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장도 가맹점 시대?…15곳서 범죄 수익 470억 원

경찰에 적발된 ‘불법 도박장’ 현장. (자료제공 : 부산경찰청)

전국에 가맹점 형태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며 수백억 원을 챙긴 '범죄 집단'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이 파악한 도박 규모는 천억 원으로 이를 통해 챙긴 범죄 수익은 470억 원이나 됩니다.

■ '홀덤펍' 가장한 도박장 15곳 운영…"중독자 만들어"

도박장을 운영한 50대 총책은 가맹점과 도박 참가자 모집책을 두고 '가맹 사업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술을 마시면서 카드 게임을 할 수 있는, 이른바 '홀덤펍'으로 위장했지만, 실제는 도박장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문을 연 불법 도박장은 부산 8곳을 비롯해 경남 6곳, 제주 1곳 등 모두 15곳입니다.

일당은 가맹점주를 모집해 환전과 운영 방식 등을 알려주고, 대신 '비밀 유지계약서'를 받았습니다. 또, 주기적으로 회의를 열며 범행을 공모해 왔습니다. 총책을 비롯해 가맹점주까지 도박장 운영진은 125명에 달합니다.

이들은 '오픈채팅방'으로 도박에 참가할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여 도박을 하다 경찰에 붙잡힌 도박 참가자는 590명입니다.

도박은 단순했지만, 중독성이 강한 방식이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3만 원부터 9만 원까지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도박에 손을 댈 수 있도록 만들어 '진입장벽'을 낮췄던 겁니다. 이어 토너먼트 형식으로 승자에게 다음 대회 참가권을 주며 참가자들을 현혹했습니다.

복잡하지 않은 탓에 도박 한 판이 끝난 뒤 새로운 판이 시작되는 '회전율'도 높았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일당은 더 많은 범죄 수익금을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도박장 운영 ‘범죄 집단’은 가맹점주를 모집해 조직적으로 운영됐습니다. (자료 제공 : 부산경찰청)

■ 단속 피하려 애플리케이션 통해 '포인트' 거래

경찰은 이번 사건을 수사하며 불법 도박장은 물론 이들이 만든 애플리케이션 서버 관리업체도 압수수색 했습니다.

이들은 도박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거래할 수 있도록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도박에 사용한 '칩'을 바로 현금으로 환전해 주지 않고, 애플리케이션을 거치도록 했습니다. 칩을 애플리케이션에서 '포인트'로 바꾼 후 이 포인트를 '현금'으로 환전해 준 겁니다.

수사 기관에 적발됐을 경우 단순한 '포인트' 거래로 위장하려 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3년간 이어졌고, 전체 1,000억 원 규모로 운영된 도박장을 통해 479억 원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국내에서의 범죄 성과를 바탕으로 이들은 필리핀 한 지역을 사전 답사하고,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등 해외 진출까지 노렸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불법 도박장 운영 일당은 125명. 도박 참가자들도 590명이나 됩니다. (자료 제공 : 부산경찰청)

■ '카지노 유사 행위 금지' 위반 혐의 첫 적용

경찰은 이들에 대해 '도박 장소 개설죄'보다 강한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개정된 관광진흥법상 '카지노 유사 행위 금지' 혐의까지 적용했습니다.

형법에 규정된 도박장소개설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개정된 '관광진흥법'에는 카지노 유사 행위를 했을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또 가맹점을 모으고 주기적으로 회를 하는 등 이들이 '지휘 통솔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범죄 집단조직죄'도 적용했습니다.

각종 사행성 도박이 서민 생활 곳곳까지 파고드는 가운데, 경찰은 단속을 강화하고 범죄 수익금을 최대한 추적해 추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