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토지주 앞세운 50억 분양사기…‘피해 구제도 어려워“
입력 2024.11.18 (23:05)
수정 2024.11.18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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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과 수도권에서 50억 원 규모 분양 사기를 벌인 혐의로 한 시행사 대표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시행사 대표는 명의만 토지주인 이른바 바지 사장을 내세워 계약을 맺고, 돈만 받아 챙긴 뒤 부도를 냈습니다.
내 집 마련을 꿈꿔왔던 피해자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등에서 벌어진 분양사기 사건 단독 취재한 최혜림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최 기자, 분양 사기의 구조부터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처음 시작은 이렇습니다.
피해자들은 '계약금 1억 5천만 원을 내면 빌라 한 채씩 선분양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계약을 결심했습니다.
땅 주인과 분양 계약을 맺고 계좌에 직접 입금도 했습니다.
[김병호/빌라 분양 사기 피해자 : "출·퇴근하기 편한 지역에 내 집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쪽에 빌라를 계약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빌라를 짓는다던 시행사, 2년 넘게 터파기조차 진행하지 않았고, 결국엔 부도가 났다며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뒤늦게 피해자들이 땅 주인에게 연락해 보니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시행사 대표 홍 모 씨가 지인의 명의를 빌려 땅주인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분양 사업을 했던 겁니다.
[앵커]
계약을 맺은 게 명의만 빌려준 토지주인, 이른바 '바지 사장'이란 건데, 그럼 이 사람들은 왜 이런 일에 이름을 올린 겁니까?
[기자]
대가가 당연히 있었습니다.
홍 씨는 바지 사장들에게 2천500만 원씩 주고 인감과 통장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들에게서 '절대 재산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 '인감을 발행하는 데 협조한다'는 내용의 이행 각서까지 받았습니다.
이런 바지 사장들은 최소 7명인데요.
홍 씨는 이들 명의로 수십억 원 규모의 토지 담보 대출도 받았습니다.
[B 씨/토지 명의 대여자/음성변조 : "부동산 가서 계약서를 썼다 하더라고. 자기들끼리 썼대. 그러면서 내 도장만 하나 챙겨서 가서 했나 봐."]
바지 사장들의 통장으로 들어온 분양 계약금도 홍 씨가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분양 계약서나 대출 계약서 어디에도 홍 씨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결국 바지 사장들은 홍 씨가 피해자들과 은행의 의심을 피해 돈을 챙길 수 있는 가림막이었던 셈입니다.
[앵커]
이 분양 사기로 인한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되는 겁니까?
[기자]
제가 취재해 보니 빌라 분양 사업지 한 곳당 수분양자는 10명가량이고, 보통 1인당 1억 5천만 원 정도 계약금과 중도금을 낸 거로 보입니다.
경찰은 홍 씨가 이런 방식으로 서울과 경기 등 모두 5곳에서 분양 사기를 벌인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확인된 피해 금액만 50억 원에 달합니다.
[앵커]
자, 그러면 분양사기 사건은 이미 벌어졌고, 피해자들은 구제받을 방법이 없습니까?
[기자]
방법은 있는데 구제 받기 쉽지도 않고, 금액 역시 턱없이 적습니다.
제가 바지 사장들을 만나보니 홍 씨가 낸 대출금을 빚으로 떠안아, 피해금을 갚을 상황이 못됐습니다.
들어보시죠.
[B 씨/토지 명의 대여자/음성변조 : "내 이름으로 해서 대출 신청까지 해놓고 빚이 있는 게 합해 놓으니까 8억이에요. (독촉장이) 일주일에 10개 기본이죠."]
결국 피해자들은 제도적 틀 안에서 구제를 받아야 하는데요.
공인중개사의 고의나 실수로 인한 손해를 지원해 주는 '부동산 공제' 제도가 있지만, 문제는 금액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부동산 공제 금액은 2억 원에서 4억 원 정도인데, 이를 피해자들이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인데요.
빌라 분양 사기 한 건에 피해자가 10명이 넘을 경우 나눠 받으면 1인당 천여만 원 정도 돌려받게 되는 겁니다.
[앵커]
경찰 수사는 어디까지 진행된 겁니까?
[기자]
경찰은 홍 씨를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또 바지 사장들과 공인중개사를 포함한 공범들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홍 씨는 앞서 지난 9월 서울 성북구에서 벌인 또 다른 분양 사기 혐의로도 이미 검찰에 송치된 상태인데요.
동대문구 분양 사기 피해자들은 홍 씨의 구속 수사를 요청하며 매주 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분양 사기,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겁니까?
[기자]
결국은 계약을 맺는 개개인이 각별히 주의하는 게 최선입니다.
분양 계약을 하는 사람들은 공인중개사들이 위임장을 보여주더라도, 토지주와 건축주를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고요.
