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반발 부른 ‘반도체 주 52시간 예외’…3일 해법 나오나?

입력 2025.01.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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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설 연휴 이후 돌아오는 첫 월요일(2월 3일),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좌장으로 한 정책 토론회를 엽니다.

토론회 주제는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반도체특별법안'(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의 근로시간 특례 조항입니다.

해당 조항은 반도체 연구개발(R&D) 노동자 중 근로소득 수준과 업무수행 방법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당사자 간에 서면합의하면, 근로기준법에도 불구하고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 연장ㆍ야간 및 휴일 근로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입니다.

쉽게 말하면 근로기준법이 정한 '주 최대 52시간 근로'에서 일부 고소득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는 예외로 둘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해외 반도체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연구개발 노동자가 주 52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반도체 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것입니다. 법안 부칙은 이 조항이 2035년까지 한시적으로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합니다.

민주당은 이같은 근로시간 특례 도입에 찬성·반대하는 측이 각각 4명씩 토론회에 참석할 거라고 공지했는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노사 관계자들이 직접 토론을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4일 당 홈페이지에 공지한 ‘정책 디베이트’ 홍보물 일부 (사진 출처: 민주당 홈페이지 갈무리)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4일 당 홈페이지에 공지한 ‘정책 디베이트’ 홍보물 일부 (사진 출처: 민주당 홈페이지 갈무리)

■ 민주당, '주 52시간 적용 제외' 수용 신호탄?…노동계 "군불때기냐" 우려

그런데 왜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발의한 법안을 두고 대표까지 직접 나서 토론회를 여는 걸까요? 노동계가 이번 토론회 개최에 우려를 표한 이유입니다.

민주당이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반도체 연구개발직 '주 52시간 적용 제외' 조항에 대한 입장을 기존 '반대'에서 '찬성'으로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9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연 뒤, 정부·여당이 주장해 온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하고 기존 당론을 뒤집은 적이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특별법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제 기본적인 입장은 실용적으로 판단하자는 것"이라며 "제가 (토론회를) 주재해서 쌍방(노사)의 얘기를 한 번 들어보고 거기서 판단해서 신속하게 처리할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다음 달 3일 정책 토론회가 '주 52시간 적용 제외' 논쟁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양대노총은 "장시간 노동을 철폐하고 주 4일제를 추진하겠다던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가 직접 좌장을 맡아 반도체특별법 디베이트(토론회)를 여는 등 부화뇌동하며 군불을 때고 있다"면서, 토론회 당일 국회 앞에서 반도체특별법 논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입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는 경영 실패 때문이지 연구개발직의 근로시간 탓이 아니며, '주 최대 52시간 근로'를 무력화하려는 반도체특별법안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는 게 노동계 입장입니다.

지난 16일 국회 앞에서 금속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시민단체 반올림,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이 ‘반도체산업 주 52시간 적용 제외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제공: 금속노조)지난 16일 국회 앞에서 금속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시민단체 반올림,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이 ‘반도체산업 주 52시간 적용 제외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제공: 금속노조)

■ 삼성전자 연구개발직, 지난해 23만시간 이상 특별연장근로 승인

사실 반도체특별법이 따로 없더라도,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들은 이미 합법적으로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3조 4항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를 받아 주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가 가능하다"고 규정합니다. 이른바 '특별연장근로' 제도인데요.

고용노동부 장관이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하는 사유는 총 5가지가 있는데, 여기엔 "장관이 국가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연구개발"도 포함돼 있습니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 규정을 활용해 자사 반도체 연구개발직에 대한 특별연장근로를 여러 차례 시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아 오늘(30일) 공개한 국내 반도체 기업 특별연장근로 승인 내역을 보면,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10월 말까지 신청한 3개월짜리 특별연장근로 15건을 모두 승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연구개발 노동자 총 1,658명(중복 인원 포함)이 승인된 기간 동안 주 52시간을 넘어 주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 계산하면 지난해 총 23만 8,752시간의 특별연장근로가 승인된 겁니다. 이번 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지난해 11~12월 승인 내역이 더 있다면, 수치는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삼성전자 연구개발 노동자의 특별연장근로는 2023년 처음 승인을 받았는데, 이때는 총 1,358명(중복 인원 포함)에 대해 각각 주 64시간의 연장근로가 일정 기간 승인됐습니다.

국내 반도체 기업 가운데 2024년 10월까지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해 승인을 받은 곳은 삼성전자와 LX세미콘 두 곳뿐이었습니다.

이용우 의원실은 보도자료에서 "중복 인원을 고려하더라도 삼성의 연구개발 노동자들은 약 2년 동안 43만 4,304시간의 연장근무를 한 셈"이라며 "반면 SK하이닉스는 지금까지 한 번도 특별연장근로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용우 의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황을 비교해보더라도 반도체 기업의 위기는 근로시간과 무관하다"며 "특별연장근로에 따른 삼성전자 연구개발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을 고려하면, 주 52시간 예외가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오히려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반도체 업계는 특별연장근로 제도는 인가 기간 등 여러 제한 때문에 활용도가 떨어진다며, '주 52시간 적용 제외' 조항을 포함한 반도체특별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사간 입장차가 큰 만큼, 다음 주 민주당 주최 토론회에서 절충된 합의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반도체특별법안이 어떤 내용으로 본회의를 통과할지는, 민주당의 정책 토론회를 거쳐 2월 안에 결론 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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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계 반발 부른 ‘반도체 주 52시간 예외’…3일 해법 나오나?
    • 입력 2025-01-30 11:00:45
    경제

길었던 설 연휴 이후 돌아오는 첫 월요일(2월 3일),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좌장으로 한 정책 토론회를 엽니다.

