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2단계 : 주변인 분리…72시간 ‘셀프 감금’ 사례도

입력 2023.03.23 (06:27) 수정 2023.03.2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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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피해자를 1차적으로 속이는 데 성공했다'는 결론을 내리면,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제 피해자를 사회와 완전히 고립시키려 합니다.

아예 숙박업소 등으로 몰아넣고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완전히 '단절' 시킨 뒤, 교묘하게 돈을 뜯어내는 신종 수법이 활개를 치고 있었습니다.

KBS가 입수한 내용, 계속해서 최혜림 기자의 보도로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호텔 앞에서 경찰에 붙잡힙니다.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입니다.

그에게 돈을 건넨 피해자는, 피싱 조직이 시키는 대로 이틀간 이 호텔에 머물면서 2천7백만 원을 넘겨줬습니다.

피해자를 일단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물리적으로 '고립'시키는 건, KBS가 입수한 피싱 시나리오의 새로운 핵심 수법이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현재 통화 받는 위치가 어떻게 되세요?', '자차로 이동하시고 없으면 외부로 이동하고 말씀하세요.', '집안일 때문에 조퇴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제일 좋겠죠?'"]

이런 급박한 주문이 전달됩니다.

[금융감독원 제공 : "녹취 중에 주위 잡음이 너무 많이 섞인다거나 제3자의 목소리가 섞인다거나 대화를 하실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법정에서는 본인 육성만이 증거자료 용도예요. 조용한 공간 (숙소)에서 이 전화를 받으실 거예요."]

지난달, '검사'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20대 원 모 씨도 이 함정에 그대로 빠졌습니다.

심각한 범죄에 연루됐으니, 회사에 휴가를 내고 당분간 숙박업소에 머물란 지시였습니다.

주변에 알리면 문제가 생긴다며, 24시간 보이스톡으로 감시했습니다.

[원○○/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서 제 자취방이나 이런 다른 곳에 있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일단은 자기가 찍어준 호텔로 가서 택시로 이동을 해라..."]

그렇게 해서 호텔에 머무는 3박 4일 동안 피싱범들은 교묘한 구실로 원 씨의 돈 7천9백만 원을 갈취했습니다.

'범죄수익'부터 우선 환수해야 한다며, 가지고 있던 예금을 털고 대출까지 내도록 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괜히 불법대출자금 때문에 선생님께서 구속수사로 전환될 수 있으시니까 이 점 꼭 인지 부탁드립니다.', '근처에 숙박 시설 있으면 그쪽으로 이동하시고, 추가적으로 진술 먼저 받을 거고요.'"]

혹시라도 피해자가 의심을 하거나 '고립'에 응하지 않을까 봐, 피싱범들은 계속해서 강도를 높여가며 '겁'을 줍니다.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검사 사칭 피싱범/지난해 10월 : "대답! (넵) 대답!!! (넵) 내가 '넵' 그딴 식으로 하지 말랬지. 검사가 한가한 줄 알아요?"]

협조하지 않으면 '죄'가 추가될 수 있단 말에서 '압박'은 정점에 이릅니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아직 잡히지 않은 공범들이 사건 내용을 보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해외로 도주를 하거나 자금 은닉을 할 수 있겠죠. 그러면 저희 검찰에서는 남은 범죄자들 검거하기가 힘들겠죠? 사건 관련 유포 시에는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기동/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 : "대한민국에서 수사받았던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이렇게 검찰청에서 움직이는가보다 경찰에서 움직이는가보다, 경험이 없었던 사람들은 이렇게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죠."]

과거 보이스피싱은 주로 사회 생활을 하지 않는 노인들을 겨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지능 범죄로 진화했습니다.

[전직 피싱 콜센터 직원/음성변조 : "개인정보를 다 알고 있어서 그분들 신용 조회를 하거든요. (시나리오가) 신용등급에 따라서 달라지거나, 연령대나 그리고 여성 남성도 달라지고 그렇습니다."]

[원○○/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윽박지르고 화내고 협박하는 부분에서 흔들린 것 같아요. 이걸 잘 못하게 되면 진짜로 신상에도 문제가 되고 지금 잘 다니고 있는 회사도 못 다니게 되는 건가 이런 불안감이 들면서 일단 하라는 대로 해야겠다 생각부터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노경일 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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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3 06:27:50
    • 수정2023-03-23 08: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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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피해자를 1차적으로 속이는 데 성공했다'는 결론을 내리면,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제 피해자를 사회와 완전히 고립시키려 합니다.