분양 계약 전 건축 허가가 난 상태인지, 해당 계약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따져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작정하고 속이려 들면 걸러내기가 어렵겠죠.
그래서 전문가들은 부동산 사기에 대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네 최 기자 잘 들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50억 원 규모 분양 사기를 벌인 혐의로 한 시행사 대표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시행사 대표는 명의만 토지주인 이른바 바지 사장을 내세워 계약을 맺고, 돈만 받아 챙긴 뒤 부도를 냈습니다.
내 집 마련을 꿈꿔왔던 피해자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등에서 벌어진 분양사기 사건 단독 취재한 최혜림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최 기자, 분양 사기의 구조부터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처음 시작은 이렇습니다.
피해자들은 '계약금 1억 5천만 원을 내면 빌라 한 채씩 선분양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계약을 결심했습니다.
땅 주인과 분양 계약을 맺고 계좌에 직접 입금도 했습니다.
[김병호/빌라 분양 사기 피해자 : "출·퇴근하기 편한 지역에 내 집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쪽에 빌라를 계약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빌라를 짓는다던 시행사, 2년 넘게 터파기조차 진행하지 않았고, 결국엔 부도가 났다며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뒤늦게 피해자들이 땅 주인에게 연락해 보니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시행사 대표 홍 모 씨가 지인의 명의를 빌려 땅주인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분양 사업을 했던 겁니다.
[앵커]
계약을 맺은 게 명의만 빌려준 토지주인, 이른바 '바지 사장'이란 건데, 그럼 이 사람들은 왜 이런 일에 이름을 올린 겁니까?
[기자]
대가가 당연히 있었습니다.
홍 씨는 바지 사장들에게 2천500만 원씩 주고 인감과 통장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들에게서 '절대 재산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 '인감을 발행하는 데 협조한다'는 내용의 이행 각서까지 받았습니다.
이런 바지 사장들은 최소 7명인데요.
홍 씨는 이들 명의로 수십억 원 규모의 토지 담보 대출도 받았습니다.
[B 씨/토지 명의 대여자/음성변조 : "부동산 가서 계약서를 썼다 하더라고. 자기들끼리 썼대. 그러면서 내 도장만 하나 챙겨서 가서 했나 봐."]
바지 사장들의 통장으로 들어온 분양 계약금도 홍 씨가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분양 계약서나 대출 계약서 어디에도 홍 씨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결국 바지 사장들은 홍 씨가 피해자들과 은행의 의심을 피해 돈을 챙길 수 있는 가림막이었던 셈입니다.
[앵커]
이 분양 사기로 인한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되는 겁니까?
[기자]
제가 취재해 보니 빌라 분양 사업지 한 곳당 수분양자는 10명가량이고, 보통 1인당 1억 5천만 원 정도 계약금과 중도금을 낸 거로 보입니다.
경찰은 홍 씨가 이런 방식으로 서울과 경기 등 모두 5곳에서 분양 사기를 벌인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확인된 피해 금액만 50억 원에 달합니다.
[앵커]
자, 그러면 분양사기 사건은 이미 벌어졌고, 피해자들은 구제받을 방법이 없습니까?
[기자]
방법은 있는데 구제 받기 쉽지도 않고, 금액 역시 턱없이 적습니다.
제가 바지 사장들을 만나보니 홍 씨가 낸 대출금을 빚으로 떠안아, 피해금을 갚을 상황이 못됐습니다.
들어보시죠.
[B 씨/토지 명의 대여자/음성변조 : "내 이름으로 해서 대출 신청까지 해놓고 빚이 있는 게 합해 놓으니까 8억이에요. (독촉장이) 일주일에 10개 기본이죠."]
결국 피해자들은 제도적 틀 안에서 구제를 받아야 하는데요.
공인중개사의 고의나 실수로 인한 손해를 지원해 주는 '부동산 공제' 제도가 있지만, 문제는 금액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부동산 공제 금액은 2억 원에서 4억 원 정도인데, 이를 피해자들이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인데요.
빌라 분양 사기 한 건에 피해자가 10명이 넘을 경우 나눠 받으면 1인당 천여만 원 정도 돌려받게 되는 겁니다.
[앵커]
경찰 수사는 어디까지 진행된 겁니까?
[기자]
경찰은 홍 씨를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또 바지 사장들과 공인중개사를 포함한 공범들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홍 씨는 앞서 지난 9월 서울 성북구에서 벌인 또 다른 분양 사기 혐의로도 이미 검찰에 송치된 상태인데요.
동대문구 분양 사기 피해자들은 홍 씨의 구속 수사를 요청하며 매주 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분양 사기,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겁니까?
[기자]
결국은 계약을 맺는 개개인이 각별히 주의하는 게 최선입니다.
분양 계약을 하는 사람들은 공인중개사들이 위임장을 보여주더라도, 토지주와 건축주를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고요.
