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형제복지원의 기록…피해는 진행형
입력 2020.04.27 (21:46)
수정 2020.04.27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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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86년 겨울, 경남 울주군에 꿩 사냥을 나갔던 검사는 이상한 장면을 보게 됩니다.
“여러 명이 노역을 하고 몽둥이든 남자들이 감시하고 있고 사나운 개 몇 마리가 주위를 지키고 있었다”
이상했습니다.
군인도 재소자도 아닌 사람들은 왜 일을 하고 있을까.
몽둥이와 사나운 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부랑아 선도라는 명목으로 시민을 가둔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이랬습니다.
숨진 사람만 513명.
사건은 유야무야 덮였고, 생존자 한종선 씨는 처음 형제복지원에 끌려간 아홉 살 그 순간에서 평생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검찰로부터 30년이 지나 뒤늦은 사과를 받았지만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은 여전히 미뤄지고 있죠.
다 끝나면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그에게 누군가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형제복지원이 있었던 부산만 피하고 싶다고 했다죠.
아홉 살 아이에게 너무나 가혹했던 그 기억들은 부산시가 내놓은 보고서 안에 또렷이 담겨 있었습니다.
정민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1981년, 10살 초등학생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곳은 부산의 형제복지원.
길에서 놀던 중 경찰관이 불러 따라갔을 뿐인데, 그를 기다렸던 건 무자비한 폭행이었습니다.
[김대우/형제복지원 피해자 : "너무 많이 맞아가지고... 생각하면 이가 갈립니다."]
시설에서 나온 후에도 또 끌려가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던 도중 극단적 선택도 시도했다는 김 씨, 지금도 몸 곳곳에 그 상흔이 남아있습니다.
[김대우/형제복지원 피해자 : "공부도 남들보다 잘했어요. 잘하는 애를 이유도 없이 3번이나 잡아가니까 내 인생이 송두리째 뺏긴 거에요."]
비단 김 씨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부산시가 동아대학교에 의뢰해 만든 이번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피해자 149명의 목소리가 담겼습니다.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진 뒤 30여 년 만에야 나온 행정기관의 사실상 첫 보고서입니다.
시설 내에서 사망자를 보거나 직접 들은 경우는 83%가 넘었고, 3.4%는 직접 사체 처리에 참여했다고 밝히는 등 당시의 지옥 같은 상황을 증언합니다.
조사를 진행한 연구진은 우리 사회의 책임을 강조합니다.
[남찬섭/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중앙정부가 노력해서 그분들의 의료지원, 정서지원, 심리치료, 일상생활 지원 이런 걸 해주는 사회적 지지망을 만들어줘야겠다는..."]
국가적 차원에서 진상 조사에 나서기 위한 관련 법안은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여서 이대로 간다면 제20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자동 폐기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KBS 뉴스 정민규입니다.
1986년 겨울, 경남 울주군에 꿩 사냥을 나갔던 검사는 이상한 장면을 보게 됩니다.
“여러 명이 노역을 하고 몽둥이든 남자들이 감시하고 있고 사나운 개 몇 마리가 주위를 지키고 있었다”
이상했습니다.
군인도 재소자도 아닌 사람들은 왜 일을 하고 있을까.
몽둥이와 사나운 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부랑아 선도라는 명목으로 시민을 가둔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이랬습니다.
숨진 사람만 513명.
사건은 유야무야 덮였고, 생존자 한종선 씨는 처음 형제복지원에 끌려간 아홉 살 그 순간에서 평생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검찰로부터 30년이 지나 뒤늦은 사과를 받았지만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은 여전히 미뤄지고 있죠.
다 끝나면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그에게 누군가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형제복지원이 있었던 부산만 피하고 싶다고 했다죠.
아홉 살 아이에게 너무나 가혹했던 그 기억들은 부산시가 내놓은 보고서 안에 또렷이 담겨 있었습니다.
정민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1981년, 10살 초등학생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곳은 부산의 형제복지원.
길에서 놀던 중 경찰관이 불러 따라갔을 뿐인데, 그를 기다렸던 건 무자비한 폭행이었습니다.
[김대우/형제복지원 피해자 : "너무 많이 맞아가지고... 생각하면 이가 갈립니다."]
시설에서 나온 후에도 또 끌려가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던 도중 극단적 선택도 시도했다는 김 씨, 지금도 몸 곳곳에 그 상흔이 남아있습니다.
[김대우/형제복지원 피해자 : "공부도 남들보다 잘했어요. 잘하는 애를 이유도 없이 3번이나 잡아가니까 내 인생이 송두리째 뺏긴 거에요."]
비단 김 씨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부산시가 동아대학교에 의뢰해 만든 이번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피해자 149명의 목소리가 담겼습니다.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진 뒤 30여 년 만에야 나온 행정기관의 사실상 첫 보고서입니다.
시설 내에서 사망자를 보거나 직접 들은 경우는 83%가 넘었고, 3.4%는 직접 사체 처리에 참여했다고 밝히는 등 당시의 지옥 같은 상황을 증언합니다.
조사를 진행한 연구진은 우리 사회의 책임을 강조합니다.
[남찬섭/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중앙정부가 노력해서 그분들의 의료지원, 정서지원, 심리치료, 일상생활 지원 이런 걸 해주는 사회적 지지망을 만들어줘야겠다는..."]