아예 숙박업소 등으로 몰아넣고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완전히 '단절' 시킨 뒤, 교묘하게 돈을 뜯어내는 신종 수법이 활개를 치고 있었습니다.

KBS가 입수한 내용, 계속해서 최혜림 기자의 보도로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호텔 앞에서 경찰에 붙잡힙니다.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입니다.

그에게 돈을 건넨 피해자는, 피싱 조직이 시키는 대로 이틀간 이 호텔에 머물면서 2천7백만 원을 넘겨줬습니다.

피해자를 일단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물리적으로 '고립'시키는 건, KBS가 입수한 피싱 시나리오의 새로운 핵심 수법이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현재 통화 받는 위치가 어떻게 되세요?', '자차로 이동하시고 없으면 외부로 이동하고 말씀하세요.', '집안일 때문에 조퇴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제일 좋겠죠?'"]

이런 급박한 주문이 전달됩니다.

[금융감독원 제공 : "녹취 중에 주위 잡음이 너무 많이 섞인다거나 제3자의 목소리가 섞인다거나 대화를 하실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법정에서는 본인 육성만이 증거자료 용도예요. 조용한 공간 (숙소)에서 이 전화를 받으실 거예요."]

지난달, '검사'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20대 원 모 씨도 이 함정에 그대로 빠졌습니다.

심각한 범죄에 연루됐으니, 회사에 휴가를 내고 당분간 숙박업소에 머물란 지시였습니다.

주변에 알리면 문제가 생긴다며, 24시간 보이스톡으로 감시했습니다.

[원○○/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서 제 자취방이나 이런 다른 곳에 있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일단은 자기가 찍어준 호텔로 가서 택시로 이동을 해라..."]

그렇게 해서 호텔에 머무는 3박 4일 동안 피싱범들은 교묘한 구실로 원 씨의 돈 7천9백만 원을 갈취했습니다.

'범죄수익'부터 우선 환수해야 한다며, 가지고 있던 예금을 털고 대출까지 내도록 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괜히 불법대출자금 때문에 선생님께서 구속수사로 전환될 수 있으시니까 이 점 꼭 인지 부탁드립니다.', '근처에 숙박 시설 있으면 그쪽으로 이동하시고, 추가적으로 진술 먼저 받을 거고요.'"]

혹시라도 피해자가 의심을 하거나 '고립'에 응하지 않을까 봐, 피싱범들은 계속해서 강도를 높여가며 '겁'을 줍니다.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검사 사칭 피싱범/지난해 10월 : "대답! (넵) 대답!!! (넵) 내가 '넵' 그딴 식으로 하지 말랬지. 검사가 한가한 줄 알아요?"]

협조하지 않으면 '죄'가 추가될 수 있단 말에서 '압박'은 정점에 이릅니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아직 잡히지 않은 공범들이 사건 내용을 보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해외로 도주를 하거나 자금 은닉을 할 수 있겠죠. 그러면 저희 검찰에서는 남은 범죄자들 검거하기가 힘들겠죠? 사건 관련 유포 시에는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기동/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 : "대한민국에서 수사받았던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이렇게 검찰청에서 움직이는가보다 경찰에서 움직이는가보다, 경험이 없었던 사람들은 이렇게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죠."]

과거 보이스피싱은 주로 사회 생활을 하지 않는 노인들을 겨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지능 범죄로 진화했습니다.

[전직 피싱 콜센터 직원/음성변조 : "개인정보를 다 알고 있어서 그분들 신용 조회를 하거든요. (시나리오가) 신용등급에 따라서 달라지거나, 연령대나 그리고 여성 남성도 달라지고 그렇습니다."]

[원○○/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윽박지르고 화내고 협박하는 부분에서 흔들린 것 같아요. 이걸 잘 못하게 되면 진짜로 신상에도 문제가 되고 지금 잘 다니고 있는 회사도 못 다니게 되는 건가 이런 불안감이 들면서 일단 하라는 대로 해야겠다 생각부터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노경일 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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