분양 계약 전 건축 허가가 난 상태인지, 해당 계약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따져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작정하고 속이려 들면 걸러내기가 어렵겠죠.
그래서 전문가들은 부동산 사기에 대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네 최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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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1-18 23:05:07
- 수정2024-11-18 23: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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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수도권에서 50억 원 규모 분양 사기를 벌인 혐의로 한 시행사 대표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시행사 대표는 명의만 토지주인 이른바 바지 사장을 내세워 계약을 맺고, 돈만 받아 챙긴 뒤 부도를 냈습니다.
내 집 마련을 꿈꿔왔던 피해자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등에서 벌어진 분양사기 사건 단독 취재한 최혜림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최 기자, 분양 사기의 구조부터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처음 시작은 이렇습니다.
피해자들은 '계약금 1억 5천만 원을 내면 빌라 한 채씩 선분양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계약을 결심했습니다.
땅 주인과 분양 계약을 맺고 계좌에 직접 입금도 했습니다.
[김병호/빌라 분양 사기 피해자 : "출·퇴근하기 편한 지역에 내 집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쪽에 빌라를 계약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빌라를 짓는다던 시행사, 2년 넘게 터파기조차 진행하지 않았고, 결국엔 부도가 났다며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뒤늦게 피해자들이 땅 주인에게 연락해 보니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시행사 대표 홍 모 씨가 지인의 명의를 빌려 땅주인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분양 사업을 했던 겁니다.
[앵커]
계약을 맺은 게 명의만 빌려준 토지주인, 이른바 '바지 사장'이란 건데, 그럼 이 사람들은 왜 이런 일에 이름을 올린 겁니까?
[기자]
대가가 당연히 있었습니다.
홍 씨는 바지 사장들에게 2천500만 원씩 주고 인감과 통장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들에게서 '절대 재산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 '인감을 발행하는 데 협조한다'는 내용의 이행 각서까지 받았습니다.
이런 바지 사장들은 최소 7명인데요.
홍 씨는 이들 명의로 수십억 원 규모의 토지 담보 대출도 받았습니다.
[B 씨/토지 명의 대여자/음성변조 : "부동산 가서 계약서를 썼다 하더라고. 자기들끼리 썼대. 그러면서 내 도장만 하나 챙겨서 가서 했나 봐."]
바지 사장들의 통장으로 들어온 분양 계약금도 홍 씨가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분양 계약서나 대출 계약서 어디에도 홍 씨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결국 바지 사장들은 홍 씨가 피해자들과 은행의 의심을 피해 돈을 챙길 수 있는 가림막이었던 셈입니다.
[앵커]
이 분양 사기로 인한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되는 겁니까?
[기자]
제가 취재해 보니 빌라 분양 사업지 한 곳당 수분양자는 10명가량이고, 보통 1인당 1억 5천만 원 정도 계약금과 중도금을 낸 거로 보입니다.
경찰은 홍 씨가 이런 방식으로 서울과 경기 등 모두 5곳에서 분양 사기를 벌인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확인된 피해 금액만 50억 원에 달합니다.
[앵커]
자, 그러면 분양사기 사건은 이미 벌어졌고, 피해자들은 구제받을 방법이 없습니까?
[기자]
방법은 있는데 구제 받기 쉽지도 않고, 금액 역시 턱없이 적습니다.
제가 바지 사장들을 만나보니 홍 씨가 낸 대출금을 빚으로 떠안아, 피해금을 갚을 상황이 못됐습니다.
들어보시죠.
[B 씨/토지 명의 대여자/음성변조 : "내 이름으로 해서 대출 신청까지 해놓고 빚이 있는 게 합해 놓으니까 8억이에요. (독촉장이) 일주일에 10개 기본이죠."]
결국 피해자들은 제도적 틀 안에서 구제를 받아야 하는데요.
공인중개사의 고의나 실수로 인한 손해를 지원해 주는 '부동산 공제' 제도가 있지만, 문제는 금액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부동산 공제 금액은 2억 원에서 4억 원 정도인데, 이를 피해자들이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인데요.
빌라 분양 사기 한 건에 피해자가 10명이 넘을 경우 나눠 받으면 1인당 천여만 원 정도 돌려받게 되는 겁니다.
[앵커]
경찰 수사는 어디까지 진행된 겁니까?
[기자]
경찰은 홍 씨를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또 바지 사장들과 공인중개사를 포함한 공범들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홍 씨는 앞서 지난 9월 서울 성북구에서 벌인 또 다른 분양 사기 혐의로도 이미 검찰에 송치된 상태인데요.
동대문구 분양 사기 피해자들은 홍 씨의 구속 수사를 요청하며 매주 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분양 사기,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겁니까?
[기자]
결국은 계약을 맺는 개개인이 각별히 주의하는 게 최선입니다.