토론회 주제는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반도체특별법안'(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의 근로시간 특례 조항입니다.

해당 조항은 반도체 연구개발(R&D) 노동자 중 근로소득 수준과 업무수행 방법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당사자 간에 서면합의하면, 근로기준법에도 불구하고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 연장ㆍ야간 및 휴일 근로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입니다.

쉽게 말하면 근로기준법이 정한 '주 최대 52시간 근로'에서 일부 고소득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는 예외로 둘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해외 반도체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연구개발 노동자가 주 52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반도체 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것입니다. 법안 부칙은 이 조항이 2035년까지 한시적으로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합니다.

민주당은 이같은 근로시간 특례 도입에 찬성·반대하는 측이 각각 4명씩 토론회에 참석할 거라고 공지했는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노사 관계자들이 직접 토론을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4일 당 홈페이지에 공지한 ‘정책 디베이트’ 홍보물 일부 (사진 출처: 민주당 홈페이지 갈무리)
■ 민주당, '주 52시간 적용 제외' 수용 신호탄?…노동계 "군불때기냐" 우려

그런데 왜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발의한 법안을 두고 대표까지 직접 나서 토론회를 여는 걸까요? 노동계가 이번 토론회 개최에 우려를 표한 이유입니다.

민주당이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반도체 연구개발직 '주 52시간 적용 제외' 조항에 대한 입장을 기존 '반대'에서 '찬성'으로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9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연 뒤, 정부·여당이 주장해 온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하고 기존 당론을 뒤집은 적이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특별법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제 기본적인 입장은 실용적으로 판단하자는 것"이라며 "제가 (토론회를) 주재해서 쌍방(노사)의 얘기를 한 번 들어보고 거기서 판단해서 신속하게 처리할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다음 달 3일 정책 토론회가 '주 52시간 적용 제외' 논쟁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양대노총은 "장시간 노동을 철폐하고 주 4일제를 추진하겠다던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가 직접 좌장을 맡아 반도체특별법 디베이트(토론회)를 여는 등 부화뇌동하며 군불을 때고 있다"면서, 토론회 당일 국회 앞에서 반도체특별법 논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입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는 경영 실패 때문이지 연구개발직의 근로시간 탓이 아니며, '주 최대 52시간 근로'를 무력화하려는 반도체특별법안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는 게 노동계 입장입니다.

지난 16일 국회 앞에서 금속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시민단체 반올림,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이 ‘반도체산업 주 52시간 적용 제외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제공: 금속노조)
■ 삼성전자 연구개발직, 지난해 23만시간 이상 특별연장근로 승인

사실 반도체특별법이 따로 없더라도,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들은 이미 합법적으로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3조 4항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를 받아 주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가 가능하다"고 규정합니다. 이른바 '특별연장근로' 제도인데요.

고용노동부 장관이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하는 사유는 총 5가지가 있는데, 여기엔 "장관이 국가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연구개발"도 포함돼 있습니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 규정을 활용해 자사 반도체 연구개발직에 대한 특별연장근로를 여러 차례 시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아 오늘(30일) 공개한 국내 반도체 기업 특별연장근로 승인 내역을 보면,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10월 말까지 신청한 3개월짜리 특별연장근로 15건을 모두 승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연구개발 노동자 총 1,658명(중복 인원 포함)이 승인된 기간 동안 주 52시간을 넘어 주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 계산하면 지난해 총 23만 8,752시간의 특별연장근로가 승인된 겁니다. 이번 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지난해 11~12월 승인 내역이 더 있다면, 수치는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삼성전자 연구개발 노동자의 특별연장근로는 2023년 처음 승인을 받았는데, 이때는 총 1,358명(중복 인원 포함)에 대해 각각 주 64시간의 연장근로가 일정 기간 승인됐습니다.

국내 반도체 기업 가운데 2024년 10월까지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해 승인을 받은 곳은 삼성전자와 LX세미콘 두 곳뿐이었습니다.

이용우 의원실은 보도자료에서 "중복 인원을 고려하더라도 삼성의 연구개발 노동자들은 약 2년 동안 43만 4,304시간의 연장근무를 한 셈"이라며 "반면 SK하이닉스는 지금까지 한 번도 특별연장근로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용우 의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황을 비교해보더라도 반도체 기업의 위기는 근로시간과 무관하다"며 "특별연장근로에 따른 삼성전자 연구개발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을 고려하면, 주 52시간 예외가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오히려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반도체 업계는 특별연장근로 제도는 인가 기간 등 여러 제한 때문에 활용도가 떨어진다며, '주 52시간 적용 제외' 조항을 포함한 반도체특별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사간 입장차가 큰 만큼, 다음 주 민주당 주최 토론회에서 절충된 합의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반도체특별법안이 어떤 내용으로 본회의를 통과할지는, 민주당의 정책 토론회를 거쳐 2월 안에 결론 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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