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랑논에서 부르던 ‘상복골 농요’…사라질까 걱정

입력 2025.05.19 (19:20) 수정 2025.05.19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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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원도 내 유·무형 유산을 찾아가는 '강원유산지도' 순섭니다.

농촌에선 지금 모내기가 한창입니다.

예전부터 농부들은 입 모아 농요를 부르며 농사의 고단함을 잊었는데요.

지금, 농요가 멸실 위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설악산 자락 농부의 애환이 담긴 양양 '상복골농요'를 영상으로 기록합니다.

김문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설악산 기슭에 자리잡은 양양 상복골.

물 댄 논을 향해 흥겨운 농악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농부들은 저마다 장구로, 징으로 장단을 맞추며 한바탕 흥을 돋웁니다.

["얼쑤!"]

흥이 오르면 이제, 본격적인 모내기 시작입니다.

["너도 한춤 나도 한춤 여기도."]

모 판 위, 한 모숨씩 모를 뽑을 때는, 노래도 '모찌는 소리'로 넘어갑니다.

["줄 넘겨."]

노랫말에 맞춰 나란히 줄 맞춰 모를 심고. 허리 펴 고개들고 한 숨 돌릴 때 듣게 되는 '모심는 소리'.

["아무리 깊어도."]

입을 모아 한바탕 노래를 부르면 어느덧 고된 모심기도 마무리 됩니다.

어렵던 시절, 농부를 위로하고 일의 능률을 높여준 양양 상복골 농욥니다.

[조광복/양양상복골농요 전승보유자/83세 : "여태까지 온 게 어른들이 받고 받고 이래서 나한테까지 왔습니다. 신이 나서 저 사람들을 신이 나게 돋아줘야만 내가 부르는게 (보람있고.)"]

산 골짜기에 있는 상복골, 들은 좁고, 다랑논은 가파릅니다.

일일이 사람이 작업을 해야합니다.

농요는 이런 지역색에 꼭 맞는 짜임새를 자랑합니다.

일의 순서에 따라 장단은 느려졌다 빨라지고, 작업 순서는 세세히 노랫말에 담겼습니다.

논삶고 모찐뒤, 김매고 벼베는 소리까지 있습니다.

신세 한탄과 구성진 위로, 웃음을 주는 해학도 곳곳에 가득합니다.

양양상복골농요는 효친사상을 미덕으로 고향의 소리를 전수하려는 의지가 커 2013년 강원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안광혁/양양상복골농요보존회장 : "모심는 소리를 하면서 서로 애환을 달래는 거지. 그러니까 배가 고파 굶주리면서도…. 잊혀져 가는게 너무 아깝고, 이게 우리 세대만 지나면 완전 사라지잖아요."]

하지만 빨라지는 농경의 위축에 인구 감소까지.

이제는 농요를 불러줄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김경남/강원도 무형유산위원장 : "농촌의 인구 감소로 인해서 이러한 소리들이 멸실 위기에 처해있거든요. 멸실 위기에서 구하고자 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어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농요 속 동강소리는 나이 든 부모의 명줄을 바람에 날아가는 연줄에 빗댄 구절입니다.

이제는 농요가 사라질까, 걱정하며 부르는 노랫말이 됐습니다.

["연줄가네 연줄가네. (그게어디 연줄이냐) 우리부모 명줄일세."]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촬영기자:최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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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랑논에서 부르던 ‘상복골 농요’…사라질까 걱정
    • 입력 2025-05-19 19:20:23
    • 수정2025-05-19 20:46:18
    뉴스7(춘천)
[앵커]

강원도 내 유·무형 유산을 찾아가는 '강원유산지도' 순섭니다.

농촌에선 지금 모내기가 한창입니다.

예전부터 농부들은 입 모아 농요를 부르며 농사의 고단함을 잊었는데요.

지금, 농요가 멸실 위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설악산 자락 농부의 애환이 담긴 양양 '상복골농요'를 영상으로 기록합니다.

김문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설악산 기슭에 자리잡은 양양 상복골.

물 댄 논을 향해 흥겨운 농악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농부들은 저마다 장구로, 징으로 장단을 맞추며 한바탕 흥을 돋웁니다.

["얼쑤!"]

흥이 오르면 이제, 본격적인 모내기 시작입니다.

["너도 한춤 나도 한춤 여기도."]

모 판 위, 한 모숨씩 모를 뽑을 때는, 노래도 '모찌는 소리'로 넘어갑니다.

["줄 넘겨."]

노랫말에 맞춰 나란히 줄 맞춰 모를 심고. 허리 펴 고개들고 한 숨 돌릴 때 듣게 되는 '모심는 소리'.

["아무리 깊어도."]

입을 모아 한바탕 노래를 부르면 어느덧 고된 모심기도 마무리 됩니다.

어렵던 시절, 농부를 위로하고 일의 능률을 높여준 양양 상복골 농욥니다.

[조광복/양양상복골농요 전승보유자/83세 : "여태까지 온 게 어른들이 받고 받고 이래서 나한테까지 왔습니다. 신이 나서 저 사람들을 신이 나게 돋아줘야만 내가 부르는게 (보람있고.)"]

산 골짜기에 있는 상복골, 들은 좁고, 다랑논은 가파릅니다.

일일이 사람이 작업을 해야합니다.

농요는 이런 지역색에 꼭 맞는 짜임새를 자랑합니다.

일의 순서에 따라 장단은 느려졌다 빨라지고, 작업 순서는 세세히 노랫말에 담겼습니다.

논삶고 모찐뒤, 김매고 벼베는 소리까지 있습니다.

신세 한탄과 구성진 위로, 웃음을 주는 해학도 곳곳에 가득합니다.

양양상복골농요는 효친사상을 미덕으로 고향의 소리를 전수하려는 의지가 커 2013년 강원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안광혁/양양상복골농요보존회장 : "모심는 소리를 하면서 서로 애환을 달래는 거지. 그러니까 배가 고파 굶주리면서도…. 잊혀져 가는게 너무 아깝고, 이게 우리 세대만 지나면 완전 사라지잖아요."]

하지만 빨라지는 농경의 위축에 인구 감소까지.

이제는 농요를 불러줄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김경남/강원도 무형유산위원장 : "농촌의 인구 감소로 인해서 이러한 소리들이 멸실 위기에 처해있거든요. 멸실 위기에서 구하고자 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어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농요 속 동강소리는 나이 든 부모의 명줄을 바람에 날아가는 연줄에 빗댄 구절입니다.

이제는 농요가 사라질까, 걱정하며 부르는 노랫말이 됐습니다.

["연줄가네 연줄가네. (그게어디 연줄이냐) 우리부모 명줄일세."]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촬영기자:최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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