분양 계약을 하는 사람들은 공인중개사들이 위임장을 보여주더라도, 토지주와 건축주를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고요.
분양 계약 전 건축 허가가 난 상태인지, 해당 계약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따져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작정하고 속이려 들면 걸러내기가 어렵겠죠.
그래서 전문가들은 부동산 사기에 대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네 최 기자 잘 들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50억 원 규모 분양 사기를 벌인 혐의로 한 시행사 대표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시행사 대표는 명의만 토지주인 이른바 바지 사장을 내세워 계약을 맺고, 돈만 받아 챙긴 뒤 부도를 냈습니다.
내 집 마련을 꿈꿔왔던 피해자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등에서 벌어진 분양사기 사건 단독 취재한 최혜림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최 기자, 분양 사기의 구조부터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처음 시작은 이렇습니다.
피해자들은 '계약금 1억 5천만 원을 내면 빌라 한 채씩 선분양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계약을 결심했습니다.
땅 주인과 분양 계약을 맺고 계좌에 직접 입금도 했습니다.
[김병호/빌라 분양 사기 피해자 : "출·퇴근하기 편한 지역에 내 집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쪽에 빌라를 계약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빌라를 짓는다던 시행사, 2년 넘게 터파기조차 진행하지 않았고, 결국엔 부도가 났다며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뒤늦게 피해자들이 땅 주인에게 연락해 보니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시행사 대표 홍 모 씨가 지인의 명의를 빌려 땅주인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분양 사업을 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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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을 맺은 게 명의만 빌려준 토지주인, 이른바 '바지 사장'이란 건데, 그럼 이 사람들은 왜 이런 일에 이름을 올린 겁니까?
[기자]
대가가 당연히 있었습니다.
홍 씨는 바지 사장들에게 2천500만 원씩 주고 인감과 통장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들에게서 '절대 재산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 '인감을 발행하는 데 협조한다'는 내용의 이행 각서까지 받았습니다.
이런 바지 사장들은 최소 7명인데요.
홍 씨는 이들 명의로 수십억 원 규모의 토지 담보 대출도 받았습니다.
[B 씨/토지 명의 대여자/음성변조 : "부동산 가서 계약서를 썼다 하더라고. 자기들끼리 썼대. 그러면서 내 도장만 하나 챙겨서 가서 했나 봐."]
바지 사장들의 통장으로 들어온 분양 계약금도 홍 씨가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분양 계약서나 대출 계약서 어디에도 홍 씨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결국 바지 사장들은 홍 씨가 피해자들과 은행의 의심을 피해 돈을 챙길 수 있는 가림막이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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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양 사기로 인한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되는 겁니까?
[기자]
제가 취재해 보니 빌라 분양 사업지 한 곳당 수분양자는 10명가량이고, 보통 1인당 1억 5천만 원 정도 계약금과 중도금을 낸 거로 보입니다.
경찰은 홍 씨가 이런 방식으로 서울과 경기 등 모두 5곳에서 분양 사기를 벌인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확인된 피해 금액만 50억 원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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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면 분양사기 사건은 이미 벌어졌고, 피해자들은 구제받을 방법이 없습니까?
[기자]
방법은 있는데 구제 받기 쉽지도 않고, 금액 역시 턱없이 적습니다.
제가 바지 사장들을 만나보니 홍 씨가 낸 대출금을 빚으로 떠안아, 피해금을 갚을 상황이 못됐습니다.
들어보시죠.
[B 씨/토지 명의 대여자/음성변조 : "내 이름으로 해서 대출 신청까지 해놓고 빚이 있는 게 합해 놓으니까 8억이에요. (독촉장이) 일주일에 10개 기본이죠."]
결국 피해자들은 제도적 틀 안에서 구제를 받아야 하는데요.
공인중개사의 고의나 실수로 인한 손해를 지원해 주는 '부동산 공제' 제도가 있지만, 문제는 금액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부동산 공제 금액은 2억 원에서 4억 원 정도인데, 이를 피해자들이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인데요.
빌라 분양 사기 한 건에 피해자가 10명이 넘을 경우 나눠 받으면 1인당 천여만 원 정도 돌려받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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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는 어디까지 진행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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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바지 사장들과 공인중개사를 포함한 공범들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홍 씨는 앞서 지난 9월 서울 성북구에서 벌인 또 다른 분양 사기 혐의로도 이미 검찰에 송치된 상태인데요.
동대문구 분양 사기 피해자들은 홍 씨의 구속 수사를 요청하며 매주 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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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계약을 하는 사람들은 공인중개사들이 위임장을 보여주더라도, 토지주와 건축주를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고요.
분양 계약 전 건축 허가가 난 상태인지, 해당 계약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따져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작정하고 속이려 들면 걸러내기가 어렵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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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림 기자 gaegu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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