수 98분 만에야 내려졌다는 지적에는 "위치조회는 법에 의해 긴급 구조를 요하는 부분에 있어 실종노인과 실종아동, 조난자 등 한정적인 대상에게 적용된다"며 "이번 건과 관련해 피의자는 위치조회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피의자가 현장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고 피해자 측과 접촉한 뒤 자살 우려가 있다고 해서 신속하게 위치조회를 요청했던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초동 대처의 적절성 여부를 묻는 말에는 "평가는 현장에서 파악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본청에서 감찰이 진행 중인 만큼 섣불리 언급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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