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참사 막으려면…“탈출 시설 자동화 등 보강 절실”

입력 2024.08.13 (21:14)

수정 2024.08.13 (22:06)

[앵커]

안전사고는 선제적으로 대비하지 않으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는 오늘(13일)부터 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춘 '안전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란 심층 기획 보도를 이어갑니다.

그 첫 순서로, 앞서 보셨던 화성 화재처럼 대규모 작업장이나 공장의 화재 피해를 막기 위해 필요한 시설과 실전 훈련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박영민 기잡니다.

[리포트]

불과 42초 만에 연기로 가득 찬 리튬전지 공장.

작업장 바깥 복도에 대피 통로 두 곳이 있었지만, 화재로 출입구가 막히면서 작업자 23명이 현장에 갇혀 숨졌습니다.

[조선호/소방재난본부장/지난 6월 : "대피를 이쪽(비상계단)으로 했으면 지금 생각으로는 인명피해가 많이 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 반도체 부품 제조공장은 최근 정부 지원을 받아 작업장 한쪽 벽에 초록색 LED 조명을 설치했습니다.

화재로 정전이 되더라도 대피 방향을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섭니다.

[문희원/반도체 부품 제조 업체 안전환경부장 : "(대피)훈련도 진행을 했었습니다. 매우 잘 보이고 '대피 동선이 굉장히 눈에 잘 들어오는 거 같다' 이런 만족감을 표시해줬고요."]

1층 작업장에는 화재로 출입구가 막히더라도 다른 곳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비상문을 만들었습니다.

1층 이상 작업장엔 옥상으로도 대피할 수 있도록 공장동과 사무동 사이에 탈출 사다리를 설치했습니다.

평소엔 막혀 있다가 화재 시 손으로 뜯고 나갈 수 있는 비상 탈출문을 설치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습니다.

[유기용/비상 탈출문 제조업체 과장 : "대기업이나 외국계(기업)에서 많이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요. 기존에는 탈출할 때 칼로 찢고 나가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화재 시 '양방향 탈출'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탈출구가 1개인 경우 생존 확률은 80% 수준이라면, 2개인 경우 96%까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백승주/한국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화재가 하나밖에 없는 피난 경로상에 위치한다면 그냥 그때부터 고립되는 거잖아요. 양방향 피난로를 확보한다는 얘기는 리스크(위험 요소)를 완벽히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인 거죠."]

특히 불이 났을 때 대부분 유독 가스나 연기에 의한 질식으로 인명 피해가 나기 때문에 화재 시 작업장에서 바로 외부와 연결된 비상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탈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감지기를 통해 화재가 감지되는 즉시 비상벨 울림과 함께 비상문이 양방향 자동으로 열려 작업자들이 곧바로 탈출할 수 있게 한다는 겁니다.

2~3층 정도 높이의 저층에서는 안전만 확보된다면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사다리나, 계단, 슬라이드 같은 비상탈출 시설 설치도 검토해볼 만합니다.

[공하성/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바깥 계단을 만들어서 수평 피난(같은 층의 안전한 구역으로 대피)이 가능하도록 하면 거의 모든 층에서 피난 동선을 거의 비슷하게, 짧게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법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하지만 대피시설과 장비 보강에 따른 사업주의 어려움도 만만치 않아서 이를 푸는 일이 큰 과제입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촬영기자:지선호 류재현/영상편집:이기승/그래픽:박미주/자료조사:유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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