국가적 차원에서 진상 조사에 나서기 위한 관련 법안은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여서 이대로 간다면 제20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자동 폐기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KBS 뉴스 정민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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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4-27 21:49:28
- 수정2020-04-27 22:06:53
[앵커]
1986년 겨울, 경남 울주군에 꿩 사냥을 나갔던 검사는 이상한 장면을 보게 됩니다.
“여러 명이 노역을 하고 몽둥이든 남자들이 감시하고 있고 사나운 개 몇 마리가 주위를 지키고 있었다”
이상했습니다.
군인도 재소자도 아닌 사람들은 왜 일을 하고 있을까.
몽둥이와 사나운 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부랑아 선도라는 명목으로 시민을 가둔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이랬습니다.
숨진 사람만 513명.
사건은 유야무야 덮였고, 생존자 한종선 씨는 처음 형제복지원에 끌려간 아홉 살 그 순간에서 평생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검찰로부터 30년이 지나 뒤늦은 사과를 받았지만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은 여전히 미뤄지고 있죠.
다 끝나면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그에게 누군가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형제복지원이 있었던 부산만 피하고 싶다고 했다죠.
아홉 살 아이에게 너무나 가혹했던 그 기억들은 부산시가 내놓은 보고서 안에 또렷이 담겨 있었습니다.
정민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1981년, 10살 초등학생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곳은 부산의 형제복지원.
길에서 놀던 중 경찰관이 불러 따라갔을 뿐인데, 그를 기다렸던 건 무자비한 폭행이었습니다.
[김대우/형제복지원 피해자 : "너무 많이 맞아가지고... 생각하면 이가 갈립니다."]
시설에서 나온 후에도 또 끌려가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던 도중 극단적 선택도 시도했다는 김 씨, 지금도 몸 곳곳에 그 상흔이 남아있습니다.
[김대우/형제복지원 피해자 : "공부도 남들보다 잘했어요. 잘하는 애를 이유도 없이 3번이나 잡아가니까 내 인생이 송두리째 뺏긴 거에요."]
비단 김 씨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부산시가 동아대학교에 의뢰해 만든 이번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피해자 149명의 목소리가 담겼습니다.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진 뒤 30여 년 만에야 나온 행정기관의 사실상 첫 보고서입니다.
시설 내에서 사망자를 보거나 직접 들은 경우는 83%가 넘었고, 3.4%는 직접 사체 처리에 참여했다고 밝히는 등 당시의 지옥 같은 상황을 증언합니다.
조사를 진행한 연구진은 우리 사회의 책임을 강조합니다.
[남찬섭/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중앙정부가 노력해서 그분들의 의료지원, 정서지원, 심리치료, 일상생활 지원 이런 걸 해주는 사회적 지지망을 만들어줘야겠다는..."]
국가적 차원에서 진상 조사에 나서기 위한 관련 법안은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여서 이대로 간다면 제20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자동 폐기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KBS 뉴스 정민규입니다.
1986년 겨울, 경남 울주군에 꿩 사냥을 나갔던 검사는 이상한 장면을 보게 됩니다.
“여러 명이 노역을 하고 몽둥이든 남자들이 감시하고 있고 사나운 개 몇 마리가 주위를 지키고 있었다”
이상했습니다.
군인도 재소자도 아닌 사람들은 왜 일을 하고 있을까.
몽둥이와 사나운 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부랑아 선도라는 명목으로 시민을 가둔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이랬습니다.
숨진 사람만 513명.
사건은 유야무야 덮였고, 생존자 한종선 씨는 처음 형제복지원에 끌려간 아홉 살 그 순간에서 평생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검찰로부터 30년이 지나 뒤늦은 사과를 받았지만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은 여전히 미뤄지고 있죠.
다 끝나면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그에게 누군가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형제복지원이 있었던 부산만 피하고 싶다고 했다죠.
아홉 살 아이에게 너무나 가혹했던 그 기억들은 부산시가 내놓은 보고서 안에 또렷이 담겨 있었습니다.
정민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1981년, 10살 초등학생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곳은 부산의 형제복지원.
길에서 놀던 중 경찰관이 불러 따라갔을 뿐인데, 그를 기다렸던 건 무자비한 폭행이었습니다.
[김대우/형제복지원 피해자 : "너무 많이 맞아가지고... 생각하면 이가 갈립니다."]
시설에서 나온 후에도 또 끌려가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던 도중 극단적 선택도 시도했다는 김 씨, 지금도 몸 곳곳에 그 상흔이 남아있습니다.
[김대우/형제복지원 피해자 : "공부도 남들보다 잘했어요. 잘하는 애를 이유도 없이 3번이나 잡아가니까 내 인생이 송두리째 뺏긴 거에요."]
비단 김 씨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부산시가 동아대학교에 의뢰해 만든 이번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피해자 149명의 목소리가 담겼습니다.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진 뒤 30여 년 만에야 나온 행정기관의 사실상 첫 보고서입니다.
시설 내에서 사망자를 보거나 직접 들은 경우는 83%가 넘었고, 3.4%는 직접 사체 처리에 참여했다고 밝히는 등 당시의 지옥 같은 상황을 증언합니다.
조사를 진행한 연구진은 우리 사회의 책임을 강조합니다.
[남찬섭/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중앙정부가 노력해서 그분들의 의료지원, 정서지원, 심리치료, 일상생활 지원 이런 걸 해주는 사회적 지지망을 만들어줘야겠다는..."]
국가적 차원에서 진상 조사에 나서기 위한 관련 법안은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여서 이대로 간다면 제20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자동 폐기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KBS 뉴스 정민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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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규 기자 h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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